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솔 시비르스크 교회에서 설교하는 이 선교사- 정면에 보이는 분이 제니스 목사 임직 예정자>
30세 미만에 다섯 자녀를 둔 현지인 목회자 제니스
이르쿠츠크 위성도시의 하나인 우솔 시비르스크는 이르쿠츠크에서 서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곳으로 주민이 15만 명 정도 됩니다. 주일 예배 인도를 위해 약속한 8시 반에 맞춰 출발 준비를 했습니다.
교회 담임 전도사인 제니스와 이르쿠츠크 1번 교회 성도가 차량을 가지고 데리러 왔습니다. 7인승 일제 봉고차인데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미하일 목사님 차를 이용할 때와 달리 여러모로 편했습니다.
차는 시내를 벗어나 앙가르스크 쪽으로 향했습니다. 앙가르스크는 약 30만 명이 거주하는 큰 도시로 이르쿠츠크에서 약 70km 거리에 있습니다. 길 양쪽이 숲으로 되어 있어 경관이 보기 좋았습니다.
본래 제니스 전도사가 가족과 함께 가야 하는데 요즈음 어린 아이들이 자주 아프다고 합니다. 더욱이 면허 정지 중이어서 혼자 갈 수 없는 처지입니다. 제니스는 아직 서른이 채 안 되었는데 아이가 무려 5명이나 됩니다. 21살에 결혼하여 거의 1년에 한 명씩 아이를 낳아 하나님의 나라 백성 늘리는데 공헌을 많이 했습니다. 이제 큰 아이가 7살이라 합니다. 러시아 독실한 크리스챤들은 이처럼 사명감을 가지고 자녀를 많이 둡니다. 선교사라 할지라도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려면 최소한 3명은 되어야 말이 통할 수 있습니다(저희는 제니스 지금 나이보다 늦게 출발해 2남 1녀를 두었습니다. 조금은 말 상대가 되죠).
찬미는 제니스가 아직 젊은 나이에 약간 대머리라 신경이 쓰인 듯- 결혼을 빨리 하면 저렇게 머리가 벗겨지냐고 묻자 옆에서 그럴 리는 없고 유전적이거나 다른 이유가 있겠지 하고 답하더군요. 많은 자녀를 두고 하나님 앞에 헌신하는 열정의 전도자가 보기 좋았답니다.
3개월 전 교회를 가던 중에 앞차를 추월하던 장면이 카메라에 찍혀 4개월 면허정지 당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법을 좋아하는 나라입니다. 러시아 유행어 가운데 “아침에 눈 뜨면 법이 바뀌어 있다”란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어떤 법이 생겨서 시범적으로 운영할 때 걸리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다음날 그 법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일단 적용된 법은 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 차를 이용해 교회를 오가야 합니다.
집이 곧 유치원 같겠다고 했더니 그렇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면서 아이를 많이 둘 경우 결혼이 빠른 게 좋겠다는 경험담도 늘어 놓았습니다. 러시아 목회자들은 거의 대부분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례비를 받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제니스는 요리사라고 합니다. 케이크도 만들 수 있고 주로 생선 요리를 한다고 합니다. 아빠가 요리사라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겠다고 말했더니 평소에는 엄마가 하고 특별한 날에만 자기가 한다며 아이들 기호에 맞춰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자기들 입맛에 맞아야만 잘된 요리라 생각한답니다.
교회를 가던 중에 할머니 성도 두 분을 태우고 우솔 시비르스크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난방이 고장난 탓에 추위 속에 두 시간 동안 예배를 드렸습니다. 찬양대가 없고 중간에 특별순서(이 나라는 대부분 시 낭송 여러 차례 특송과 기도 시간이 있음)가 적어 대신 설교를 길게 해야 합니다. 보통 주일 예배 때 2사람 이상 릴레이로 설교합니다. 이 교회는 설교자가 제니스 혼자뿐이라 1시간 이상 설교해야 하고 중간에 특별 순서도 적어 무척 힘들다고 합니다(러시아 교회는 최소한 2시간 이상 예배를 드립니다).
