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 미국에서 온 글

by 강진구 posted Nov 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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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미국에 오니 달력이 바뀌었습니다. 이 사람들의 달력에는 한국의 설날이나 추석이 없습니다. 대신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을 지키게 됩니다. 이 사람들의 달력이 좋은 것은 국경일이나 공휴일을 아예 몇 월 몇째 주로 고정을 시켜 놓은 것입니다. 한국의 달력은 주일(일요일)에 공휴일이 겹치면 손해를 보지만, 미국의 달력은 공휴일이 주일과 겹친다고 손해를 보는 일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새해 달력이 나오면 올해는 노는 날이 며칠인지 빨간 색 날짜를 계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많은 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에 가족과 친지들을 만날 준비들로 벌써부터 들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 생활에 익숙하지 않는 저는 괜히 한국의 추석 명절이 생각나고, 고향의 하늘과 산하(山河)가 그리워집니다.


 






고향의 포근함


 




저의 고향은 경북 상주의 산골입니다. 고향 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포근한 분지를 이룬 곳입니다. 산골 마을로서는 드물게 넓은 분지로 되어 있어 옛 어른들은 이곳을 난세(亂世)에 피난처요, 우복동(牛腹洞)이라고 불렀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고향 마을은 언제 보아도 포근하고 정감이 넘치는 곳입니다. 제가 고향을 떠나 온지 어언 30년이 지났으니 강산(江山)이 세 번은 변한 셈입니다.


저는 목회를 시작하고부터 고향에 자주 내려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고향에 갈 때마다 마치 옛 애인(愛人)을 만나는 것 같은 설렘과 기대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향에 가기 며칠 전부터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고향에 내려가면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또 잠이 부족합니다. 더구나 장거리 운전 때문에 엄청 피곤할 것 같은데도 고향집에서의 밤은 이상하리만치 전혀 피곤하지 않습니다. 고향에 갈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이 점은 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不可思議)에 가깝습니다. 물론 고향의 맑은 공기와 무공해 음식 탓도 있겠지만, 아마도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고향의 포근함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향을 찾는 이유?


 


모두들 잠이 든 밤에도 저는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뒷동산에 올라 보기도 하고,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 보기도 합니다. 고향의 밤하늘은 맑고 별들이 초롱초롱합니다. 사방에서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들려옵니다.


늦은 밤 들길을 따라서 고향 교회를 찾습니다. 예배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서 조용히 지난 날 들을 회상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예배당은 제가 총각 때에 고향 교회의 전도사님과 같이 지은 건물로 구석구석 저의 손때가 묻은 건물입니다. 저는 이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고향 교회에서 기도할 때에 그 동안 막힌 모든 것이 시원하게 뚫어지는 카타르시스(catharsis) 같은 것을 느낍니다. 마치 주님의 품에 안긴 것 같은 포근함이 좋습니다.



사실 제가 고향을 사랑하고 고향을 찾고 싶은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고향의 교회를 찾아 기도하면서 다시금 목회자로서의 소명(召命)을 확인하고, 또 새롭게 다짐하곤 합니다. 이곳에서 저의 어릴 적 서원(誓願 vow)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저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입니다.




 



 애틀란타를 찾은 노비자 1호 승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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