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목) 낮 11시 미하일 목사님 차로 빌치르, 노보 레니노 마을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목사님 차가 20분 정도 지나 도착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슈퍼에 들려 먹거리를 좀 준비하고 미하일 목사님 차량으로 원주민 마을 향했습니다.
시베리아 곳곳에 봄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도심을 벗어나 차량이 드문 2차선 길을 따라 가는 도중에 진달래가 보였습니다. 한국에만 있는 줄 알았던 진달래 꽃이 시베리아에서도 핀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얼마 안 가서 눈보라가 몰아쳤습니다. 북쪽으로 가는 길이라 다시 겨울이 온 듯- 길이 멀어 물과 쵸콜렛, 식사 대용 빵 등 이동 중에 먹을 것도 미리 챙겼습니다. 물론 미하일 목사님 몫도 챙겨 드렸습니다.
오후 1시쯤 주유소 매점에서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탓에 대부분 주유소에 간이식당 겸 매점이 있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20분 정도 쉰 다음에 길을 떠났습니다. 먼저 노보 레니노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길을 가는 도중에 나무로 이상한 것을 세우는 것이 보였습니다. 바로 샤만이 복을 빌기 위해 만드는 것입니다. 나무 기둥 두 개가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데 “솟대”라고 합니다. 샤마니즘을 신봉하는 자들이 복의 통로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이런 것이 과연 필요할까요.
빌치르 마을을 지나면 비포장 길이 나옵니다. 20km 정도 비포장 길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니 3시가 넘었습니다. 약 220km 정도 되는 길을 무려 3시간이 훨씬 지나 도달한 것입니다.
뾰드르 가정에서 모임을 갖는데 부랴트 종족 할머니 성도 두 분이 참석했습니다. 기성이= 바아올린 반주에 맞춰 찬양을 했습니다. 이 선교사가 누가복음 3장을 본문으로 설교를 했습니다. 다음에 미하일 목사님이 이어서 설교를 했습니다.
일리야가 노동을 하면서 집안일을 거들어 전보다 살림도 늘고 부모도 건강해 보였습니다. 할머니 성도 손자(다니엘)가 쥐에게 물려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합니다. 기독교 신자를 눈엣가시처럼 보고 있는 샤만(무당)이 이단(?) 종교를 믿었기 때문에 저주가 임한 것처럼 몰아부친다고 합니다. 할머니 성도님이 아이 엄마가 임신 중인데 일이 좋은 일감과 태중의 아기 그리고 다니엘의 회복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동안 예배 모임에 빠졌던 할머니 성도님이 오랜 만에 참석해 반가웠습니다. 정말 하늘의 별 같은 성도들입니다.
미하일 목사님은 이 선교사가 엘란트에서 설교한 내용이 너무 감동을 줄 내용이라 생각했던지 자주 인용합니다. 뾰뜨르(이 선교사 러시아 이름) 설교 중에 빛이 하나일지라도 어둠의 존재 천이 못이긴다. 빛은 언제나 승리자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부랴트 종족 인구 1000명 당 기독교 신자가 1명 꼴입니다. 따라서 아예 신자가 없는 마을도 많고 신자가 많은 곳이라도 주민 1000명당 3명을 넘기 어렵습니다. 정말 땅끝 선교의 현장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예배 모임이 끝나고 식사를 하는 중에 일리야가 일을 마치고 왔습니다. 밖에 나갔다가 일리야가 막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준비해 간 손목시계를 선물했습니다. 사라 선교사는 커다란 가방에 옷과 담요를 챙겨가 일리야 집에 선물하자, 그동안 준 옷들을 자기들이 잘 입고 있다며 그동안 받은 여러 가지 옷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리야에게 러시아판 기독교 강요를 선물하면서 꼭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일리야 동생은 2년제 전문대학에서 경리 과정을 전공 중인데 올 여름에 졸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열심히 공부해도 취직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7시가 다 되어 뾰뜨르 성도 집을 떠나 빌치르 마을로 향했습니다. 전에는 10여 명씩 모였는데 최근들어 많이 줄었습니다. 기성이의 바이올린 반주로 찬양을 여러 곡 불렀습니다. 삼손 전도사 부인인 예칼젤리나는 음악 선생님이라 노래를 아주 잘 합니다.
우체부로 일하던 중에 개에게 물려 몸이 많이 상한 율라 성도님도 왔습니다. 괴혈병에 걸린 듯 온 몸이 검게 변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 선교사 디모데후서 3장을 본문으로 설교를 하면서 네가 뉘게서 배운 것을 알며- 라는 구절을 강조했습니다. 멀리 동유럽에 있는 자가 몇 차례 방문한 것을 가지고 지금까지 자기 선교지(?)라고 우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흐름에도 질서가 있다. 한 때 자기를 잠시 가르친 자가 있더라도 오늘날 자신을 지도하고 돌보는 분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삼손은 한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순수한 동기로 한국 교회를 경험하고 여러 가지 배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러시아 침례교단 소속 전도사를 자신의 제자이자 지교회 담임인 양 내세우는 일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이 부분에 관해서는 추후 자세히 기록하겠습니다).
우리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가 안식년을 보낸 후 다른 도시로 갈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석별의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언제라도 다시 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잊지 않고 기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예배 후 차린 저녁을 먹고 교제를 나눈 후 11시가 다 되어서야 길을 떠났습니다.
아사 마을 스베뜨라나 성도가 지나는 길에 꼭 들려 달라고 해서 약 20분 정도 걸리는 아사로 향했습니다. 거의 다 도착할 무렵 차가 고장이 나고 말았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엔진 쪽을 살피더니 전선이 하나 끊어진 걸 발견하고 잇자 차량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11시 반 가까이 되어 스베뜨라나 성도 집을 방문했습니다. 아들 미샤와 둘이 살고 있는데 우리가 올 걸 알고 저녁상까지 차려놓았습니다. 예를 지키기 위해 조금씩 먹고 30분 정도 머물렀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이 선교사에게 이 가정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해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향했습니다. 어두운 밤길은 차량을 빨리 몰 수 없어 낮이면 2시간에 갈 수 있는 길을 3시간이 걸려 도착했습니다. 새벽 3시에야 무사히 집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찬미가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졸업 논문 발표 성적 5점(A)받은 것이 자신이 보기에도 좋은지 무척 밝아보였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은 아침에 노 목사님과 북부 지역 멀리 떨어진 마을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넓은 시베리아 원주민 마을을 순회하는 미하일 목사님에게 성능 좋은 차가 꼭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설명> 빌치르 교회 성도님들과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