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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쿠츠크에서 시베리아 최대의 도시 노보시비르스크까지 약 2000km 가까이 됩니다. 남북한을 한번 반 이상 지나야 될 정도로 무려 오천 리나 되는 먼 거리입니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이 정도 기차 여행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멀리 가는 기차는 일주일간 계속 가고 보통 3-4일 정도 기차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처음 탄 기차는 아무르 호로 하바로프스크에서 모스크바까지 7일 가까이 가는 장거리 기차였습니다. 러시아 기차는 특별히 빨리 가는 것이 없고 대신 객실이 등급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인 실이 가장 비싸고 4인실 꾸뻬(방으로 막아진 것) 다음에 6인용, 그리고 좌석으로 된 것이 있습니다. 장거리 기차는 대부분 6인실부터 있는데 한 단계 올라갈수록 요금이 두 배 정도 비쌉니다.
기차 속도는 큰 차이가 없지만 특급 열차는 소규모 역을 그냥 통과하기 때문에 조금 빨리 갑니다. 몽골 러시아 간 코스의 경우 특급 열차는 국경 검문소에서 오래 지체하지 않기 때문에 10시간 정도 빨리 오갑니다.

평소 꾸뻬를 주로 타고 다니다가 비용 절감을 위해 6인용 객실 표를 샀습니다. 1층이 가장 좋지만 표가 없어 2층 표를 구입했습니다. 정작 기차를 타러 가자 앉을 수도 없을 만큼 좁았습니다. 2층 위에 3층 겸용 선반으로 막혀 있어 누워지내야 했습니다.
3층은 전시에 군 병력 수송을 위해 비상용으로 만들어 둔 칸이라도 합니다. 무려 32시간 동안 가야 하는 먼 길을 불편한 자리에서 가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1층에 승객들이 잠시 자리를 비켜주는 틈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해야 했습니다. 온통 눈으로 덮인 세계를 가로질러 기차가 달렸습니다. 흰 자작나무와 눈의 조화가 돋보였습니다.

이틀 밤을 기차에서 보낸 후 아침 7시반 경 노보시비르스크 기차역에 도착했습니다. 지부장 목사님께서 직접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주어 감사했습니다. 기차 역 광장으로 나오자 대기압계가 표준 대기압(760)에 가까운 754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이르쿠츠크는 730을 넘는 날이 드뭅니다).
김 목사님 댁에서 식사를 하고 잠시 대화를 나누면서 기다렸다가 지부 모임이 있는 노보시비르스크 장로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기차로 10시간 내외 거리에 있는 선교사님들도 참석을 했습니다. 회의와 기도 그리고 교제를 나누는 동안 홀로 지내왔던 현실에 비해 동료와의 만남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모두 열심히 사역에 힘쓰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이 지역의 경우 뚜렷하게 선교 훈련을 받거나 파송받지 않고 선교사라고 부르는 젊은 층이 많은데 정작 목사 선교사와 유대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혹 우리가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경우 이들이 자축을 하면서 지역 협회를 조직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한국 교회로 치면 평범한 교회 청년일 수 있는데 굳이 선교사라는 닉네임을 선호하는 한국의 젊은이들과 이러한 태도를 인정함으로써 자신만의 테두리에 두려는 선교사의 태도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이 한 사람의 선교사(대부분 평신도 청년들임)라면 먼저 와있는 선교사이자 목사 신분을 지닌 자를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 크지 않는 도시에서 한국인 간에 만남을 회피하는 자들이 이방 민족을 상대로 사랑을 나누어주며 선교 사역을 펼쳐나가려 든다면 모순된 행동이라 생각됩니다

멀리서 모이는 모임인데다 방문한 기회에 지역을 둘러보기 위해 다음날 밤에 돌아가는 표를 끊었다가 저녁까지 모두 돌아가는 것을 보고 미리 구입한 표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또다시 2층으로 가지 않기 위해 1층 표를 달라고 하자 화장실 가까이 자리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또한 불편한 자리지만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이 표로 바꾸었습니다.

김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친절히 대해 주시고 여러 모로 조언을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수년 전 후배 목사님이 중국에 있는 한인 교회 후원을 소개해 주려다가 이 지역 선교사로 인해 무산되었는데 사모님 간에 형제라는 말을 듣고 세상이 좁은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천진에 가 본 적이 없다는 말도 이 지역 선교사 집에서 숙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만 거짓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김 목사님의 말 가운데 어떤 일도 10년이 지나면 모두 진실이 밝혀진다는 재미있는 표현을 했습니다. 심은대로 거두리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밤 11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앞서 사모님이 여행에 필요한 도시락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특별히 멀리서 온 지부원을 위해 얼마간의 교통비를 보태주어 감사했습니다. 짧지만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하는 노보시비르스크 방문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32시간이란 긴 기차 여행을 해야 했습니다. 화장실 바로 앞 좌석은 여러모로 불편했습니다. 문을 여닫는 소리가 1분이 멀다 하고 들리고 이때마다 담배 연기까지 들어오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실내에서 금연이기 때문에 화장실 앞이나 객차 사이 연결된 곳에서 담배를 피우느라 온통 연기가 차 있었습니다.

54인용 객차가 거의 만석임에도 화장실이 하나뿐이어서 아침에는 자기 차례가 오기까지 2시간을 기다리는 수가 있습니다. 반대쪽에 차장 전용 화장실이 있지만 승객들에게 개방해 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역을 지날 때마다 그리고 큰 도시를 통과할 때는 오염을 막기 위해 화장실 문을 잠급니다. 특히 주청사가 있는 도시의 경우 한 시간 정도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옆 자리에 알타이 공화국에서 온 남자가 있고 그 옆엔 야쿠츠크 출신 모녀가 타고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데 주로 동양계 원주민입니다.
노보시비르스크 남쪽에 위치한 알타이 공화국은 러시아의 청정 지역 가운데 하나로 대 규모 사슴 목장이 있고 쌀농사도 짓는 비교적 따뜻한 곳입니다.
알렉산더라는 알타이 남자가 제게 젓가락 사용법을 좀 가르쳐 주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마침 가지고 있던 젓가락으로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잠자다가 일어나서도 계속 연습을 하더니 제법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기 고향에 돌아가면 사람들에게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합니다.
헤어지기 앞서 자기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는데 알타이 공화국 수도에서도 버스로 200km 더 가야 한다고 합니다. 언제 또 만날 지 모르지만 한국인과의 만남을 통해 젓가락 사용법을 익힌(?)만큼 선물받은 젓가락으로 식사하겠다는 등 포부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김 목사님 사모님이 챙겨 주신 도시락으로 끼니마다 식사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약 4시간마다 오래 정거하는 역에 서게 됩니다. 이때 기차 주위로 장삿꾼들이 몰려와서 이것저것 먹거리를 팝니다.
긴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자 머리와 가슴이 좀 아팠습니다. 오랜 소음과 답답한 환경 에 시달린데다 저기압 지역에 온 탓인지 몸에 다소 무리가 와서 잠부터 자야 했습니다.
시베리아 나아가 러시아 전역에서 헌신적으로 수고하시는 한국 교회 선교사님들의 노력으로 인해 그리스도의 복음이 골고루 퍼져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사진설명> 열차가 연결되는 통로에서 차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하얀 눈과 하얀 자작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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