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겨울 이야기

by 이재섭 posted Dec 3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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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주 전 오랜만에 겨울용 부츠를 신고 빙판 길을 여기 저기 다녔다. 발바닥이 아파오더니 나중에는 무릎까지 통증이 심해 왔다. 며칠 동안 원인을 알기 어려웠다. 신발을 찬찬히 살펴보니 뒤쪽 실밥 주위가 찢어져 있었다. 아마 찬바람이 들어오면서 몸에 무리가 온 것 같다.

그러고보니 벌써 5년은 신은 것 같다. 하지만 새 부츠를 선뜻 살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남을 돕는 일이라면 서둘게 되고 때때로 무리해 가며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탓에 무얼 사기가 쉽지 않다.

지난 전도여행 때도 이 부추를 신고 다녔다. 누가 유심히 볼까봐 신경이 좀 쓰였다. 떨어진 부츠를 신고 다니는 선교사- 아직 자기 차량조차 없이 겨울 나라를 오가고 있다. 그래도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아이들이 집에 있어 막내 부츠를 신고 슈퍼에 식품을 사러나갔다. 바람이 새지 않아 포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바닥이 좀 미끄럽다싶더니 오는 길에 그만 빙판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시베리아 겨울 동안 걷는 것부터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이튿날 내 부츠를 수선해 쓸 수 있는 지 알아 보기 위해 들고 나가 구두 수선 집을 찾았다. 처음 간 곳에서는 고치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다른 집을 찾아갔더니 수선비로 3500원 내라고 해서 맡겼다. 수선이 끝날 동안 운동화를 신고 몇 시간 동안 시내를 다녔다. 얼음조각이 진열된 광장도 가보았다. 발이 좀 시렸지만 견딜만 했다.

약속한 시간에 수선된 부츠를 찾아 신자 한결 나았다. 하지만 아직 찬바람을 좀 느낄 수 있었다. 사람에게 발이 따뜻해야 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회를 보아 튼튼하고 따뜻한 겨울용 부츠를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다.


겨울 동안 시베리아는 온 도시가 냉동실로 변한다. 움직이는 생명체인 사람이 일년 중 절반 정도를 영하 20도 안팎의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추울 때는 영하 30도 내외를 유지하다가 40도 이하로 내려가기도 한다. 시베리아 북부 지역은 영하 50도 이하로 내려가기도 한다. 물론 아주 추운 지역은 겨울 동안 사람들의 활동이 거의 없다.

얼어도 되는 물품을 파는 상인들은 그냥 길에 꺼내놓고 장사할 수 있어 유리하다. 가정집에서도 얼릴 필요가 있는 것들을 베란다에 보관하기도 한다. 
봄가을엔 냉장고 속에서 살아가다가 한 겨울이 되면 아예 냉동실에서 사는 것과 같다. 영하 20-30도를 오르내리는 거리를 지날 때면 아예 성능좋은 냉동실처럼 느껴진다. 몸까지 그만 얼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들기도 한다. 

추운 날에는 버스 정류장에서 노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 길어 보일 수없다. 아무리 무장을 해도 얼굴과 귀가 시려온다. 한 겨울에도 마스크를 쓰면 안 된다.
대기압이 낮은데 마스크를 쓰다 보면 호흡 장애가 올 수 있다. 러시아에서는 주로 전염병 환자가 마스크를 사용한다. 따라서 마스크를 쓸 경우 사람들이 겁을 먹고 피할 수 있다.

대중교통은 대부분 난방 장치가 되어 있지 않다. 버스 천장에서 눈가루가 뿌리고창문이 꽁꽁 얼어붙은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몸이 식어가는 것 같다.
러시아 사람들이 주로 타는 전기 버스나 전차 또한 난방이 안 된 것이 많다. 창문에 성애가 심하게 끼어 있으면 난방이 안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난 이 차를 얼음상자라 명명했다. 그야말로 이동식 냉장고인 셈이다.

냉동실과 같은 나라 시베리아에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따사로운 봄을 맞길 기대한다. 긴 겨울 동안 선교사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기도바랍니다.

사진설명- 운동화를 신고 얼음조각이 세워진 중앙광장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