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트 종족 마을 선교 여행

by 이재섭 posted Sep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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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러시아 목사님과 매달 한 두 차례씩 멀리 부랴트 종족 마을로 선교 여행을 다녀옵니다. 러시아 목사님 일행은 이따금 1200km 정도 떨어진 북부 바이칼 지역까지 선교 여행을 떠납니다.
잠자리가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아 저희가 선물한 침낭을 이용해 잠을 자가며 머나먼 길을 수일에 걸쳐 가고 옵니다.

25일 아침 미하일 목사님과 함께 약 230km 떨어진 부랴트 종족 울레이 마을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이 마을엔 할머니 성도 한 분 외에는 아직 뚜렷한 신자가 없어 도 기도처조차 없는 실정이라 평소 관심이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출발에 앞서 쵸코파이 5상자, 복숭아 통조림, 과자 등 몇 가지 먹거리를 샀습니다. 시골로 선교 여행을 갈 때마다 챙겨가는 메뉴堅竪?합니다. 이번에는 수박 두 덩어리도 샀는데 무려 13kg이나 나가는 것과 7kg 짜리 두 개를 샀습니다.

가을 단풍이 수놓은 길을 따라 차량이 드문 길을 달렸습니다. 운전은 언제나 러시아 목사님 몫입니다. 저희는 아직 차가 없어 현지인 차량에 동승해 멀리 오가곤 합니다. 이따금 소떼와 말이 보였습니다. 부랴트 종족 가운데 목축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는 길에 지역 표시판이나 나무에 천을 걸쳐 놓은 샤만의 표시가 눈에 들어와 안타깝게 생각되었습니다.

두 시간 반을 달려 먼저 삼손 전도사가 사역 중인 빌체르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새로 보는 교회 간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성도가 교회로 올라가는 계단을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교사인 삼손 전도사가 아직 근무 중인지 준비된 식탁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삼손 전도사에겐 딸 셋과 아들 하나가 있는데 이번에 위로 딸 둘이 대학교로 진학했습니다. 큰딸은 부랴트 공화국 울란우데에 있는 울란우데 대학교 의과 대학에 장학생으로 합격했다고 합니다.

본래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얼굴 한 편이 성장이 안 되어 기형인 탓에 성형수술을 받고 진학하려다가 그만 수술도 못하고 진학만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번엔 그냥 학교에 입학했지만 심적 부담이 크리라 생각됩니다. 조만간 성형 수술 기회가 주어지도록 위해 기도바랍니다.

둘째는 이르쿠츠크 국립언어대로 진학해 영어와 독일어를 배우기로 했다고 합니다. 중국어나 한국어 등 동양어학과는 입학의 문이 좁다고 합니다. 진학 시기를 놓쳐 장학 시험을 못본 탓에 연 1300불 정도 학비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기숙사비도 내야 하는데 두 딸을 대학교로 보낸 탓에 생활이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늘 같이 지내던 딸 둘이 한꺼번에 도시로 떠난 탓에 삼손 부인이 울었다고 합니다. 주님께서 둘씩이나 한꺼번에 대학교 진학을 허락해주신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식사를 하고 약 50km 정도 비포장 길을 가야 했습니다. 이따금 오가는 차량마다 온통 진흙으로 뒤집어 쓴 채 다니고 있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 차량도 유리까지 튕겨오는 진흙으로 사방이 얼룩지고 말았습니다.
어둠의 영에 지배받아왔다는 16살 남자 아이 집을 찾아가자 한때 교사였다는 엄마는 계속 울기만 했습니다. 2년 전부터 아이가 이상해지더니 정신병 증세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남자 아이를 위해 직접 기도해 주려 해도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를 못해 할머니 성도를 비롯해 모인 무리가 힘을 모아 아이와 가정 그리고 마을 선교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부랴트 종족 지역은 대부분 샤마니즘을 신봉하고 있습니다. 용하다는 샤만을 찾아가자 기도하는 대가로 엄청난 돈을 요구해 엄두를 못낼 정도라고 합니다.
찾아간 하나님의 사람들이 돈 한 푼 받지 않고 기도해 주자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 집을 기도처로 삼고 주일에는 시간을 정해 놓고 정기 기도회를 가지고 평소에도 자주 모여 기도와 찬송을 하는 것이 좋겠다. 아이에게도 틈틈이 성경을 읽어주리고 말했니다. 동행한 삼손 전도사가 어린이 성경과 교제를 준비해 와서 물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여러 가지로 말로 아이 엄마를 위로하고 힘을 복돋아 주었습니다.

빌체르 마을로 떠나려 하자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가라고 하여 식탁에 둘러 모였습니다. 아이는 우리 일행이 보이면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피해 기도해 줄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 정기 예배가 있어 미하일 목사님과 제가 설교를 했습니다. 러시아 찬송가는 무려 2600개나 되지만 가사만 나옵니다. 음악 선생님이기도 한 삼손 부인 까짜의 찬양이 돋보였습니다.
예배 후 삼손을 안수집사로 선정하기 위한 투표가 있었습니다. 아직 평신도 지도자이기 때문에 안수집사, 장로의 절차를 거쳐 목사로 임명하는 단계를 밟을 모양입니다. 평소보다 교인들이 조금왔지만 삼손을 내보내고 각자 의견과 동의 여부를 물었습니다.

모두 삼손의 열정과 헌신적인 태도에 찬사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삼손 부친인 할아버지 성도는 과거 학교 교장 선생님이셨다고 합니다. 삼손의 사역을 칭찬하면서 큰 차량이 없어 안타깝다. 하루 속이 차가 있어야 삼손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5월 저희가 대형 면허를 딸 수 있도록 삼손에게 지원한 바 있습니다. 머지 않아 이스타나와 같은 봉고가 한 대 주어질 수 있도록 위해 기도바랍니다.

집사 임명식을 11월 9일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앞서 저희가 참석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후원자들을 대신해 빌체르 교회를 3년째 후원해 온 만큼 반드시 참석해야 할 것으로 보였나 봅니다.

모든 행사가 끝나자 9시 반이 되었습니다. 까짜가 준비한 식탁에 둘러 앉아 아침에 구입해 온 여러 가지 먹거리를 차려놓고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까짜는 수박에 감동이 되었는지 몇 kg이냐고 물었습니다.
지난해 초 단기 선교 팀을 이곳에 보냈더니 그만 우리와의 관계를 이간시켜 한동안 지장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기도하면서 관심과 사랑을 유지하므로 전날의 아픔을 딛고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10시 반이 다되어서야 삼손 집을 나왔습니다. 밤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가까워 보였습니다. 은하수가 길게 늘어진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찬미가 처음으로 은하수를 본다며 별속에 들어간 듯 한동안 감탄했습니다.
밤길을 달려 이르쿠츠크로 향하느라 미하일 목사님의 수고가 컸습니다. 낮처럼 빨리 달릴 수 없어 무려 3시간이나 걸려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들어오니 1시반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시베리아 넓은 땅을 모두 다 갈 수 없지만 틈틈이 마을들을 순회하며 사역하고 있습니다. 후원교회와 후원자들의 기도와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사진설명- 이 선교사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부랴트 종족 지역 빌체르 교회 성도들-
대부분 샤마니즘에 젖어있는 부랴트 원주민들로 구성되어 신자여서 하늘의 별
보다 빛나는 존재들이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