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만남의 순간
지난 주말 뜻밖의 손님들이 저희 집을 방문했습니다. 우리가 기증할 물품들을 보여 줄 겸, 한국인 형제가 제니스 목사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한번 만났으면 하기에 제니스 목사를 우리 집으로 초청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부부와 갓난아기 정도 올 줄 알았는데 전 가족이 방문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린 탓에 어디에 아이들을 맡기는 것보다 부모가 모두 데리고 오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가족 모두 저희 집 나들이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 가족이 모두 출동하기로 했다는 말에 서둘러 꼬마 손님맞이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순식간에 방문객이 여덟 명으로 늘어나 서둘러 슈퍼를 다녀오고 식사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좀 늦게 여섯 아이를 태운 조그만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남자 아이 넷, 여자 아이 둘, 뱃속에 일곱 째 아이가 좀더 자란 듯 임신한 모습이 눈에 띠었습니다.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해 일곱 명의 신자를 얻게 되니 가정이 곧 교회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도 유아원 겸 유치원 같이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집안을 이리 저리 휘젓고 다니고 신기해 보이는 물건을 만지고 몇 명은 피아노를 두르리고 요란법석이었습니다. 음식을 차려도 관심을 안 보이는 아이, 혹시 낯선 환경 속에 어린 아이 하나라도 다칠까봐 기성이가 줄곧 곁에서 지켜야 했습니다.
요리사인 제니스 목사의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재미있게 들렸습니다. 어떤 식당은 주방 일하는 사람들이 비싼 식자재를 훔쳐가기 때문에 감시와 도난이 교차된다고 한다고 합니다. 한국인 형제가 태권도 공인 4단이란 말을 듣고 놀란 제니스 목사- 그걸 이용하면 아이들 전도 정말 잘 할 수 있다며 감탄했습니다.
러시아 청소년들은 운동을 좋아하는데 태권도 가르쳐 준다고 말하면, 많이 모일 것이라며 기대감이 컸습니다. 제니스 목사와 몇몇 젊은이를 틈틈이 지도해 대신 가르치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제니스 목사는 마약 센터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청소년 시절, 여러 가지 경험을 한 탓에 청소년 사역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제니스 목사 부인은 건강하고 성격이 쾌활해 많은 아이들을 품은 엄마답게 여유가 잇어 보였습니다. 저희 가족이 11년 동안 이르쿠츠크에서 살면서 갖춘 살림을 대부분 이 가정에 기증하고 안식년 후 필요에 따라 새로이 준비할 생각입니다.
사라 선교사는 정말 필요로 하는 곳에 그동안 애용하던 살림살이를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대부분 이 가정으로 보낼 예정입니다. 피아노도 가져가겠냐고 물았더니 교회 피아노 상태가 안 좋아 교회에 두고 싶은가 봅니다.
입던 옷과 보관 중이던 옷을 비롯해 여러 가지 물품들은 1번 교회에 맡겨 필요로 하는 곳에 나누어 주기로 했습니다. 교회에 필요한 물품도 몇 가지 챙겨 보내기로 했습니다. 책은 멀리 보내기로 했습니다. 우리네 젊은이들이 그동안 우리와 교류가 있었다면 작은 도서관을 꾸밀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게 생각됩니다.
저희는 선교지에서 14년 동안 지내는 동안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는 말씀을 지침으로 삼아 주는 것을 기쁨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후원자들의 기대하는 것 또한 사랑과 복음을 나누어 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카작을 철수할 때도 영국 선교부가 운영하는 샬롬 스쿨에 몇 가지 물품을 기증했더니 놀라는 것이었습니다.
제니스 목사는 교회가 있는 우솔 시비르스크 마을로 이사하려면 매달 6000루블(한화 24만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한국인 형제가 절반을 부담하기로 하고 혹 좋은 후원자를 만나게 되면 모두 자신이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10년 전 젊은이가 총각이었던 시절, 많은 방문자들과 함께 저희 집을 방문하겠다고 하면 기꺼이 식사 대접했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새댁이 선교지로 오면서 우리와 더 가까워질 줄 알았습니다(식사 초대힌 자리에서 새댁이 목사님 댁이 있어 좋네요 하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이 무렵부터 점점 뒤로 물러서더니 비난의 화살을 퍼붓기 시작하더군요. 이렇게 변모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자세히 알 수 없답니다.
나이 든 목사와 교류하게 되면 자기 존재가 작아(?) 보이게 되고 부인 또한 새로운 사실을 점차 알게 될 지 모른다는 부담을 가진 것도 같고- 굳이 예민하게 생각할 부분이 없는 것 같은데- 그냥 잘 지냈으면 모두에게 유익한 만남이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시키지 위해 열심히(?) 노력한 듯 시일이 흐르면서 점차 멀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직 아이들도 어린데(10년 가까이 가족 간에 만난 적이 아직 아이들 얼굴 본 적이 없답니다) 수년 째 떨어진 채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안타까울 듯- 조만간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답니다(장기 비자를 받은 사람들이 있어서 비자 문제를 이유로 내세우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자꾸 말을 둘러대다가 양치기 소년처럼 점차 불신을 살 수 있답니다. 나중에는 어떤 말도 선뚯 믿으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5월 협의회 까페(http://cafe.daum.net/irkmc) 기도제목에 <박종수 - 사모님 순산을 위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대개 만삭일 때 이런 기도를 당부하던데 예정일까지 썼으면 더 좋을뻔 했습니다. 지금은 비회원 까페 접근을 막아 기도제목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기도제목이라 천사홈에 소개합니다. 첫째 아이가 난산이었고 산모 나이가 적지 않은 상태에서 가진 세째 아이라 <순산을 위해> 관심을 갖고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선교사에게는 현지인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특히 현지인 지도자들과 좋은 만남을 통해 적절히 돕고 지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니스 목사는 이제 만 30세라 앞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넉넉지 않은 환경 속에서 여섯 아이를 양육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게 생각됩니다.
누가 제니스 목사는 자식 욕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기에, 그런 시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신앙 가정이 많은 자녀들 거느려야 한다는 사명감 탓으로 보아야 한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정을 돕는다면 이또한 보람된 일이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사랑스런 여섯 천사들- 이제 곧 일곱 천사(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보입니다) 모두 주님의 은혜와 돌보심 속에 건강하게 잘 자라나 부모와 이 가족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기쁨이 되길 바랍니다.
제니스 목사 가정과 사역을 위해 그리고 자녀들의 성장에 관심을 갖고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설명> 제니스 목사 가족이 저희집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