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갈래

by 이재섭 posted Dec 3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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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서 살아가고 있는 선교사 자녀들(MK)이 새로운 세계에 대해 점차 눈을 뜨고 있습니다. 외진 선교지를 선호한 부모를 따라 비교적 작은 도시에서 살아온 자녀들이 세계적인 도시의 하나인 모스크바에 살면서 선교지에서 지내온 날들을 돌아볼 계기 된 것 같습니다.

대도시 선교사 가운데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려인 성도들이 일부 나오기도 하지만 아예 한국인들로만 구성되는 곳도 있습니다. 현지인들은 자기 민족 교회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특별한 사명을 가지고 현지인 선교에 힘써야 교류가 가능합니다.

찬미는 통역 도우미를 하느라 복음이 잘 닿지 않은 시베리아 원주민 마을 곳곳을 방문할 때가 많았습니다. 때로는 자의반 타의반 먼 길을 따라 나서야 했습니다. 시베리아 원주민 마을들은 인가가 드물어 인적이 없는 거리를 달려야 하고 매서운 추위를 감내해야 합니다.

미하일 목사님 차량이 낡아 히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외부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시베리아 겨울 길을 두꺼운 옷을 입고 담요로 무릎을 싼 채 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를 반겨주는 성도가 있어 감사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자정을 넘어 두 시가 되기도 했는데 찬미는 학생이라 잠깐 잠을 자고 학교에 가야 했습니다.

찬미가 모스크바로 유학길을 떠난 지 넉 달이 되었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보기 어려웠던 한국인 선교사들의 여러 가지 유형이 눈여겨 보였나 봅니다. 자기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부모님의 선교를 돕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한 중학생의 자살 사건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아홉 달 동안 왕따를 당하고 여러 차례 폭행으로 외로운 자기와의 투쟁 끝에 유서를 써 놓고 자살한 학생의 짧은 인생이 안타깝게 생각됩니다.
선교지에서 14년 정도 지내면서 이해가 안 가는 일을 자주 목도했습니다. 적인지 동료인지조차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정말 다윗의 시가 생각날 때가 많았습니다.
"그들이 악한 입과 거짓된 입을 열어 나를 치며 속이는 혀로 내게 말하며 또 미워하는 말로 나를 두르고 까닭 없이 나를 공격하였음이니이다 나는 사랑하나 그들은 도리어 나를 대적하니 나는 기도할 뿐이라"(시편 109:2-4)

인생길을 걷다 보면 갈림길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자칫하면 파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 만큼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바른 길인지 지혜롭게 잘 살펴야 합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생명의 길과 사망의 길을 두었노라 너는 이 백성에게 전하라 하셨느니라”(예레미아 21:8)

2012년은 우리 모두 생명의 길을 따라 보람있는 한 해를 시작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 복된 삶이 펼쳐지길 기원합니다.

<사진설명> 바이칼 호수 인근에 있는 시베리아 원주민 마을 선교 여행 때 방문한 크리스챤 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