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야트 종족 보한 마을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by 이재섭 posted Jul 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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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2시, 이르쿠츠크에서 약 120km 떨어진 보한 마을로 향했습니다. 본래 12시 반에 출발하려 했으나 미하일 목사님이 심방을 갔다가 늦어져 2시가 다 되어서야 떠날 수 있었습니다. 보한은 한국 군청 소재지 정도 행정 구역 중심지여서 마을 주민이 많고 여러모로 규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교회가 자리잡아 한 때 100명 가까이 모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10여년 전 담임 목사님이 다른 지방으로 떠난 후 후임자가 없어 성도들이 급격히 감소해 지금은 서너 명만 모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 마을만 방문하기로 되어 있어 가는 길에 슈퍼에 들려 그리 크지 않은 수박과 쥬스, 과자, 쵸콜렛 등 먹거리를 샀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운전하는 차량은 2차선 지방 도로를 최고 120km 속도로 달렸습니다. 가는 길에 삼손 전도사 차가 잘 수리 되었냐고 묻자 전화를 해 보더니 좀더 손을 봐야 하지만 차량 운행이 가능해 차를 몰고 다닌다고 합니다.
여러 마을을 돌아보아야 하는 삼손 전도사에게 이스타나 정도 큰 차가 주어지면 더욱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우리가 차를 구입해 주기가 쉽지 않아(시베리아에서 이스타나를 사려면 2000만원 정도 듭니다) 수 년 전에 일단 대형 운전면허를 받도록 운전학교 학습비를 지원했습니다.

러시아는 한국 2종이 7인승까지 그리고 한국 1종과 대형버스 면허를 합친 것 같은 면허를 받아야 8인승 이상 운전할 수 있습니다. 16인승 이스타나를 운전하려면 대형면허가 있어야 하기에 약 20만원 지원해 면허를 먼저 확보해 두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겨울 인근 학교 버스 기사가 한동안 운전을 할 수 없게 되어 삼손을 찾아와 부탁을 해 급료를 받아가며 운전을 해 주었다고 합니다. 삼손 부부 또한 진정한 이웃 사랑을 느꼈으리라 생각됩니다.

숙소를 나선 지 약 1시간 반 정도 걸려 목적지인 보한 라이온(러시아 행정 구역으로 구나 군에 해당)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중심을 지나 마을이 거의 끝나는 곳에 보한 교회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가자 네 분의 여 성도가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통나무로 된 집에 예배 처소와 주방이 있고 텃밭에는 감자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10년 째 교역자가 없어 목자 없는 양들처럼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현실이 마음 아팠습니다.

10여 년 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사역 중인 J목사님이 이 교회 사정을 듣고 사모님과 함께 답사를 왔다고 합니다. 사모님 건강이 안 좋은 편인데 이 마을에 들어서자 숨쉬기도 힘들어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오랫동안 계셨는데 이곳에서도 사모님이 적응하지 못해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수년 전 소치 부근으로 사역지를 옮겼다고 합니다.

참고로 한국은 표준 대기압인 760밀리(1013밀리바아) 정도여서 이보다 낮을 경우 건강 상태에 따라 적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르쿠츠크는 715내외이고 바이칼 호수 쪽으로 갈수록 낮아집니다. 노보시비르스크는 740 정도이고 모스크바와 뻬쩨르부르그는 한국과 비슷합니다.
이르쿠츠크 주는 대부분 심한 저기압 지역이라 이 선교사 또한 심장에 무리가 오는 걸 느끼면서도 11년을 살았습니다. 나이가 적지 않은 목사가 외진 땅에 찾아와 건강에 무리를 느껴 가며 사역하고 있는데도 남보다 앞서 예를 갖추어야 할 젊은이가 벽을 형성해 만남이나 인사조차 없이 지내야 했던 환경이 시베리아 추위보다 차디차게 느껴졌습니다.

사도바울은 로마서 마지막 부분에 “형제들아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가 배운 교훈을 거스려 분쟁을 일으키거나 거치게 하는 자들을 살피고 그들에게서 떠나라 이같은 자들은 우리 주 그리스도를 섬기지 아니하고 다만 자기들의 배만 섬기나니 교활한 말과 아첨하는 말로 순진한 자들의 마음을 미혹하느니라”(로마서 16:17,18)고 경고했습니다. 혹 주위에 형제 사랑을 막고 분쟁을 조장하는 자가 보인다면 주의깊게 살펴고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과감하게 벗어나야 합니다.

