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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을 통과한 사람들

저의 고향은 경북 상주입니다. 상주는 예부터 삼백(Three white)의 고장으로 유명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세 가지 하얀 것은 하얀 누에고치와 곶감(붉은 감을 깎아 말리면서 서리를 맞으면 희게됨), 하얀 쌀을 의미합니다. 상주의 누에고치와 곶감은 예로부터 그 품질이 매우 좋아 궁중에 진상품으로 올렸다고 합니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비결

누에는 뽕 잎을 먹고 자라서 고치를 만드는데, 이 고치에서 실을 뽑아 명주 비단을 만들고 번데기는 맛있는 간식거리가 됩니다. 까까머리 중.고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에 고향의 할아버지 댁에 가면 누에를 키우는 일과 고치를 따는 일을 도와야 했습니다.

누에가 고치를 만들고, 고치 속에 있던 번데기가 나방이 되어 나는 과정을 정말 신기합니다. 바늘구멍보다 수백 배나 덩치가 큰 번데기가 그 작은 구멍을 뚫고 나올 수 있을까요? 아마도 번데기가 작은 구멍을 뚫고 나오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입니다. 이처럼 번데기가 나방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지만, 이 바늘구멍을 통과할 때에 비로소 나방이 되어 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애처로운 모습을 보다 못해, 번데기가 쉽게 나올 수 있도록 가위로 구멍을 크게 오려 주었습니다. 이 때문에 번데기는 쉽게 고치에서 나왔지만, 나방이 되어 제대로 날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렸습니다. 어리석게도 저는 번데기가 자신의 힘으로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나방이 되어 나는 줄 몰랐던 것입니다.

홀로서기의 어려움

어느 부모나 자녀들을 사랑하지만, 아이들의 문제를 대신해 주지 못합니다. 아이들의 숙제가 힘들다고 대신해 주지 못하고, 시험이 어렵다고 부모가 대신 시험을 치룰 수 없습니다.

번데기가 나방이 되기 위하여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과정은 마치 아이들이 사춘기의 고통을 겪는 것과 흡사합니다. 사춘기의 아이들은 온 세상의 문제를 홀로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이 많습니다. 낙엽이 굴러가는 모습을 보고서도 웃다가도, 금방 질풍노도처럼 사나워지기도 합니다. 혼자 힘으로 풀 수 없는 문제가 닥칠 때에 고민하다가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폭력적이 됩니다.

그 모습이 아무리 애처롭고 힘들어 보여도 아이들의 문제를 부모가 대신 해주지 못합니다. 부모가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그 당시에는 혹 도움이 될지 모르나,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미국 땅에 와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자라는 동안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 학교에 다닐 때에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이들을 도와줄 방법이 없었습니다. 때로는 숙제 때문에 고민을 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힘들어 하고, 갈등을 겪을 때에 아이들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낙타는 바늘귀를 통과하지 못한다.

이곳 이민 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자녀들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 특별하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온갖 어려움과 서러움을 다 겪으면서도 자녀들에게는 언제나 최상의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모든 희망을 다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모의 보살핌만을 받고 자란 아이는 고집이 세고, 굽힐 줄을 모릅니다. 언제나 자신이 최고인줄 착각하고, 당연히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때로 굽혀야 할 때가 있고, 고집을 꺾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 땅에서 이민 생활을 할 때에 수많은 어려움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숱한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치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같은 아픔이 있을 것입니다.

낙타는 결코 바늘귀를 통과하지 못합니다(막 10:25). 뻣뻣한 낙타는 서서 걸어갈지언정 기어 다니는 짐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번데기가 바늘구멍을 어떻게 통과하는지를 바로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하는 자녀들은 쉽게 좌절하고 넘어지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녀들과 일평생 함께 할 수 없고, 자녀들의 문제를 책임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하는 자녀일수록 더욱 강하게 키워야 합니다. 드넓은 기회에 땅에서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이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홀로서기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요셉과 다니엘이 이민자의 위치에서 총리 자리까지 오르게 된 것은 부모의 극진한 보살핌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저들이 어려서 부모를 떠나 기댈 언덕이 없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홀로서기를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는 무릎을 통해 바늘귀를 통과하는 비결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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