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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뉴시스】

존경하는 크로파쵸프 총장님, 그리고 교수님들과 학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세계 최고 지성의 산실인 이 곳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과 동문이 되어 매우 기쁩니다. 또한 현재 러시아를 훌륭히 이끌고 있는 메드베데프 대통령, 그리고 푸틴 총리와 동문이 된 것을 더욱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국과 러시아 두 나라는 아주 가까운 나라입니다. 한국에서는 수많은 학생들이 러시아 문학과 역사, 그리고 정치 경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 중 러시아 문학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자랑인 예브게니 므라빈스키와 발레리 게르기에프는 대한민국에도 잘 알려진 지휘자들이기도 합니다.

문화 예술의 도시인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도시 창건 300주년을 맞아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음을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도시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시 중심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에르미타쥬, 아름다운 궁전과 정원들, 세계 예술사를 장식한 차이코프스키·도스토예프스키·푸시킨이 활동한 도시, 신비로운 자연현상인 백야 등을 동경하며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오늘도 많은 한국민들이 찾고 있습니다.

나는 또한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역사적으로 숱한 난관을 극복한 '영웅 도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도시가 포위된 상황에서 물자수송을 위해 얼어붙은 라도가 호수 위로 생명의 길(doroga zhizni)을 뚫었다는 이야기도 알고 있습니다. 900여일의 봉쇄기간 동안 시민들이 겪어야 했던 추위와 굶주림 그리고 정신적 고통은 어렸을 때 전쟁을 경험한 나에게는 낯선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와 같은 고난의 시기에도 이 도시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연주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말대로 고통을 통해 구원에 이른다는 것을 러시아 국민들은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예술의 소중함을 잊지 않은 러시아인들의 정신세계는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오늘날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정치·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새로운 심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러 간 경제 협력이 날이 갈 수록 활발해지고 있고, 지난 6월부터 4억 달러 규모의 현대자동차 공장도 건설되고 있습니다. 나는 “유럽으로 열린 창”이었던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한국으로 열린 창”이 되길 희망합니다.

나는 이 도시의 발전에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가 중심에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러시아 대학들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이 대학은 졸업생 중에서 생물학의 파블로프, 문학의 브로드스키 등 노벨상 수상자를 8명이나 배출하였고, 대통령을 위시한 많은 정치적 지도자를 배출한 세계적 명문대학입니다. 이 대학처럼 견고한 학문 전통과 문화적 정신적 유산을 함께 간직하고 있는 대학은 세계에서 흔치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학 동양 학부는 유럽 지역 최고의 한국학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큐네르에서 홀로도비치로 이어지는 이 곳의 한국학 전통은 수많은 한국 고전 문학 작품을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토대가 되었고, 러시아와 한국의 상호이해를 촉진하였습니다.

◇21세기 세계와 러시아

존경하는 교수와 학생 여러분!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은 큰 전환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변화의 넓이와 깊이, 속도에서 과거와 견주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복합적이고, 입체적이기 때문에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 변화에 대응하고 변화를 관리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가 지구촌 전체의 운명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65억 세계인의 삶은 촘촘히 연결되고 있습니다. 금융, 무역, 과학기술, 인터넷, 환경, 기후 변화, 에너지, 핵무기, 식량, 테러 등의 문제는 국가의 테두리 내에서 해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조국은 지구"라는 인식이 이처럼 절실한 때는 이전에는 없었습니다.

21세기 신문명을 주도할 국가는 전인류적 전지구적 가치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닫는 국가입니다. 보편적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일치시켜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가입니다. 주권 개념을 폐쇄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공동 주권의 폭을 넓혀가는 국가입니다.

더 많은 자유와 더 많은 풍요, 더 많은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를 억누를 수는 없습니다. 21세기는 가장 많은 인구가 가장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도 책임, 신뢰, 안전, 관용, 배려 등이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원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러시아는 과거 수십년 동안 이 변화의 큰 흐름을 따라 왔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 강국 러시아의 위상을 재확립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을 품에 안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양쪽에 끼고 있는 러시아야말로 21세기 신문명을 주도해나가야 할 역사적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새 문명은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고 대서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유라시아 시대의 비전 속에서만 구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지구촌이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더욱 큰 책임감을 가지고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고 보다 평화롭고 보다 풍요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나는 특별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비전과 역할

교수와 학생여러분!

대한민국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지구촌 시대의 새로운 국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특히 유라시아 시대를 열어가는 데 있어 러시아와의 관계를 한층 격상시키고, 긴밀히 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는 분명하게 한국인들이 여러분에게 보내는 우정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한국인들은 인류 전체가 평화와 번영을 함께 누리는 위대한 21세기를 러시아의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스스로 '기적의 역사'를 써 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동쪽 끝 조그마한 반도에서 강대국들과 이웃한 한국은 그 지리적 위치로 인하여 1천회가 넘는 외침을 받아왔습니다.

지난 세기 초에는, 제국주의 야욕으로 한국은 35년에 걸친 식민통치의 수모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제2차대전의 종전과 함께 독립하였지만, 민족과 국토가 양분되고, 그로 인해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반쪽 난 국토위에 전쟁의 폐허뿐인 그 절망 속에서 한국 국민들은 건국 이후 지난 60년간 오직 피와 땀과 눈물로 경제규모를 750배나 키웠고, 1인당 GNP도 300배 넘게 늘렸습니다.

