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16일 월요일 20시 45분 출발하는 대한항공 편으로 한국을 떠나 이튿날 새벽 1시에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강릉대 치대 학생들이 동행해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국 비행기 승객은 비교적 빨리 통과시키는 관례에 따라 무난히 공항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반 목사님과 따찌아나 사모님이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이르쿠츠크를 떠난 지 1년이 조금 지났지만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감회가 깊었습니다. 일단 교회로 향했습니다. 몹시 피곤한 상태였지만 교회 경비를 맡은 형제와 긴 대화를 나누느라 새벽 4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17일(화) 아침에 도착하기로 한 찬미가 오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되었습니다. 몸에 무리가 온 듯 한동안 상태가 안 좋았습니다. 이르쿠츠크는 심한 저기압 지역이라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체질이 안 맞을 경우 몸에 무리가 올 수 있습니다.
찬미는 12시가 다 되어서야 교회로 찾아왔습니다. 아침에 안개가 끼어 착륙을 못하고 이르쿠츠크 주 북부 도시인 부랴치스까 공항에 내렸다가 다시 왔다는 것입니다. 모두 4대가 착륙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러시아 비행기 3대는 다른 공항으로 회항하고 독일 비행기만 일정에 쫓겼던지 무리해 가며 착륙했다고 합니다. 모스크바 국립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찬미와 1년 만에 만나 무척 반가웠습니다.
낮에 이반 목사님과 교제를 나누었는데 휴가 중이라고 합니다(러시아는 휴가가 긴 편입니다). 미하일 목사님은 멀리 출타 중이어서 하루 더 있어야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반 목사님과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선교지에 머무는 동안 새로이 살림을 시작해야 하는 관계로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입했습니다. 배추를 파는 가게가 보여 김치를 담그기로 했습니다. 11년을 살았던 도시라 낯설지 않았습니다.
18일(수) 그동안 쌓인 피로로 오전 동안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심 때 미하일 목사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정이 바쁘다며 다음날 낮에 대화 시간을 갖자면서 수요일 예배 설교를 부탁했습니다. 러시아교회는 최소한 2시간 예배를 드립니다. 수요일 예배임에도 두 사람이 먼저 설교를 하고 이 선교사가 세번째 설교를 맡았습니다. 이번 러시아 방문을 하게 된 동기와 낙현교회 선교바자회와 후원 등 여러 한국 교회 협력에 대해 30분 정도 설교했습니다.
원주민 지역에 기도처(교회설립 예비 단계)로 사용할 땅 구입과 앙가라스크 제2교회 건축을 위한 헌금을 어느 정도 준비한 사실을 말하고 걸어갈 수 있는 곳에 교회가 있어야 한다. 특히 라이온(구나 군청) 소재지마다 꼭 교회가 세워지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선교사 설교가 마지막인 줄 알았더니 미하일 목사님의 요한복음 연속 성경공부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토론식으로 하는 성경공부를 통해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6시에 시작한 예배가 8시가 지나서야 끝났습니다. 한 시간 예배에 익숙한 한국 교회와 대조가 되었습니다.
사라 선교사가 김치를 담그기를 기다려 9시가 지나서야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벌써 김치 맛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밑반찬이 좀 있어 식탁이 풍성해 보였습니다.
19일(목) 낮에 미하일 목사님과 식사하면서 그동안 노회 소속 교회들의 흐름을 듣고 한국 의 협력교회들이 기대하는 선교계획을 브리핑했습니다. 먼저 앙가라스크 제 2교회 건축헌금은 이 선교사 가정 중심으로 준비해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여러 협력교회 후원과 후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원주민 마을 기도처 용도로 땅을 구입하는 계획을 말하자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도 언젠가 이곳에 교회가 서길 바라고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준데 대해 감사했습니다. 마침 이번 주일에 목표로 한 마을로 선교여행을 떠나는 분들이 있다며 먼저 현지상황을 알아보도록 당부하기로 했습니다.
낙현교회에서 선물한 찬양대 가운이 신기해 보였는지 자기 나라에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러시아 입국할 때 35kg이 넘으면 세금을 무는 관례기 있어 일부만 가지고 오고 나머지는 EMS로 부쳤습니다.
