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가문 미하일 가(家)와 이르쿠츠크1번교회

by 이재섭 posted Mar 0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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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마지막 주일, 미하일 세르게이비치 목사님이 감기의 굴레어서 벗어나 주일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첫 설교는 미하일 목사님 조카인 미하일 형제가 맡았습니다. 피아노도 잘 다루고 설교 또한 열정적입니다. 아직 20대로 차세대 지도자로 육성 중인 것 같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은 4형제라고 합니다. 큰 형은 기독교에 귀의하지 않고 알코올 중독에 빠질 정도로 전형적인 이방인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자녀들도 비숫한 상황에 놓여있어 다른 형제들이 조카를 돌보고 있는데 믿음의 가정과 불신 가정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번째 설교는 미하일 목사님이 직접 하셨습니다. 오랜 사역 경력과 영적 리더쉽을 지닌 분답게 설교에 힘이 넘쳐 보였습니다. 평소 설교 자리를 양보하시느라 2-3주에 한번씩 담임 목사님 설교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 교회와 너무 대조적이라 생각됩니다.

둘째 형님은 신앙좋은 집사님이십니다. 한국으로치면 장로님 정도됩니다. 찬양대에서 열심히 찬양하고 교회 각종 행사에 앞장서고 계십니다. 설교한 미하일 형제 부친이기도 합니다.
셋째가 이르쿠츠크 1번 교회 담임이신 미하일 세르게이비치 목사님이십니다. 이르쿠츠크 1번 교회는 공산 시절에도 예배를 계속드렸다고 합니다, 기독교단도 유지하고 있었는데 미하일이 이르쿠츠크. 야크츠크, 부랴트 공화국 등 러시아 동부 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노회장이었습니다. 공산 시절에는 정부의 강력한 감독을 받은 탓에 장로 임명이나 세례(침례)주는 일까지 허가를 받아야 했다고 합니다.

수년 전 할머니 성도님의 간증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두 성도가 간절히 세례(침례)받기 원해 세례(침례)식을 거행했는데 모두 현장에서 순교당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순교하신 분에 대한 기념비나 관련된 글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신자는 언제라도 순교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신사참배의 역사를 지닌 우리가 도리어 부끄러움을 느켜야 할 것 같습니다.
넷째가 이반 세르게이비치 목사님입니다. 본래 철도청에서 잘 받고 있었디고 합니다. 형인 미하일 목사님 권유로 신학교에 진학했는데 석사 과정까지 마쳤습니다. 영어도 잘하고 성경원어도 웬만큼 알 정도로 엘리트입니다.

선교에 앞서 현지 기독교 전통과 역사 그리고 현지인 지도자와 성도를 존중해야 합니다. 이 땅에 와서 신자가 거의 없는 곳에 와서 신앙의 기초(?)를 이루었다고 주장한다면 기독교 역사를 알고 있는 현지 지도자들이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반 목사님은 주일에 멀리 엘란츠 지역으로 순회 선교를 갔다고 합니다. 저희도 몇 차례 가보았는데 200km가 넘는 먼 길입니다. 유명한 알혼섬을 건너가는 길목에 있는 큰 마을로 우리나라로 치면 군청소재지에 해당합니다. 샤마니즘이 유난히 강한 마을로 성도 두 분이 있습니다. 그 중 한 성도는 부랴트 종족으로 고교 영어 선생님입니다. 이들을 기초로 기도의 집이 세워지고 점차 교회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일부터 나이가 많은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반주를 맡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피아노 반주 자리를 지켜오던 아름다운 리따 성도님은 올겐 반주로 자리를 옮기고 기성이 또한 자리를 물려주게 되었습니다. 찬양대에서 기성이에게 쵸코렛을 선물하고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고 인사했습니다. 악기가 더 늘어나면 반주자가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전자 피아노 구입 광고를 반복해서 하셨는데 예배 후 우리가 준비한 헌금을 드렸습니다. 이번 주일 대표기도 시간에는 세 분이 릴레이로 하더군요. 찬양대로 세 지휘자가 번갈아 하고 시 낭송도 여러 사람이 하고 설교 또한 여러 설교자가 하는 만큼 풍성한 예배를 드립니다.
세 번째 설교자는 미국 선교사 데이비드가 맡았습니다. 본래 플루트 전공자라고 합니다. 여러 곳에서 악기를 가르치면서 선교를 위해서도 열심입니다. 이땅에 온 지 1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자녀가 넷인데 셋을 여기서 나을만큼 러시아를 사랑하는 가족입니다. 이 가정에는 장기 비자가 발급되어 더욱 여유있게 사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따금 멀리서 교역자가 방문하기도 합니다. 러시아 목사님이 이 선교사를 소개하려 들면 꼭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어떤 종류의 비자를 가지고 있는가? 때로는 이런 질문을 하기 전에 미리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왔는데 종교비자를 소지하고 있다고-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러시아 성도들이라 그런지 세세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종교비자는 현지 교역자가 자기가 속한 모스크바 총회에 청원해 여러 과정을 거쳐 발급됩니다. 이때 한국에서 발급받은 파송장이나 소속 증명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교회 설립 또한 적법한 요건을 갖추어 관계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동토의 땅이 해빙되어 이만큼 발전한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지하교회가 부상한 곳이 많았다고 합니다. 개방 초기에는 외국 선교사들이 자유로워진 지하교회를 만나 새로운 교회 체제를 갖추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선교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오랜 고난과 순교의 땅을 지켜온 현지인 교역자와 성도님들을 더욱 사랑해야겠습니다. 마을마다 기도처가 생기고 성도님들이 모이는 곳에 법적 요건을 갖춘 교회가 설립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설명> 이르쿠츠크 1번교회 성찬식 장면- 앞에 오른쪽이 형제 중 막내 이반 목사님, 왼쪽이 둘째형 집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