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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금) 오전 10시에 이르쿠츠크 북부 지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먼저 가는 동안 제니스 목사가 사역하는 우솔스카야 교회를 잠시 방문했습니다. 독일 건축가들이 지었다는 아름다운 목조 건물이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아직 내부 공사가 많이 남아 있지만 외형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좀더 가다가 미하일 목사님이 방문한 교회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남한 8배에 이른다는 이르쿠츠크 주 북부로 가기 위해 먼저 모스크바 가는 길을 따라 가다가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장거리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길이 평범한 2차선 차도였습니다. 더욱이 마을 중심을 지나게 되어 있어 더 지체될 때가 많았습니다.

일단 브랴스크란 이르쿠츠크 주 제 2도시로 향했습니다. 밤 10시가 지나서야 목적지인 브랴스크에 도달했습니다. 담임목사님이 멀리 출타 중이어서 할머니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해서 연락을 취했더니 전화 연결이 잘 안 되었습니다.

 

유명한 브랴스크 댐을 통과해 10시간 정도 가자 우스티 꾸트에 도착했습니다. 출발한 지 22시간 동안 중도에 잠시 식사하는 시간 외에 쉬지 않고 달린 셈입니다.

이 도시 교회 유리 목사가 이르쿠츠크로 갔는데 오후 4시 경에 온다고 하기에 잠시 쉬다가 아침을 먹고 밀린 잠을 잤습니다. 오후 2시가 지나 하나 둘 깨어나 일상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리 목사 부부는 38살 동갑네기라 합니다. 집이 크고 공간이 많아 여유 있어 보였습니다. 큰 아이가 10살 정도 되는데 남자만 셋 두고 있었습니다. 이 집에서 교제를 나누다가 토요일 밤을 보냈습니다. 외진 지방 도시에도 김은 물론 김말이까지 팔고 있어 새로운 문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서 가지고 간 밥통으로 밥을 하자 아이들이 깜짝 놀라는 것이었습니다.

 

주일 오전 10시 예배 시간에 맞춰 문화원으로 갔습니다. 큰 도시 문화원의 경우 교회로 빌리기가 쉽지 않은데 인구 4만 명 되는 작은 도시인 탓인지 문화원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유리 목사 가족까지 10명 정도 성도가 모였습니다.

예배 후 유리 목사 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유리 목사는 상당한 위치에 있는 공무원으로 급료도 보통 사람 몇 배나 됩니다.

 

오후에 1시간 반 거리 떨어진 스베즈다(별이란 뜻) 마을로 가서 성도들을 만나 찬양과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이 마을에도 성도 몇 분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밤 길을 달려 멀리 키렌스크를 가기로 되어 있어 일단 유리 목사 집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두 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저녁 식사 후 잠시 잠을 청했습니다. 키렌스크까지 가려면 길이 안 좋아 8시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머나먼 선교여행을 다니느라 잠자는 시간이나 잠자리가 일정하지 않고 식사도 지나는 길에 사 먹어야 하는데 값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키렌스크 가는 길은 대부분 비포장이라 시속 약 40km로 갈 때가 많았습니다. 키렌스크에 도착하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첫 예배 장소는 30분 정도 더 가는 마을이라 배를 두 번 바꿔타고 강을 건너야 했습니다. 넓지 않은 강이지만 다리가 없어 차량과 함께 배에 올랐습니다.

이 마을에 잘 지어진 교회가 있어 반가웠습니다. 성도들은 5명 정도 되었습니다. 담임 목사님이 계실 때는 40명까지 모였다고 합니다. 예배 모임을 가진 후 할머니 성도 집에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키렌스크로 다시 가는 중에 그만 차 타이어 뒷바퀴가 내려앉았습니다. 휠이 약간 휠 정도로 충격이 갔지만 비포장이라 속도가 느린 탓인지 큰 탈이 없었습니다. 유리가 임시 타이어를 장착해 키렌스크로 향했습니다. 성도들과 모임을 갖고 교회가 있는 마을로 돌아와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대강 잠자리를 만든 후 넷이 잠을 잤습니다.

 

이튿날 늦은 시간에 이 마을을 떠나 배를 두 번 갈아타고 먼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 조카가 사는 마을 근처 기차역에서 식사를 하고 유리는 기차로 집으로 떠났습니다. 30분 정도 더 가자 목사님 조카가 있는 집에 도착해 잠시 심방을 한 후 길을 재촉했습니다. 이제부터 험악한 길을 각오하고 이르쿠츠크로 향해야 한다는 말에 어느 정도 상태일까 궁금했습니다.

