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없는 양

by 이재섭 posted Nov 0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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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에 걸쳐 시베리아 여러 마을을 순회하는 동안 많은 것을 목도했습니다. 부랴트 원주민들 가운데 목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알혼섬 가까이에 위치한 엘란츠 마을로 가던 중 양떼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갔더니 제가 접근하는 만큼 모두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습니다. 사진 좀 찍자고 제의해도 누구 하나 응하지 않고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당신은 우리 목자가 아냐 우린 목자만 믿을 수 있어”라고 반문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리야가 살고 있는 노보 레니노 마을로 들어가지 않고 북쪽으로 좀 더 가면 울레이 마을이 나옵니다. 제가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본 아주머니들과 할머니 같은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기독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몇 분을 만나 찬양을 함께 하고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 마을에는 신앙을 이끌어줄 지도자가 없습니다.
삼손 전도사가 반경 100km 정도 마을을 순회하고 있지만 혼자서 감당하기가 벅차 보입니다. 한 달에 한두 번 방문합니다. 멀리 이르쿠츠크에서는 수개월에 한 번씩 찾아옵니다.

울레이 마을은 전형적인 시베리아 시골 마을입니다. 러시아 민족이 사는 마을은 비교적 혜택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부랴트 종족 마을은 낙후된 그대로입니다. 조그만 마을 도서관에 들어가 보았더니 수 십 년이 넘은 듯 낡은 책들이 있었습니다. 동네에 빵 공장이 있어 신선한 빵이 공급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을 두루 다니시며 복음을 전하신 모습이 자주 연상됩니다.
“예수께서 모든 도시와 마을에 두루 다니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마태복음 9:35). 이스라엘은 국토가 적어 걸어서도 온 나라를 다닐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러시아와 같은 큰 나라는 차로 다녀도 제한된 곳 밖에 갈 수 없습니다. 미하일 목사님 일행은 일 년에 몇 차례씩 1100km 떨어진 이르쿠츠크 북쪽 마을을 다녀옵니다.
예수님께서는 영혼을 깊이 사랑하셨습니다.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마태복음 9:36). 저희 또한 예수님의 마음을 가지길 원합니다.

이 날 혹 필요할지 몰라 비디오 플레이어와 예수 영화 DVD를 가지고 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서 보라고 선물했습니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마을을 떠나기 앞서 인사를 나누자 꼭 다시 와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세계 곳곳에 많은 영적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물론 자기 나라 지도자가 많을수록 좋습니다. 온 족속을 제자로 삼아 그리스도의 복음이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기도바랍니다.

<사진설명> 시베리아 원주민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들- 고삐를 맨 소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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