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리고 바람부는 시베리아의 오월

by 이재섭 posted May 1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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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교사와 사라 선교사가 탄 블라디보스톡 항공기(XF485편)가 하바로프스크 공항에서 출발하여 5월 15일 0시 25분 이르쿠츠크 공항에 도착 예정이었으나 폭설로 인해 하카스 공화국 수도인 아바칸 공항에 착륙해 날이 새기를 기다려 다시 이르쿠츠크로 돌아왔습니다.

하바로프스크 공항에서 20명 정도 초등학교 저학년 운동 선수들이 탑승했는데 심한 바람으로 인해 기체가 계속 흔들린 탓에 토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약 3시간 반 비행 거리 가운데 30분 이상 기체가 요동했지만 목적지를 향해 계속 날았습니다.
시베리아와 몽골 지역은 봄이 되면 바람이 많이 부는 편입니다. 한국 비행기의 경우 바람이 심할 경우 운항을 중단하거나 회항하기도 하지만 러시아와 몽골 비행기(대부분 러시아 조종학교 출신)는 조종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봄이면 으례이 바람이 많이 분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그대로 운항하는 편입니다. 혹 세찬 바람이 부담되면 승객이 기상 상태를 살펴서 비행기 탑승을 피해야겠지만 이또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러 차례 요동 끝에 마침내 이르쿠츠크 공항 상공에 다다른 비행기가 착륙하겠다고 방송한 후 안내 방송도 없이 30분 이상 공중에 계속 머물러 있어 이상하게 생각되었습니다(아마 선회 비행을 한 듯-). 갑자기 비행기 고도를 높힐 무렵에서야 폭설로 인해 아바칸 공항으로 간다는 방송을 했습니다. 그래도 항공기 안전을 위해 무언가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바칸 공항은 하카스 공화국 수도로 이르쿠츠크에서 서쪽으로 약 1시간 반을 비행해야 합니다. 이 지역은 미전도 종족의 하나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땅입니다.
2시 경(현지 시간 자정) 아바칸 공항에 착륙해 탑승객 모두 공항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갓난 아기를 데리고 있는 부모들도 있었지만 항공기 관계자가 새벽 4시쯤 이륙할 것 같다는 말을 할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제도권에 잘 따르는 편입니다.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비행기가 요동을 하고 불편한 자리에서 밤을 지새야 하는 상황임에도 누구 하나 불만을 표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4시가 다가올 무렵 비행기에 탑승하라는 방송이 있었습니다. 하바로프스크 공항에서 이륙하기 전에 학생들이 갑자기 타게 되었던지 지정 좌적표를 무시한 채 아무 자리에 않으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흩어져 있던 승객들이 각자 적당한 자리를 찾아 곳곳에 자리잡자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만석이었습니다.

하늘로 다시 오른 비행기는 이르쿠츠크 시계로 7시 경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간밤에 내린 눈이 아직 남아 있고 영하의 찬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구 온난화 탓인지 예년에 비해 빨리 잎이 나고 점차 무성해져 가고 있습니다. 잠시 내린 눈은 햇볕이 들자 바로 녹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개의치 않고 시베리아에 살고 있는 영혼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10년 째 이땅에 살고 있습니다. 현지인 교역자들과 더욱 긴밀한 교제를 나누고 협력하는 가운데 좋은 열매를 많이 맺기 원합니다.
선교사 가족의 건강과 아름다운 사역을 위해 기도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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