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많이 왔습니다. 시베리아의 겨울은 이처럼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순을 내기 시작한 나무들도 오랜 경험을 통해 추위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해 겨울이 빨리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주일에는 이르쿠츠크 1번 교회 성찬식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러시아 교회는 매월 첫 주일 성찬식을 가지는데 주일학교 발표회가 있어 한 주 늦추었습니다. 러시아 교회는 성경적인 전통을 따르기 위해 하나의 빵과 포도주를 사용합니다. 커다란 빵을 놓고 기도한 후 조각을 내어 나누어 줍니다. 이어서 성찬 잔 또한 커다란 잔을 가지고 여러 사람이 한 모금씩 마십니다. 입술이 닿은 자리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남녀 성도가 모두 참여합니다. 립스틱이 묻기도 하고 침이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개의치 않고 모두 참여합니다.
첫번째 설교자는 경찰 간부인 아나똘리 집사님이었습니다. 경찰의 힘이 어느 나라보다 강한 러시아에서 경정 계급인 집사님이 여러모로 힘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칼 호수에서 내려오는 물이 유난히 찬 탓에 건강에 다소 지장이 있는 목사님들이 침례(세례)를 주기 위해 물 속에 오래 머물 수 없는 현실을 감앙해 주로 아나똘리 집사님이 침례(세례)를 맡습니다. 성찬식이 있는 주일은 두 시간 예배도 길지 않습니다. 아나똘리 집사님이 30분 이상 설교를 한 탓에 다음 순서가 늦어졌습니다. 성찬식에 이어 시낭송, 특송, 찬양대 찬양 등 예배 순서를 따라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10시에 시작한 예배지만 이 선교사 설교를 하기 위해 강단에 섰을 때 11시 20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빌립보서 3장을 중심으로 20분 정도 다른 예배 때에 비해 짧게 설교를 했습니다. 러시아는 교역자가 적고 국토가 넓어 교회가 없는 마을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이르쿠츠크 1번 교회 사역 반경이 1000km 정도 됩니다. 어떤 지역은 차량 통행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 선교사도 그동안 십 여 개의 마을을 순회했습니다. 시베리아 원주민들은 대부분 샤마니즘에 젖어 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배 후 주일학교 학생들이 예쁜 주머니를 손에 들고 밝은 표정으로 오가는 것이었습니다. 러시아를 사랑하는 오 권사님이 가이드포스트를 꾸준하게 보내오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책자와 함께 부활절 장식이 있는 주머니 30개를 보내왔습니다. 빈 주머니만 선물할 수 없어 쵸코렛과 과자 등 선물 꾸러미를 만들었습니다. 30개로는 부족해 보여 다른 주머니를 구해 40개를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러시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킨데르(계란 모양으로 된 쵸콜렛으로 내부에 예쁜 장난감이 들어 있음. 개당 약 1500원)까지 넣었습니다. 지난 주 발표회 후에 나누어 준다고 했는데 한 주 늦게 선물한 모양입니다.
한국 교회 미래를 좌우할 주일학생들이 너무 적어 앞날이 걱정되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작은 교회는 주일학생이 아예 없기도 하고 몇 안 되는 주일학생을 위해 담당 전도사를 두는 일이 쉽지 않다는 말도 하더군요. 교회마다 총력을 기울여 주일학교 전도에 힘써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러시아 교회는 어른들이 교회올 때 주일학생과 함께 옵니다. 따라서 주일학생들이 중도에 이탈하는 일이 중도에 이탈하는 일이 적은 편입니다. 이르쿠츠크 1번 교회의 경우 첫 번 설교가 끝난 후 주일학생들을 따로 모아 성경공부와 친교 시간을 가집니다. 지휘자이자 주일학교 교장인 자매는 미하일 목사님 조카입니다.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만나면 반갑고 서로를 위해 미소를 지를 수 있어 좋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인 크리스챤들을 얼굴조차 보기 힘든 현실이 안타깝게 생각됩니다. 어쩌다 마주쳐도 인사하는 일조차 주저하는 우리네 젊은이들과 비교가 되고 있습니다.
선교지는 국가를 초월한 만남이 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폭군 히틀러가 많은 러시아 국민들을 죽였지만 대신 독일 교회가 러시아 교회 부흥과 러시아 선교를 위해 많은 헌신적인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제니스와 다른 형제가 옴스크 신학교에 유학해 3년 동안 신학 수업을 하고 왔습니다. 4년 과정 수업을 3년으로 압축한 탓에 힘든 수업을 감내해야 한다고 합니다. 옴스크 신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신학생들을 독일교회가 지원하는 장학 해택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14년 전 저희 가족이 카작에 있을 때 알게 된 사실입니다. 러시아 목사님이 약 800명이나 되는 성도를 대상으로 목회를 하셧다고 합니다. 개방될 무렵 러시아 목사님이 은퇴하시고 다른 나라로 떠나셨다고 합니다, 이때 독일교회가 800명의 성도를 수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교회를 지어 주어 영혼의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이 교회 예배를 참석해 찬양대가 찬양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야말로 승리의 찬양이었습니다. 가난한 나라라 전기와 난방조차 제대로 안 들어오고 일자리가 줄어들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현실임에도 기쁨과 환희의 찬양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러시아 교회를 통해 오랜 고난을 이기고 승리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주 설교 시간에 이르쿠츠크 1번 교회 110년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두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기나긴 고난의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많은 순교자를 낳은 교회임에도 역사 속에 잊혀가고 있는 사실이 아쉽게 생각되어 이런 부탁을 했던 것입니다.
한국 교회도 성령님의 감화와 인도하심을 따라 대립 관계를 벗어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겠습니다. 선교지에서도 그리스도의 지체다운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선교지 교회와 한국 교회를 사랑합니다.
사진설명> 이르쿠츠크 1번 교회 성찬식 모습-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고난당하심과 살과 피를 기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