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솔 시비리스크 교회 방문기
지난 주일(17일) 우솔 시비리스크 교회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도시 외곽에서부터 약 100km 떨어진 곳으로 제니스 목사님이 사역하고 있습니다.
아침 9시 경 저희를 실으러 이르쿠츠크 2번 교회 다니는 청년이 몰고 온 승용차에 제니스 목사도 함께 있었습니다. 승용차라 셋만 더 탈 수 있는터라 기성이는 이르쿠츠크 1번 교회 반주 약속이 있어서 버스로 가기로 했습니다.
도로가 잘 되어 있고 한산한 편이어서 1시간 20분 정도 걸려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지난해 초에 방문한 기억이 남아 있는 탓인지 우리를 알아보는 성도님들도 있었습니다.
우솔 시비리스크 교회는 역사가 40년이 넘었지만 교역자가 빌 때가 있어 큰 부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새로 담임을 맡은 제니스 목사도 사택이 없는 탓에 멀리 떨어진 이르쿠츠크에 살면서 오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11시 예배에 맞춰 약 30명의 성도님들이 출석했습니다. 교회에 낡은 피아노가 있지만 반주가 없어 연주할 일이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이 선교사가 한국 찬송가와 러시아 찬송가에 모두 있는 곡(내 주의 도 첨받는 날)을 반주하며 함께 찬양을 했습니다.
두 시간 이상 예배를 드려야 하는 전통에 따라 이날은 이 선교사와 담임 목사 모두 해야 했는데 이 선교사가 첫 설교를 맡아 아 교리적인 설교를 했습니다. 찬양대가 없는 대신 시낭송 시간은 있었습니다. 큰 교회는 찬양의 시간이 많고 간증, 특송, 기도시간도 여러 차례 있지만 이 교회는 설교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사전에 아픈 아이가 있다고 들었는데 젊은 엄마가 갓난아기를 안고 왔습니다. 탈장 증세가 심한 것 같았는데 이 선교사가 아기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했습니다. 필립이란 이름이 남자 아기로 생후 두 달이 채 안 되어 보였습니다. 여러분들도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배 후 주일학생들에게 쵸코파이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몇몇 성도들과 식사를 나누며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이날 식사는 사라 선교사가 준비해 온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교회 요리사가 아파서 나오지 않은 탓에 아무런 준비를 못한 상태였는데 우리가 준비한 볶음밥과 쵸코파이, 과일, 비스켓 등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제니스 목사는 한 달 전에 여섯 번 째 아이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제 서른 살 정도인데 자녀가 4남 2녀입니다. 천국 확장을 위해 수고하고 있는 모범 가정이라 생각됩니다. 운전한 청년은 1주일 전에 둘 째 아기가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날 젊은 러시아 목사의 고민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남자 성도가 없어 교회 균형을 이루기 어렵다. 이날 남자라곤 할아버지 한 분과 중년 남자 한 분이 참석해 중도에 나간 것이 전부입니다.
교회가 도시 외곽에 있어 지장이 많다고 합니다. 우솔 시비리스크는 10만 명 이상 거주하는 비교적 큰 도시인만큼 여유가 되면 인구가 밀집된 지역으로 옮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가용이 있는 경우가 드물고 대중교통마저 잘 닿지 않을 경우 도보에 의존해야 합니다. 사실 러시아 교회에 봉고차가 있으면 정말 많은 일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인들이 대부분 은퇴한 할머니들이라 헌금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저희 또한 여건이 허락하는 만큼 우솔 시비리스크를 지원했으면 합니다. 혹 이 교회 지원을 목적으로 헌금하는 후원자가 있다면 저희가 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제니스 목사는 요리사입니다. 사례를 기대할 수 없는 교회 담임 사역을 하면서 여섯 아이들을 키우는 원동력은 평소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기 때문입니다. 성격이 쾌활하고 메시지도 강력해 정말 장래가 촉망되는 목회자라 생각됩니다.
교회 앰프가 필요한 지 물었더니 꼭 필요하다고 말해 저희가 사용하던 앰프 세트를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니스 목사가 자기가 우리 가족을 초대해 러시아식 요리로 대접하고 싶다고 하여 기까이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작은 유치원마냥 여섯 아이가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제니스 목사 가정 방문이 기대됩니다.
넓은 러시아 땅 곳곳에 교회가 세워지고 찬양이 울려퍼지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사진설명> 우솔 시비리스크 교회에서 설교하는 이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