 

어떤 길은 시속 10km 유지해야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웅덩이가 나오고 커다란 돌이나 흙더미가 있는 곳이 많아 수시로 차에서 내려 어떤 방법으로 통과해야 할 지 가늠해 보아야 했습니다. 계속되는 비포장 길로 인해 흙먼지가 일어나고 자갈길을 지나느라 긴장 상태였습니다.

느린 속도로 장애물을 요리 조리 피해가면서 밤을 지새우고 아침이 되어서야 길이 좀 나아졌습니다. 대충 만든 다리를 넘어 아름다운 레나 강을 따라 가는 동안 경치가 좋았습니다. 이르쿠츠크까지 가려면 아직 8시간은 더 걸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제대로 된 식당도 없어 알혼 섬 입구 삼거리까지 계속 가기로 했습니다.

 

12가 지나서야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선교 여행 동행 차 연료와 식사비 대부분 저희가 감당하느라 경비가 많이 소모되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두 시간 길을 가는 동안 잠시 잠이 들었는데 깨어 보니 비가 내리는데 미하일 목사님이 차를 세워놓고 차 아래를 손보고 있었습니다. 맞는 연장이 없어 지나가는 차를 세워 몽키 스빠나를 빌려 차 아래에서 무언가 떼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엔진 아래 보호하는 철판 볼트가 몇 개 빠져 바닥에 닿은 탓에 마저 분리하느라 공을 들였던 것입니다.

 

이 상태로 달리자니 이번에는 약한 부품들이 일부 부서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상태로 드디어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무려 2700km를 다녔다고 하는데 비포장 길이 많아 70시간 이상 운전한 것 같았습니다. 옆에서 타고 다니기만 해서 송구스러웠습니다. 이르쿠츠크 지방 마을에는 목회자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목자 없는 양을 생각해 먼 길을 자주 순회하기 원하시는 미하일 목사님의 수고가 돋보입니다.

 

하지만 기름 값이나 식사비 등 경비가 많이 드는 탓에 교회 측에서는 두 달 이상 틈을 둘 것을 요구하고 어떤 지역은 만류하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2주 전에 비슷한 코스를 교회 부담으로 순회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 선교사가 경비를 맡아 달라고 하여 적지 않은 경비를 부담해 가며(이런 예는 처음) 먼 길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주일은 1번 교회에서 오전 예배를 드린 후 오후에는 발쇼이 레치까 주일 예배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화요일에는 빌치르 마을을 방문해 예배 모임을 갖고 시간이 되면 주위 마을을 더 둘러볼 계획입니다. 계속되는 선교 일정을 위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사라 선교사가 왼쪽 눈 1차 망막 박리 수술 후 3개월 동안 전혀 시력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선교지로 오던 날인 16일 2차 수술 후 약간씩 앞이 보인다고 합니다. 약 15년 동안 선교지에 살면서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눈의 나라에서 오래 살아서인지 시력에 지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완전한 회복까지 관찰해야 하ㅗ 추가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12년 동안 저희 가족이 살았던 집들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를 둘러볼까 합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세 자녀가 이 도시에서 스꼴라(초중고 합친 학교)를 졸업하고 이르쿠츠크 국립대학교를 모두 졸업했습니다.

또한 7번 음악학교 수업료가 과목당 만원이라 악기 수업까지 받았습니다. 특히 기성이는 피아노 전공 졸업생 가운데 성적이 가장 좋았습니다. 고교 졸업 때 수학 왕 상도 탔습니다. 이 도시에 제대로 갖춘 음대가 없어 물리학부에 진학했는데 이르쿠츠크 국립대학교 물리학부를 최연소로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 박사 과정으로 진학했는데 4학기를 마치도록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감사한 일뿐입니다. 이르쿠츠크 1번 교회와의 만남을 통해 폭넓은 사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선교지에서 더 아름다운 만남을 많이 만났으면 서로 위로도 되고 더욱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러시아 성도님들은 저희 가족을 잠시 만난 분들까지 이름을 기억하고 절 보는 순간 사라도 같이 왔냐고 묻습니다. 우리네 사람들도 이처럼 정감 있는 삶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아름다운 만남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질 소망합니다. 천사홈을 사랑하는 분들 그리고 후원과 기도해 오고 계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진설명> 이르쿠츠크 북부 1100km 떨어진 우스띠 구뜨 교회 담임 유리 목사와 함께-  금년 38세로 세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레나강을 중심으로한 항만청 고급공무원으로 급료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유리 목사와 함께 차로 10시간 걸리는 키렌스크

까지 동행했습니다.  우스띠 구뜨는 아직 교회 건물이 없어 문화원을 빌려 사용하고 있는데  교회 설립을 놓고 기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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