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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9 04:09

[데스크칼럼]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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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환 편집국장(기독신문사)

2007년 4월 부산지법 제5 형사부 고종수 부장판사는 범죄단체 구성혐의로 재판을 받은 부산 사상통합파 피고인들에게 이례적으로 판결에 앞서 훈계문을 낭독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었다.

“의리라는 것은, 선후배나 친구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처신하는 경우에만 지켜질 수 있는 것으로 선후배나 친구들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범죄행위에 연루되어 있을 때는, 이들을 교화하거나 아니면 멀리 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리라고 봅니다.”

진정한 의리는 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의미로 소신에 의하지 않고 단순히 의리라는 잘못된 수단에 휩쓸려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는 당부였다.

사전은 의리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흔히 깡패세계를 의리집단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그 의리는 잘못을 감추고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진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거기에는 아부와 굴욕이 있고 경우에는 피를 보는 보복의 악순환을 전제하고 있다. 그 속에서는 말과 표정으로 포장된 아부와 맹종들이 판을 친다. 맹종은 스스로를 구걸하기 위해 순종하는 것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명령에 순종하는 복종과는 차이가 있다. 진정성이 없는 세계는 겉으로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속은 이미 다른 길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대표적인 곳이 정치세계다. 이해관계에 따라 수없는 이합집산이 횡행하고 야합과 배신이 정치라는 합법의 가면을 쓰고 판치는 모습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도 이러한 현상들이 만연돼 있다. 믿음과 신앙은 뒷전으로 밀리고 뭔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야합과 배신,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스스로는 옳다고 착각할지 모르나 양심과 신앙의 잣대는 엄연히 죄악이라고 특정하고 있다.

법 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있다. 그런가하면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말도 있다. 사람은 대부분 닥친 위협과 눈앞의 달콤함에 휘어지고 넘어지게 돼있다. 욕망이 앞선 간사한 인간의 심성 때문이다. 의리가 춤추는 것도 그러한 속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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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 오랫동안 지내는 동안 묘한 의리를 지키는 자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출신 지역이 같다고 의리를 지키고, 같은 학교 선후배라고 의리를 지키고 옳고 심지어 젊은이들끼리 의리를 지키기도 합니다.
그러나보니 나이가 들고 고지식할 정도로 올곧은 삶을 주장하다 보면 따돌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왕 의리를 지키려면 신앙의 의리를 지키고 그리스도의 제자도에 맞는 의리를 지켜나갔으면 합니다.

큰 선교단체에 수년 간 소속해 보았지만 협회 규약이나 원리보다 선후배 간의 의리(?)에 많이 치우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1년 반 전에 이 단체에서 탈퇴했습니다. 사람들끼리 의리를 지키려들기보다 머리되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지체된 삶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사진설명>알혼섬 입구 마을인 엘란츠 성도들의 모임- 오랜만에 원주민 성도 4명이 모여 풍성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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