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국경을 떠나 십자가로 맺어진 만남- 왼쪽은 미하일 목사님댁 예깐젤리나 사모님과 사라 선교사
오늘 아침 기온도 영하 35가 넘었습니다. 올해는 보기 드물게 추운 날의 연속입니다.
시베리아에 살면서 수치 계산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처음 러시아에 와서 언어 연수를 하는데 담당 강사가 첫 시간에 오늘 날짜 요일 등 기초적인 질문을 합니다. 10월인데 벌써 영하 15쯤 내려간 어느 날 오늘 기후가 어떠냐고 묻기에 춥다고 대답했더니 틀렸다는 것입니다.
정답은 “쌀쌀하다” 였습니다.. 영하 15 정도 가지고 춥다고 해 버리면 더 추울 때 표현이 어려울 수 있나 봅니다. 대개 영하 25도가 넘어가야 춥다 하고 영하 30도를 넘어서야 많이 춥다고 표현해도 됩니다.
한국도 이제 서울 기온이 영하 15도 내외를 경험하면서 겨울 기운을 새롭게 느끼리라 생각됩니다. 때 아닌 폭설로 눈의 나라로 체험하고 점차 세계화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추위에 대한 의식도 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러시아 겨울용 털모자가 가운데 끈을 풀면 귀를 덥게 되어 있는 모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영하 35도가 되어도 대부분 끈을 풀지 않습니다. 누가 영하 30도도 안 되는데 귀를 덮으면 (속으로) 저 친구 꽤 추위타나 보다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툭하면 영하 35도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수년 전 이르쿠츠크 1번 교회 수화 통역을 하는 나시짜 자매가 이웃에 있는 대도시에서 세미나가 있어 수화 통역을 하러 간다기에 멀리 가네 하고 말을 했더니 아니라며 가까워요 하는 말이 인상적으로 들렸습니다. 약 1500km 떨어져 있고 느린 러시아 기차로 22시간 정도 가야 하는데 가깝다니....
또 하나 고민은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입니다. 러시아는 겨울동안 대부분 실내가 밀폐되어 있기 때문에 집안에서 담배를 잘 피우지 않습니다. 바깥은 너무 추워서 나가기가 쉽지 않고... 그런데 청소년들이 주로 아파트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보안상 아파트 입구 문이 닫혀 있어 연기가 자욱하답니다. 일생을 담배와 무관하게 살아왔는데 아파트를 오르내리는 일이 보통 고역이 아니랍니다. 숨을 멎은 채로 3층에서 1층까지 갈 수도 없고 방독면을 하나 준비할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답니다.
시베리아는 겨울 방학이 짧습니다. 열흘 정도 쉬고 기온에 관계없이 학교를 가야 합니다. 11일 개학하자마자 기말고사를 치르는 중인 기성이가 이제 4점(B학점) 맞더니 오늘은 5점(A학점)을 맞았다고 합니다.
막내 기성이는 이제 한국 나이 스무살, 또래 한국 아이들이 대학교 입학할 나이에 이 나라 대학교 4학년이 되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 보이는 물리학도입니다. 학업에 잘 적응해 주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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