한국의 발전은 경제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자유와 존엄에 대한 한국인들의 열망은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 모범이 되는 민주주의를 꽃피웠습니다.

세계인들은 한국의 수도 서울을 가로지르는 강의 이름을 빌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인들은 이 같은 성취를 바탕으로 세계 사회에서 역할과 책임을 높여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나는 얼마 전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으로 '녹색 성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사회의 협력에 적극 동참하면서, 저탄소 배출형 경제구조 창출과 녹색 기술 혁명을 위해 힘찬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아울러 개방적 경제 협력, 다자간 안보, 테러와 빈곤 퇴치를 위한 전방위적인 국제 협력 외교를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21세기 신문명 창조의 동반자인 러시아 방문을 고대해 왔으며, 오늘 이 자리를 뜻 깊게 여기고 있습니다.

한국과 러시아의 만남은 아시아의 동쪽과 유럽의 서쪽이 만나고 태평양의 서편이 대서양의 동편과 조우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 두 나라는 유라시아 시대라는 비전을 공유하라는 역사의 부름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다시 발견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국교수립 이후 18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우리 두 나라 국민은 우호와 협력의 탑을 쌓아왔습니다. 이제 우리 한국과 러시아는 더욱 가깝고 긴밀한 동반자가 되어 더욱 큰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뛰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러시아 벗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메시지입니다.

◇분단을 넘어 상생과 공영의 공동체로!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여러분!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의 목표를 향한 힘찬 새 출발을 하는데 하나의 커다란 장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반도의 분단입니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은 단지 한민족을 남북으로 나누어 중무장으로 서로 대치하게 하는 분단의 철조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한반도의 분단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의 장애물일 뿐 아니라 태평양이 대서양을 만나고 아시아가 유럽과 하나 되는 것을 가로막는 ‘세계의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젊은이들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동방으로 다가가 서울의 벗들을 만나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육로로 우랄 산맥의 거대한 품에 안겨 러시아의 친구들과 재회하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합니다.

그 꿈에 다가가는 방법의 하나로 나는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조속한 시일 내에 연결되기를 희망합니다. TKR과 TSR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는 극동·시베리아 지역의 개발 사업을 촉진하여 러시아와 남북한 모두에 이익이 되고,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이 프로젝트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인적 물적 교류를 확대하여 유라시아 시대를 앞당길 것입니다. 유라시아는 한국과 러시아를 포함하여 세계 인구의 과반이 살고 있고, 세계 총생산의 1/3, 세계 무역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유라시아의 심장부(heartland)로서 '조화와 융합의 21세기'를 선도할 국가가 되려면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러시아와 한국이 비전을 공유하면서 함께 노력하여 유라시아 시대가 만개하는 날, 인류는 역사를 새로 쓰게 될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꿈과 도전

한·러 관계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 여러분!

미래는 새로운 꿈을 갖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자들의 것입니다. 시골의 가난한 집 아들로 태어나 고학으로 대학을 졸업한 나는 큰 꿈을 세우고 끝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했습니다.

나는 세계적인 시인 푸시킨의 시 한 구절을 좋아합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찾아오리니, 마음은 언제나 미래에 사는 것..." 어려운 역경을 만날 때마다 나는 이 시를 암송하면서 희망을 찾았고, 좌절하지 않고 매진하여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대학졸업 후 입사한 '현대'는 그 때만 해도 직원이 100명도 안되는 중소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27년을 일하고 회사를 떠날 때는 16만명이 일하는 자동차, 조선, 전자, 건설업계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나는 기업에서 일하는 동안 온 세계를 다니면서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동토의 시베리아, 적도의 밀림, 열사의 사막을 누볐습니다. 이름 없는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까지 중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진취적인 자세로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세계무대에 도전하고자 했습니다.

나는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 소신을 보다 많은 사람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마음먹고, 서울시장을 거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이루어 온 길을 '신화'라고들 했습니다. 그러나 신화는 없습니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성실하게 노력해 나간 결과일 뿐입니다.

나는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유명한 록그룹 가스 빅토르 초이(1962-1990)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의 가슴은 변화를 요구한다"고 외치며 개혁과 개방을 노래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조적으로 도전하는 정신, 이것이 이 자리에 있는 저와 여러분이 공유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생 여러분!

어린 시절 동해를 바라보며 미래의 꿈을 키워온 나는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여 도착한 러시아 서단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또 유라시아 시대와 한·러 협력의 당위성, 그리고 그 밝은 미래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여기 있는 젊은 대학생 여러분들이 미래 한·러 관계를 더 발전시켜 지구를 하나로 품는 웅대한 역사적 흐름을 창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합니다.

우리가 발트해를 바라보며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났듯이 힘찬 아침 해가 솟구치는 대한민국의 푸른 동해를 바라보며 서울에서 다시 만납시다.

감사합니다.

<끝>

정리=우은식기자 eswoo@newsis.com<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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