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부랴트 종족 빌치르 마을 방문하던 날 노보 레니노 마을도 찾아갔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노보 레니노 마을 이야기를 뒤로 미루었습니다. 빌치르 마을에서 약 40km 더 가야 노보 레니노 마을이 나옵니다. 겨울 동안에는 넓게 얼어붙은 강을 건널 수 있어 5km 정도로 거리가 훨씬 줄어듭니다.
노보 레니노 마을 근처에 강물이 가둬지는 곳이 있는데 얼핏보면 저수지처럼 보입니다. 이로 인해 노보 레니노 마을을 방문하려면 멀리 돌아가야 합니다. 아직 겨울이 한창이라 얼어붙은 강을 차로 건널 수 있었습니다.
노보 레니노 마을에는 삼손 가족과 비슷한 시기에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한 뾰뜨르 가족이 있습니다. 부인, 아들과 딸 넷 모두 신앙 가족이라 부랴트 종족으로는 보기 드문 케이스입니다.
5년 전 이 선교사가 미하일 목사님과 함께 이 마을을 방문했을 때 일리야를 눈여겨보았습니다. 이 만남이 계기가 되어 고교 졸업을 앞두고 신학교 진학을 권했습니다.
일리야는 이르쿠츠크에서 기차로 50시간 정도 걸리는 옴스크 신학교에서 2년 간 신학 수업을 받았습니다. 옴스크 신학교는 독일 크리스챤 형제들의 장학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모든 신학생들이 무상으로 수업받는 곳입니다. 대신 방학 중에 집에 다녀갈 교통비와 매월 개인적으로 필요한 경비를 저희가 지원했습니다.
일리야는 2학년을 마치고 학업에 적응이 잘 안 되었던지 휴학을 했는데 이 중에 군에 시기에 군에 입대했습니다. 군에 간 지 얼마 안 있어 의가사 전역을 했습니다. 러시아 군대는 인력이 많아서인지 조그만 이상이 보여도 전역을 시키나 봅니다. 오래 전 저희 교회 전도사로 있던 안톤도 군에 입대한 지 얼마 안 되어 의병 제대했습니다.
그동안 일리야가 신학교로 복학을 하지 않아 아쉽게 생각해 왔습니다. 이번에 만나 보니 병약한 부친을 대신해 집안 살림을 도맡고 있었습니다. 특히 대학교에 다니는 여동생 뒷바라지를 하느라 목재소에서 힘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일리야와 헤어지기 앞서 언제라도 복학을 하겠다면 우리가 계속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날 뾰뜨르 가정에서 작은 고민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살고 있는 집이 무허가인데 일정 기간 안에 허가를 받지 않으면 모두 정부에 귀속된다는 것입니다. 집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측량을 먼저하고 토지와 가옥 등록비를 내야 하는데 가난한 뾰뜨르 가정에서 감당하기에 만만치 않아 보이는 액수였습니다.
이날 가지고 간 비상금을 뾰뜨르 손에 지워주면서 이 돈이 기초가 되어 측량을 하고 등록도 무사히 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반 목사님도 부족한 액수는 자기에게 말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뾰뜨르 가정을 중심으로 한 노보 레니노 마을 사람들의 꿈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루속히 자기 마을에도 <기도의 집>(교회가 설립되기 전 단계- 교회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함)이 세워지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노보 레니노 마을에 교회나 기도의 집이 서게 될 경우, 뾰뜨르 가정이 소지한 땅을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머지않아 이런 날이 오게 되리라 믿습니다. 2년 전 여름에 이 마을에서 여름성경학교가 열렸습니다. 이때 무려 40여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매주 모일 교회가 없어 그 열기가 지속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뾰뜨르 가족 외에 할머니 성도님 두 분이 성경 모임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마을 사람이 샤먀니즘에 속해 있습니다. 할머니 성도님들은 마을 사람들이 외면하는 기독교 모임에 다닌다 해서 저주(?)받을 수도 있다고 겁을 주기도 하고 심지어 따돌리기까지 당한다고 합니다. 부랴트 종족 마을에는 대부분 샤만(주로 남자 무당)이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틈틈이 샤마니즘 지역을 순회하면서 설교와 기도 또는 상담을 통해 힘을 실어주기 원했습니다.
멀리 한국에서 온 선교사가 부랴트 마을을 순회하는 모습이 신기한 지 더욱 반가워했습니다. 러시아에 살고 있는 여러 종족들도 삼성이나 LG같은 한국 상호에 익숙해 있습니다. 러시아 아이들은 한국을 가리켜 쵸코파이 나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순회 선교를 떠나기 앞서 과일이나 음료수 등 먹거리를 챙기는데 쵸쿄파이도 필수적으로 준비합니다. 모임이 끝나고 식사를 한 후 얼어붙은 강을 건너 이르쿠츠크로 돌아왔습니다.
이반 목사님이 새로 구입한 일제 차 성능이 좋아 이전보다 훨씬 편안한 선교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평소 찬미와 다녔는데 처음으로 기성이와 동행했습니다.
세계 선교의 최일선 가운데 하나인 부랴트 종족 지역 선교를 위해 관심을 갖고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설명> 부랴트 종족 마을에 있는 쉬꼴라(초중고)- 러시아는 전국에 걸쳐 고교까지 무상 수업을 실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