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로 간 기성이 22번째 생일입니다

by 이재섭 posted May 3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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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국립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기성이가 5월 30일 22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지도교수님이 기성이와 함께 첨단 시절을 갖춘 핀란드로 약 2개월 정도 연구차 가기로 결정해 기성이 혼자 먼저 먼 길을 떠났습니다. 지도교수님이 기차 여행을 좋아하셔서 비행기 요금과 큰 차이가 없는 국제 열차 편으로 모스크바를 떠나 핀란드 남부에 위치한 수도 헬싱키를 거쳐 북부 도시인 오울리로 향했습니다.

여행길에 혼자 생일을 맞게 되어 기은이와 찬미가 미리 생일 축하 모임을 가졌다고 합니다. 찬미의 배웅 속에 모스크바 역에서 국제 열차를 타고 다른 나라로 향한 기성이는 헬싱키에서 옆에 사람 도움을 받았는지 무사히 도착했다는 간단한 메시지를 알려왔다고 합니다.

기성이는 서울에서 태어나 6살 어린 나이에 선교사를 지망한 부모님을 따라 카자흐스탄으로 향했습니다. 전기조차 제대로 안 들어오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삼남매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야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수학을 잘해 선생님으로부터 인정받았습니다.
뜻하지 않은 방해 세력으로 인해 가족 모두 어려운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겨야 했습니다. 3년이 못되어 비자 연장이 어렵게 되어 부득이 한국으로 철수해 1년을 머물렀습니다. 이때 숙소 인근 초등학교에 편입한 다닌 것이 한글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러시아 시베리아로 이주해 11년을 지내는 동안 줄곧 현지 학교를 다녔습니다. 고교 졸업식 떼 영예의 수학왕상을 받은 기성이는 형 기은이가 재학 중인 물리학부를 지원했습니다. 기성이는 지난해 6월 이르쿠크츠 국립대학교(5년 과정) 물리학부(레이저 물리 전공)을 마치고 모스크바 국립대 대학원으로 진학했습니다. 레이저 물리학 가운데 세부 전공을 선택 문제로 고심하던 중에 입학 시험 중에 만난 알렉산드르 교수 자신이 맡고 있는 레이저 핀셋에 관해 관심을 가져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고 전공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멀리 한국에서 온 비교적 나어린 제자가 러시아어까지 현지 수준으로 구사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던지 자상한 아버지처럼 학문의 진수를 가르치면서 여러모로 돌보시고 있습니다. 이번 핀란드 방문은 모든 경비를 장학금으로 지원받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일을 외로운 땅에서 홀로 맞이하게 되었지만 일생에 기억남을 뜻깊은 순간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기성이가 연구하게 될 대학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수도인 헬싱키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고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인 탓인지 한국인 유학생은 없는 것 같습니다.
기성이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 주시고 핀란드에 체류하는 동안 건강과 안전을 위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설명> 러시아 시베리아에 도착한 직후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 학교를 다녀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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