저희 가족은 후원자들의 기도와 후원 그리고 현지인 교역자와 성도들의 따뜻한 만남이 있어 지낼 수 있었습니다. J선교사님은 러시아어로 설교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 능력이 뛰어나고 영적으로도 밝아 수년 동안 러시아 교단에서 담임목회를 부탁해 수년 동안 유서깊은 교회를 맡기도 한 분입니다. 우리가 이 지역 한국인들(?)로 방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미하일 목사님을 찾아가 보라고 조언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선교의 장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J목사님이 우리를 도운 것과 대조적으로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후배가 젊은이 편에 서서 대변인(?) 역할을 한 탓에 많은 지장을 초래해 아쉽게 생각됩니다. 자신보다 조금 젊고 신분도 갖춘 만큼 의혹의 눈으로 보기 싶지 않겠지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 앞서 전후를 잘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오랫동안 학업에 힘써왔는데 무사히 학위 취득을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답니다. 편집국장 목사님을 이따금 만나는데 학위 취득이 교단 위상에 도움이 되는지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답니다.

보한 교회에서 미하일 목사님과 설교를 하고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시베리아 원주민 마을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성도님들이 모두 실직 상태라 교회를 운영하는데 힘겨워 보였습니다. 긴 시베리아 겨울 동안 장작이 있어야 교회 난방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장작 한 차가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두 차가 있어야 겨울을 보낼 수 있는데 한 차에 약 17만 원 정도 든다고 말하기에 저희가 장작 한 차 구입할 돈을 헌금했습니다. 여 성도님이 너무 고맙다고 감사하기에 우리는 현지에서 잘 일하고 오라고 선교비를 보내주는 협력교회와 후원자를 대신하여 일한다고 말했습니다.

여 성도님은 한국은 조그만 나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있을 수 있는지 한국 경제 발전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자기들이 사는 곳은 온통 샤마니즘이 지배하고 있다며 마을마다 샤만이 돌아다니며 떠들썩하게 행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불교와 샤마니즘이 지배적이었다. 100여 년 전 미국인 선교사들을 비롯해 여러 나라 선교사들이 한국을 찾아왔다. 한국인 지도자들이 육성되자 자주적으로 전도하고 교회를 세워나갔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자기 민족이나 종족이 자기 땅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자 동의하면서도 지도자가 없어 이 교회 또한 담임사역자가 10년이 넘도록 없는 현실이 암담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그래도 보한 땅은 교회가 있으니 복받은 마을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르쿠츠크 내에 있는 브리야트 종족 마을이 많은데 보한과 아사 마을만 독립된 교회 건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빌치르 교회는 삼손 집과 연결된 넓은 방을 교회로 개조해 예배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자주 브리야트 종족 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들은 빛입니다. 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입니다. 어두움은 아무리 많아도 작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천국 백성입니다. 교회는 천국에 소속된 가장 귀한 곳입니다.”
미하일 목사님은 빛과 어두움에 대한 설명이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되었던지 설교할 때, 제 말을 자주 인용합니다. 뾰뜨르(이 선교사)가 말한 대로 우리는 빛이다. 어두움의 세력인 샤마니즘에 눌리지 말고 힘내라고 위로하는 말을 자주 합니다.

보한교회를 나서 시내로 향했는데 아직 해가 남았습니다. 7월말이면 오후 10시가 되어야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들판에 차를 세우더니 딸기를 찾아보자고 말했습니다. 풀꽃이 만발한 들판에 들어서자 여기저기 조그만 야생 딸기가 보였습니다. 본래 이 지역에 딸기가 무척 많아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와서 딸기를 따갔다고 합니다.
브리야트 종족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눈여겨보고 자기들도 딸기를 따기 시작해 요즈음은 과거처럼 많이 수확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딸기를 찾기보다 아름다운 자연에 흠뻑 젖어들었습니다. 성경에서 말한 엉겅퀴가 자주 보였습니다. 날카로운 잎에 찔리면 상처가 날 수 있습니다. 신분에 관계없이 인생을 엉겅퀴처럼 살아가는 자는 여러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
숙소에 돌아오니 밤 11시가 다 되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오랫동안 기도하면서 모은 돈과 친척들의 후원으로 좋은 차량을 구입해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보한교회가 한국교회의 후원에 힘입어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사진설명> 브리야트 종족들이 모이는 보한교회에서 설교하는 이 선교사- 담임교역자가 속히 올 수 있도록 기도바랍니다. 노회에서 사역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담임교역자를 찾아도 아직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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