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 간 저희 가족은 미하일 목사님과 시베리아 원주민 지역 곳곳을 동행했습니다. 자동차가 없이는 갈 수 없는 땅이라 주로 미하일 목사님 차량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 소유의 러시아산 자동차는 값이 싼 대신 다소 불편하고 고장이 잦은 편입니다. 트를 좋아하는 러시아 민족은 자기 나라 차를 가리켜 차를 사면 그 다음날부터 고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성능이 나은 차도 있지만 대부분 외제 중고차를 선호합니다. 몇몇 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러시아 현지 공장을 세워놓고 있는데 우리나라 현대 자동차가 가세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수년 전 겨울 미하일 목사님 차량 상태가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함께 원주민 마을로 선교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우리 가족은 차가 없는 탓에 러시아 목사님이 아침 일찍 데리러 옵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찬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는데 히터가 잘 가동되지 않아 옷을 두껍게 입고 먼 길을 나섰습니다. 대개 원주민 지역으로 다가갈수록 더 추워집니다. 영하 40도를 넘어설 때도 있습니다.
몇 개 마을을 방문해 설교를 하고 식사와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베리아 원주민 가정인 삼손 전도사 집을 들렸습니다. 삼손 부인 까짜(예칸젤리나의 애칭)가 차 상태가 안 좋으니 이대로 돌아가면 큰 일 난다며 자기 집에서 자고 낮에 가라고 만류하는 것이었습니다. 통역 도우미로 따라나선 찬미가 법대생이라 학교를 결석하면 안 되는터라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차에 대해 잘 몰라도 차도 아프면 통증의 소리를 내는 듯 엔진 소음이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중도에 차를 세웠다가 자칫 시동이 꺼질까봐 생리조차 참고 먼 길을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낮에도 차량이 드문 편인데 추운 겨울밤이라 오가는 차량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반 목사님은 3년 간 모은 돈으로 일제 중고차를 먼저 샀습니다. 이따금 이 차를 탈 일이 있었는데 고급 승용차를 탄 기분이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 차량 구입이 기도제목이었습니다. 30년 정도 목회하시고 원주민 지역을 수없이 드나드시는 목사님에게 좋은 차량이 주어지길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에 유학 중인 찬미가 이따금 러시아 목사님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데 며칠 전 반가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2009년형 포드 자동차를 샀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성전건축으로 여력이 없었던 교회가 발벗고 나서서 좋은 차를 샀다는 말에 우리 가족 모두 박수를 보냅니다.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미하일 목사님이 새로 구입한 차를 타고 원주민 마을을 둘러보았으면 합니다. 혹독한 추위 속에 먼 길을 가느라 때로는 담요까지 챙겨야 했던 날들- 거센 눈보라를 헤치며 오직 영혼 사랑으로 동행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사랑하는 미하일 목사님, 이반 목사님 당신들은 하나님의 나라 용사들입니다. 앙가라스크 2번교회 담임 아르쫌 목사, 우솔스카야 교회 담임 제니스 목사, 빌치를 교회 담임 삼손 전도사 등 젊은 세대의 수고 또한 돋보입니다. 일리야 형제도 신학교로 돌아가 남은 학업을 마치고 이 대열에 끼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현지인 교역자들의 안정과 사역을 위해 기도바랍니다. 아울러 선교사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설명> 오랫동안 미하일 목사님과 저희 가족을 실어날랐던 러시아제(RADA) 승용차- 이 차로 약 200km 떨어진 알혼섬 입구 엘란츠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할머니 성도와 통역도우미 찬미, 미하일 목사님 모습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