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this page
조회 수 404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1월 마지막 주일 아침 이르쿠츠크 1번 교회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신축 중인 니쥐노 우진스키 교회로 보낼 약간의 헌금도 챙겼습니다. 시베리아 겨울에 외출하려면 옷을 몇 겹 입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칫 무얼 하나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수년 전 주일 예배 설교를 해야 하는데 교회에 도착해 보니 양복 상의를 안 입고 왔더군요. 할 수 없이 겨울 잠바차림으로 설교를 하려 하자, 가까이 있는 집사님이 겉옷을 벗으라고 재촉하는데 한국인 정서에 안 맞는 것 같아 그냥 입고 설교를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까 이 나라는 와이셔츠만 입고 설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비해 겨울용 겉옷을 입고 설교하는 것이 이상스럽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아파트 1층 문을 나서는데 경찰복 차림한 사람이 지나갔습니다. 요즈음은 검문이 거의 없지만 한동안 수시로 검문당한 적이 있습니다. 5년제 법대 졸업반인 찬미가 한국에서 법률 실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라 공항을 나갈 예정이었습니다. 실습 기간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 이번 주일에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오는 직항 비행기를 타고 오기로 했습니다. 공항은 검문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여권과 거주허가를 챙겨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주머니를 만져보니 여권이 보이지 않아 서둘러 집으로 올라가 여권을 챙겨 점퍼 주머니 쪽에 넣고 나왔습니다.

집에서 1번 교회까지 약 30분 이상 걸립니다. 버스에서 내리기 앞서 겉옷을 보관하기 앞서 중요한 물품을 양복 주머니로 옮겨 넣다가 여권이 없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점퍼 겉과 오리털로 된 속 사이로 넣었던 것입니다. 바닥으로 흘러내릴 수도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거주허가는 그대로 있었습니다. 문제는 여권이 어디서 떨어졌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사태가 심각할 수도 있어 일방통행이 끝나는 몇 정거장 더 가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책상 아래 여권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1번 교회 예배가 10시인데 비해 2번 교회는 11시에 예배를 시작하고 집에서 가까이 있어 2번 교회로 갔습니다. 두 분이 설교를 했는대 두 번 째 설교자는 담임목사님이자 이르쿠츠크 노회장으로 계신 목사님이었습니다. 러시아는 나라가 커서인지 총회장과 노회장 임기가 4년입니다.
2번 교회에서 공항이 멀지 않아 이번에는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길을 건너자 기성이가 앞서 가고 있었습니다. 1번 교회 반주하느라 먼저 나갔는데 누나 마중을 나온 것입니다.

공항에서는 누구를 만날지 모릅니다. 좁은 공간이라 그동안 우리를 피해 오던 자를 마주칠 수도 있는 곳입니다. 저만치 총영사님이 보여 인사를 드렸습니다. 좀 기다리자 사람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성이가 누나 짐을 챙기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과 마주쳤습니다.
지난 수년 간 우리에게 갖은 피해를 입힌 P가 어떤 자매와 같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비행기에서 만나 같이 나온 듯-). 바로 앞에서 빤히 마주쳤는데도 인사도 없이 지나가기에 그냥 내버려 둘까 하다가 뒤쫓아가서 나무랐습니다. 그래도 바라만 볼 뿐 역시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한 지역에 10년 이상 같이 살아오고 있으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십 수 년 나이가 앞선 목사를 보고도 아는 척도 않는 태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곧 구정 명절이라 설날 인사를 할만도 한데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날도 있을텐데 굳이 주일 아침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온 것도 의아스러웠습니다.

집으로 와서 정리와 휴식을 취하게 한 후 주일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마태복음 5장 13절에서 16절을 본문으로 소금과 빛 그리고 착한 행실에 대해 설교를 했습니다. 소금은 물과 연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적은 양으로 많은 물을 짜게 할 수 있습니다. 자기보다 부피가 훨씬 큰 고기나 여러 재료를 짜게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빛을 내기 위해 나무가 재로 변해야 했습니다. 자신의 희생으로 넒은 영역의 어둠을 밝힐 수 있습니다. 빛을 잘 비췰 때 높은 곳에 둡니다.

