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
이재섭
시베리아의 겨울은
기다려도 기다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얗게 눈 덮인 나무마다
죽은 듯이 움츠려 있고
뿌리조차 얼어붙은 듯
숨소리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봄소식을 실은
바람이 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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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봄은 언제 오는가
수년 전 시베리아 태생 크리스챤인 야콥 할아버지와 교회에서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당시 70세가 넘었는데
평생을 운전사로 보내셨다고 한다.
차디찬 시베리아 겨울에 차가 고장날 때면 영하 50도를 오르내
리는 얼어붙은 땅에서 차 밑에 들어가 등을 땅에 대고 수리하
느라 그만 몸이 많이 상하셨다고 한다.
봄이 빨리 오지 않아 야콥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시베리아의 봄은 언제 오나요 하고-” 그러자 야콥 할아버지는 손을 펴보이면서 “봄이 오는 때는 하나님만 알고 계신다."라고 대답했다. 정말 유머스럽고도 적절한 답이라 생각됐다. 시베리아의 봄이 언제 오는지는 오직 하나님의 손에 달렸다. 10년 가까이 시베리아에 살면서 터득한 것이 있다. 나무가 잎사귀를 내어야 봄이 다가온 것이다.” 아무리 날이 따뜻해도 나무가 잎을 내지 않으면 또다시 눈과 한파가 몰려올 수 있다는 뜻이다.
나무도 자연의 섭리를 알고 있다.
한동안 따뜻했는데도 나뭇잎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주일 내내 눈이 내리더니 밤새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직 시베리아의 봄이 올 때가 안 된 것이다.
그래도 얼어붙은 땅 여기저기서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있어 반갑다.
이제 머지않아 기나긴 시베리아의 겨울이 끝나고 시베리아의 봄이
펼쳐질 것이다. 겨우내 움추렸던 마음을 활짝 펴고 새봄을 맞자
사람의 마음에도 봄날이 오면 좋겠다.
시베리아의 긴 겨울처럼 잎도 꽃도 볼 수 없는
메마른 나무처럼 살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신앙인이라면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고
빛의 자녀다운 면모를 지녀야 한다.
시베리아의 봄을 맞아 이 땅에 그리스도의 푸른
계절이 오도록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자.
사진설명- 시베리아에 봄이 오면 민들레 나라가 형성된다.
지난해 봄을 맞아 민들레 영토에 앉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