이번 주일은 이르쿠츠크 1번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다음 주엔 앙가라스크 제2교회 그 다음엔 우솔스카야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예배 참석 때마다 이 선교사가 설교를 맡기로 했습니다.
주간 중에는 원주민 마을 순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수년 동안 지원했던 빌치르 마을을 비롯해, 보한, 아사, 그밖의 여러 마을을 순회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기도처 구입하기로 한 마을은 멀지만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까지 관심을 갖고 방문할 예정입니다.
러시아에서 일 주일 이상 거주하려면 반드시 거주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오후에 미하일 목사님과 사라 선교사, 찬미가 동행해 신고를 하기 위해 우체국으로 갔습니다. 러시아 땅에서 공식적으로 선교 사역을 하려면 종교비자를 소지해야 합니다. 가능한 법적 절차를 지키는 것이 도리라 생각되어 이번에도 종교비자를 받아 사역이 더욱이 용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러시아 방문 기간 동안 좋은 결실을 많이 맺을 수 있도록 러시아에 살고 있는 여러 민족 그리고 원주민 종족들이 주님을 잘 알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계속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일(금) 제니스 목사와 전화 통화를 하자 도시밖에 거주하는 탓에 저녁 시간에 데리러 오기로 했습니다. 제니스는 평일에 일을 하고 주말과 주일에 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차를 운전하면서 지난 1년 사이에 교회가 많이 부흥되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오랜만에 제니스 집을 방문하자 두세살 남짓 어린 아이들까지 얼굴을 알아보고 반겼습니다. 제니스 목사 부인인 제냐 자매는 사라 선교사를 친정 엄마가 찾아온 듯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한국으로 가기 앞서 대부분 살림살이를 제니스 가족과 교회를 위해 선물했습니다. 집안에 들어서자 TV를 비롯해 낯익은 생활용품들이 보였습니다. 일곱 자녀를 둔 젊은 목회자 가정이라 더욱 관심이 쏠렸습니다.
사라 선교사가 직접 산 옷과 후원자들이 모아준 옷을 아이들에게 하나씩 입혀보고 신발도 신기자 좋아서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귀한 손님이 온다 해서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요리사인 제니스 목사만큼 제냐 자매도 요리를 잘해 식탁이 풍성했습니다.
제니스 목사는 목장에서 삽니다. 소와 말, 염소, 닭, 개도 몇 마리 있습니다. 본래 부친의 목장이지만 젊은 나이에 결혼해 많은 자녀를 둔 제니스 가족은 이곳에 있는 낡은 통나무집에서 동물들을 돌보며 아이들을 양육해 왔습니다. 아이들이 자연과 동물들 틈에서 뛰놀 수 있지만 집이 좁아 주방을 늘릴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앙의 부모 아래 자라는 아이들이 밝아보였습니다.
다음 주간에 청소년 집회를 겸해 지역 전도를 위해 여러 교회 청년 17명이 오기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작은 교회에서 이들을 대접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매월 보내기로 약속한 선교비를 직접 전해 주면서 이번 행사를 위해 얼마간의 경비를 지불했습니다. 제니스 목사는 큰 행사를 앞두고 기도만 하고 있었는데 이처럼 응답이 되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J청년이 대부분 주일 예배를 함께 드리고 선교비도 매월 주어 정말 감사하다는 말도 덧붙었습니다.
선교지에 도착한 지 한 주일도 안 되었지만 많은 새로운 소식을 많이 접하고 여러 가지 사역을 펼쳐나갈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낙현교회를 비롯해 여러 협력교회와 후원자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인터넷이 너무 느려 인사를 일일이 드리기 쉽지 않은 점 양해바랍니다.
이번 시베리아 방문 기간 동안 좋은 만남을 많이 갖고 아름다운 열매를 풍성히 맺을 수 있도록 기도바랍니다.
<사진설명> 이르쿠츠크 노회를 관장하는 미하일 이바노비치 목사님과 선교 일정에 대해 대화하고 있는 이 선교사
설교 통역과 만남의 순간마다 더욱 잘 전달하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학업중인 찬미가 와서 동역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