하나님께서 높이시는 자가 되려면 순수하고 헌신적이어야 합니다. 러시아 찬송가는 곡이 없습니다. 대신 가사(무곡 찬송가)가 무려 2600이나 됩니다. 그래서 반주자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2번교회는 앰프 키타와 피아노 등 여러 악기를 잘 연주해 아름다운 찬양이 하늘로 올라갑니다.
소금과 빛의 직분을 잘 감당할 때 아름다운 조화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구정을 며칠 앞두고 공항에서 모처럼 만난 것을 계기로 화합의 길을 찾을 수도 있었을텐데 인사조차 않는 것으로 자신의 태도(?)를 표명한 한 젊은이의 모습이 여운에 남는 하루였습니다. 아름다운 내용이 아니더라도 독자 제위께서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민족의 명절 구정 연휴 동안 오가는 길 조심하시고 아름다운 만남의 공동체를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러시아 교회를 위해 기도바랍니다. 이르쿠츠크 2번 교회의 경우 좌석이 부족해 매주 20명 내외의 성도가 2시간 이상 서서 예배드려야 합니다. 속히 교회를 증측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니쥐노 우진스키 교회 신축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외로운 땅에서 살아가지만 소금과 빛의 직분을 감당하기 원하는 저희 가족과 사역을 위해서도 기도바랍니다.
구정을 맞아 위로부터 내려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복된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사진설명> 러시아 교회에서도 아기 첫 예배 출석을 축하한답니다. 어떤 자매 아기의 첫예배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르쿠츠크 2번 교회에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9 아프간 봉사단 피랍사태에 대한 총회장 담화문 이재섭 2007.08.03 2374
258 피랍사태, 미국이 나서야 한다! 이재섭 2007.08.11 2819
257 탈레반 포로 2명 풀려나- 나머지도 곧 풀려나기를- 이재섭 2007.08.15 2340
256 동역의 기쁨 file 이재섭 2007.08.23 2323
255 아름다운 만남- 일리야 신학교 진학을 위한 유학에 앞서 file 이재섭 2007.08.29 3418
254 9월 1일은 러시아 학교의 새해 file 이재섭 2007.09.02 2451
253 한국 러시아 몽골 친선 농구대회 file 이재섭 2007.09.13 3430
252 찬미 토르플 3단계 합격 1 file 이재섭 2007.09.23 14664
251 알혼섬과 엘란츠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file 이재섭 2007.09.26 2341
250 러시아 노회 주최 계절학기 강의하는 이 선교사 18 file 이재섭 2007.10.03 2441
249 지도자 양성을 위한 계절학기를 마쳤습니다. file 이재섭 2007.10.07 2262
248 시베리아 겨울 나기- 흰눈이 소복이 쌓였답니다. file 이재섭 2007.10.12 2888
247 103년된 에반젤리칼 교회에서 설교하는 이 선교사 file 이재섭 2007.10.18 2845
246 이르쿠츠크 주 설립 70주년 file 이재섭 2007.10.18 2835
245 엘란츠 마을 전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file 이재섭 2007.10.24 2481
244 보한 기도처가 교회로 자리매김을 하도록 기도바랍니다. file 이재섭 2007.11.05 2196
243 긴 겨울에 접어든 시베리아 file 이재섭 2007.11.15 2298
242 러시아 비자법 개정- 외국인 체류 조건 강화 file 이재섭 2007.11.23 3356
241 시베리아의 겨울 file 이재섭 2007.12.08 2815
240 1월 13일 파송 예배가 있을 예정입니다. 1 file 이재섭 2007.12.16 231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