이 선교사에게 몇 번째 설교를 하겠냐고 묻기에 먼저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누가복음 3장 4절에서 6절을 본문으로 주의 길을 예배하라는 주제로 예수님께 쉽게 올 수 있도록 장애를 제거하자는 내용 생명에 대해 폭넓게 설명했습니다. 약 40분 설교한 후 다음 설교자를 위해 마무리했습니다.
기도와 찬양 후 두 번째 설교자로 운전해 온 지마 성도가 메시지를 전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짧았습니다. 그러자 담임 전도사가 찬양 인도 후 아직 시간이 남았다며 20분 정도 더 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담임 교역자가 마지막 주자로 나서거나 자기 차례가 안 오기도 합니다. 과거에 어떤 설교자가 2시간 동안 설교를 했는데 시계가 없어 마음 놓고 했다나요.
성도들이 더 있는데 교회가 난방이 안 되어 못 오는 성도들도 있고 연세 많은 할머니들이 많아 때로는 심방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번 주일에는 15 명 정도와 주일학교 10명 이내 참석했습니다.
제니스 전도사가 이 지역으로 이사오면 사역이 더 활발해지겠지만 당장 집을 살 수도 없고 비싼 임대료를 내고 살아가는 일이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더욱이 일거리가 가까이 있어야 하는 관계로 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러시아 목회자들의 고충을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예배가 끝나고 식사와 교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니스 전도사는 멀리 옴스크 침례교 신학교에서 3년 간(4년 과정을 3년으로 압축) 숙식을 하면서 신학 수업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많아 약 50시간 걸리는 기차 여행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저희가 몇 차례 교통비를 보조해 주었는데 성도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함께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졸업논문으로 예정론의 두 갈래에 대해 썼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이 선교사가 장로교 목사여서 칼빈주의에 조예가 깊다고 했더니 침례교 신학교 출신 중에 상당수가 칼빈주의에 젖어 있는데 자기도 그렇다며 반가와 했습니다. 장로교와 침례교 차이가 무엇인지 묻기에 일단 세례와 침례가 다르고 교리적으로 차이가 뚜렷하다고 말하자, 세례 방식은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며 예정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고 하여 하나님의 작정과 예정, 섭리 부분에 대해 설명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리를 같이한 할머니 성도들도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자주 만나 이런 저런 것을 묻고 싶나 봅니다.
다음 주 제니스 전도사 목사 임직식이 있다는 말에 손님 접대용으로 사용하라고 얼마를 주었습니다. 혼자 사역하자니 너무 힘들다며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에 이 선교사 비자 기간이 짧아 당장은 어렵지만 시간이 되는 대로 자주 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할머니 성도 세 분과 함께 다시 지마가 운전하는 차를 탔습니다. 도중에 성도들을 내려드리고 곧장 집으로 향했습니다. 길이 평평하고 도로가 좋은 편이어서 무리가 없었습니다.
집에 오니 오후 4였습니다. 6시에 기말고사 관계로 함께 가지 못한 기성이 주일 예배를 드릴겸 예배 시간을 가졌습니다. 갈라디아서 6장 6절에서 10절 말씀은 우리의 삶의 자세가 되어야 할 말씀입니다.
“가르침을 받는 자는 말씀을 가르치는 자와 모든 좋은 것을 함께 하라”(:6절). 가르침 받기를 싫어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겸손하게 귀를 기울일 때 진리가 들리고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이 들리게 됩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7절). 남은 속여도 자기 양심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자녀들에게 5점(A학점) 안 맞아도 좋으니 대신 정직하라고 말합니다. 최고를 강조하다 보면 잘못된 길로 갈 수 있습니다.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8절). 과연 이 땅에서 어떤 씨를 심었는가가 중요합니다. 육체의 영광을 위해 심은 것은 한 순간뿐입니다. 성령 안에서 인도함을 받아 살아갈 때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아가게 되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됩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9,10절”
선교사 가정은 현지인들을 잘 섬겨야 합니다. 특히 현지인 목회자 가정을 잘 돌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여력이 닿는 대로 제니스 전도사(다음 주부터 목사) 가정을 잘 섬기기 원합니다. 아울러 시베리아 여러 마을들, 그리고 성도들의 삶을 잘 돌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희 사역을 위해 후원과 기도를 계속해 오고 계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선교사 가족의 건강과 많은 몫을 감당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고 위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