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점차 시베리아 추위가 다가와 아침 기온이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지구온난화 탓인지 예년에 비해 추위가 덜 한편입니다.
지난 월요일에 부랴트 공화국 선교지 마을들을 했습니다. 오전 9시 미하일 목사님이 저희
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으로 차량을 가지고 왔습니다.
먼저 슈퍼에 들려 먹거리를 챙겼습니다. 시내를 벗어나자 이내 도로에 눈이 쌓이고 길이 얼어붙어 겨울나라임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삼손 전도사 차량이 고장이 난 탓에 방문할 마을에서 만날 수 없어 먼저 빌치르 교회로 행했습니다.
차로 약 3시간 가는 동안 미하일 목사님과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목사님은 저희를 만나면 교회 공사 진도부터 말합니다. 14년째 건축 중인 교회가 이제 많이 완성되어 2년 내에 끝날 것 같다고 합니다. 지난해 정부 대부도 어느 정도 받았지만 교인들 가운데 몇 가정이 일부 공사비를 빌려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재정이 넉넉했으면 1년 내에 끝낼 수 있는 교회 건축을 이처럼 오랜 시일을 걸려 짓고 있습니다.
저희가 발굴해서 신학교로 입학시킨 일리야 학생은 학업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난한 부랴트 원주민 가정 출신이어서 집안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미하일 목사님은 일리야에게 양복이 있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예배 때 입을 양복이 하나도 없어 점차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알려왔다는 것입니다. 양복을 입기 위해서는 구두도 있어야 하고 와이셔츠 넥타이 등 세트가 갖춰져야 할텐데 5000루블(약 25만원)은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꼭 필요한 것도 있으면 좋고 없어도 당장 큰 불편이 없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구체적으로 말할 때는 사실 꼭 필요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사라 선교사와 검토했습니다. 환율이 갑자기 올라 절약하는 중입니다. 한 후원자에게 일리야 이야기를 하자 구두 값으로 2000루블(약 10만원)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3000루블을 더 보태기로 하고 미하일 목사님에게 알렸습니다.. 아울러 한국 방문 때 체형에 맞는 옷을 좀 구해 갈 생각입니다>.
삼손 전도사 집을 방문했더니 자녀들이 모두 컴퓨터 앞에 모여 있었습니다. 수년 전 저희가 컴퓨터와 프린트를 선물한 바 있습니다. 문명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철수하는 미국인 선교사 필립이 주고 간 성경 이야기 융판이 벽 사방에 붙어 있었습니다.
먼저 일키데이 마을로 기서 할머니 성도 두 분과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1000명 이상 사는 마을에 이만큼 신자가 있는 것만도 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즈 마르크 할머니는 커다란 집에 혼자 사십니다. 본래 아들딸이 있었지만 모두 죽고 며느리와 같이 살다가 얼마전 며느리마저 재혼한 뒤로 더욱 외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 혼자 지내는 것을 불안해 하는 탓에 주위에서 누군가 자주 방문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부랴트 마을은 심한 저기압 지역인데 겨울이 되면 더욱 기압이 내려갑니다. 혈압이 오르고 심장에 이상이 와서 지내기 힘들어 하는 로즈 마르크 성도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이 선교사도 이 지역을 다닐 때면 피곤이 심해지는등 건강에 무리가 올 때가 있습니다. 이르쿠츠크 전체가 저기압 지역인데 특히 바이칼 호수 가까이 갈수록 기압이 더욱 내려갑니다.
마 16장 18절 이하를 본문으로 천국 열쇠에 대해 말하고 또한 이 집이 기도처가 되고 앞으로 교회 역할을 한다면 큰 복이 될 것이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할머니 성도님이 준비한 식사를 한 후 저녁에 삼손 전도사가 사역 중인 빌치르 교회로 향했습니다.
삼손 전도사 차량이 고장나서 미하일 목사님 차로 이웃 마을 성도들을 싣고 왔습니다. 여기서는 요한복음 10장을 본문으로 양과 목자에 대해 설교를 했습니다. 삼손 전도자를 점차 좋은 목자로 만들기 위해 틈틈이 지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현재 러시아 이르쿠츠크 침례교 노회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내년 2월 러시아로 파송된 한국 장로교 선교사들이 연합 장로교단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법적인 힘을 갖게 될 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이르쿠츠크에서는 침례교와 오순절 두 교단 중 한곳과 협력 관계를 갖지 않으면 종교 행위를 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침례교회를 한 차례도 방문한 적도 없지만 이곳에서 서로 동역자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리적인 차이가 있어 아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주님의 나라 건설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한 시간 이상 미하일 목사님이 차량으로 성도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고 오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루속히 삼손 전도사에게 승합차가 주어졌으면 합니다.
10시 반이 지나 빌치르 교회를 떠나 집으로 향했습니다. 눈싸인 도로 위로 계속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돌아가는 길에 아사 마을 스베뜨라나 성도 집을 들렸으면 하기에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가게에 들려 간단한 음식을 샀습니다. 가난한 현지인 집을 갑자기 방문하기 앞서 함께 먹을 먹거리 장만이 필요합니다. 스베뜨라나 성도와 아들이 밤 11시가 다되어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자정 가까이 되어서야 집을 나섰습니다.
어두운 밤길에 쏟아지는 눈, 얼어붙은 길로 인해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더 걸려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3시반이었습니다.
사진설명- 3년전 이반 목사님과 함께 일리야 학생 집을 방문해 가진 성경공부 모임
이를 계기로 신학교 입학을 권유해 작년 9월 옴스크 신학교 신학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