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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K - 친구 없는 나라

 

   모두 서울에서 태어난 선교사 자녀 삼남매는 7살 전후에 선교사를 지원한 부모를 따라 카자흐스탄으로 갔다 특히 딸이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기 앞서 한숨 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양배추로 대강 만든 김치는 딱딱하고 전혀 다른 맛을 풍겼다. 김장을 담그려 해도 배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았다.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목도리, 모자 등으로 꽁꽁 싸서 내보냈지만 추위를 막기가 쉽지 않았다.   

  현지인 학교에 입학한 딸이 왠지 점점 약해만 갔다. 차도 없이 먼 학교까지 눈길을 걸어가는 동안 몹시 힘들어 했다. . 춥고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타지에서 한국인 친구도 없고 식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이 어린 딸에게 가혹한 형벌과도 같았나 보다.

  어느  딸이 기운이 없어 보여 업고 눈길을 따라 학교를 가고 있는데아빠 나 숨쉬기 힘들어하는 것이었다. 학교에 데려가자 담임선생님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지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다.

 학교를 휴학시킨 후 우랄스크 주립병원으로 찬미를 데리고 갔다. 차도 없이 오가는 것을 보고 소아과 선생님이 아이를 집에 그냥 두라고 말했다. 대신 매일 집으로 왕진을 와 주어 고마왔다. 

 며칠 동안 집을 드나들던 주립 병원 담당 소아과 선생님은 아이가 이상해 보였던지 옷을 벗겨보라고 했다. 그러자 몸에 부스럼 같은 것이 돋아나 있었다. 소아과 선생님은 사태가 심각해 보인다며 큰 아동병원에 입원시키라고 말했다.

그래서 서둘러 아동병원을 찾아갔다. 보호자인 엄마까지 소독을 시키고 아이와 함께 내부에만 있도록 했다. 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여서 다소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러시아 의사들이 거의 본국으로 철수했다고 한다. 원주민인 카자흐스탄 의사들은 아직 실력이나 경험이 부족하고 약이나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다소 불안해 보였다 그래도 병원에 입원시킨 만큼  시일이 흐르면 낫겠지 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전에 1시간 이상 기침하고 구토까지 한다는 것이다.

  입원한 지 5일째 되던 날인 금요일 밤, 집에서 기도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입을 통해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사단이 찬미를 노리고 있으니 빨리 데리고 이 도시를 떠나라

  차례 반복되는 것이었다. 순간 사무엘 어머니 한나가 떠올랐다.

, 알았습니다.  주님의 지시대로 하겠습니다하고 말했다.

   수도인 알마타로 가는 비행기가 자주 있지 않아 금요일이 되어서야 떠날 수 있었다. 마침 알마타에 한국에서 1년 간 연수하고 온  경희크리닉 소아과 의사가 있었다. 한국어까지 잘해 잘 돌보아 주었다. 2주 동안 사태를 가라앉힌 후 한국으로 후송했다. 한국에서 두 달 동안 치료한 후 선교지로 돌아갔다.

  하지만 끈질긴 방해 세력에 의해 일주일 안에 카자흐스탄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일단  남부 도시인 침켄트로 이전해 거주 허가를 연기했다. 이 도시에서도 많은 고초를 겪었지만 교회 허가를 받아 선교의 문을 여는데 기여했다. 얼마 후  한국으로 철수해야 했다.

  1년 동안 한국에 머무는 동안 세 자녀 모두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 다음 선교지로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로 정해 출발했다. 십수 년 동안 거주하면서 주로 브리야트 종족이 사는 마을을 순회했다. 땋이 동시 통역하느라 작은 선교사 역할을 감당했다국제법을 전공해 러시아 유리스트 자격을 획득했다.

   나는 선교지에서 이따금 한국을 방문했다. 재잘거리는 여학생들을 볼 때마다 한국인 친구가 없는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찬미는 대학원 수학 중에 신랑이 될 형제를 만났다. 인생을 같이 할 소중한 친구를 얻은 셈이다러시아는 결혼 신고를 먼저하고 결혼식은 인사를 위해 한다.  결혼 신고를 하고 약식으로 결혼식을 했다. 시댁 친지들에게 문안 인사하러 가자 전통적인 기독교 가문인 탓인지 늦었지만 한국에서 결혼식을 갖는 게 좋겠다고 말해 날을 잡았다.

  결혼식에 와 줄 한국인 친구가 거의 없어 아쉬워 보인다. 이르쿠츠크와 한국을 이어주는 비행기가 끊어진 상태라 러시아 동창생 친구들조차 올 수 없다.  결혼식이 며칠 안 남았다. 축복된 가정을 이루기 바란다. 한국인 동창생 친구가 없는 선교사 자녀들에게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결혼식 안내-모바일 청첩장 

 https://www.barunsonmcard.com/m/jbrlst61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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