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에서 보내는 글

by 이재섭 posted Sep 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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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추석 잘 보내세요 -

사랑하는 선교 동역자님과 러시아 천사 홈 방문자 여러분께

요즈음은 아침 기온이 영상 3도까지 내려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긴 겨울에 접어들게 됩니다.
지난해 러시아 당국에서 중국인들을 많이 축출한 탓에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비행기 노선이 취소되는 등 여파가 큽니다. 이르쿠츠크와 심양을 경유해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가 가장 저렴한 편이었는데 8월 말을 기해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치솟는 유류 값 탓에 이따금 이용하던 이르쿠츠크와 몽골 울란바타르 경유 노선도 잠정적으로 운항이 중단되었습니다. 남아 있는 기존 노선도 큰 폭으로 요금이 올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톡 선교사님들 가운데 배로 한국을 오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르쿠츠크는 러시아 중부에 위치하고 있어 철도로 블라디보스톡까지 가려면 약 4일 가까이 걸립니다. 몽골 울란바타르까지 급행이 24시간, 완행이 34시간 걸리는데 이 코스를 이용할 때도 있습니다. 주어진 여건 가운데 최선의 방법을 찾아 적절하데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자녀들은 새 학년도를 맞아 한 학년씩 올랐습니다. 첫째인 기은이는 물리학부 졸업반인 5학년에, 찬미는 국제법학부 3학년, 막내 기성이는 물리학부 3학년이 되었습니다.
후원교회와 후원자들의 후원과 기도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반 목사님이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는 말을 듣고 심방을 다녀왔습니다. 에반젤리칼 교회 소유의 5톤 화물차에 신축 공사에 사용할 모래를 가득싣고 시내로 들어오기 직전 언덕길에서 다른 화물차의 추월을 도와주기 위해 비키다가 길이 좁아 4미터 언덕 아래로 차량이 굴러 떨어졌다고 합니다.
에반젤리칼 교회는 건축비가 부족해 12년이 넘도록 신축 공사를 해 오고 있는데 이번 사고로 건축을 담당하는 성도가 허리에 부상을 입고 이반 목사님은 무릎 아래가 골절되었다고 합니다. 사고 규모에 비해 크게 다치지 않은 편이어서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은 약 1200km 떨어진 북부 바이칼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저희는 이 지역 선교를 위해 기도와 후원을 해 나갈 예정입니다.

저희가 지원하고 있는 부랴트 원주민인 삼손 전도사 사역지는 가장 모범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 출신으로 신학생이 된 일리야 또한 학업을 잘 감당하고 있습니다. 일리야의 헌신적인 삶이 부랴트 성도들과 에반젤리칼 교회 청년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르쿠츠크 지역은 극심한 저기압 지역이어서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따금 지진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얼마전 시내에 진도 6.1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날 진원지인 바이칼 호수 주위는 진도 9였다고 하는데 파손된 집도 없고 인명 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말에 러시아인들의 철저한 대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바이칼 호수 주위는 진도 9를 견딜 수 있도록 건축을 하는데 집 가운데 있는 뻬치카(벽난로)가 가장 취약하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바이칼 호수 가까이에 살고 있는 성도 집에서 뻬치카가 무너졌는데 마침 사고 직전 뻬치카 옆에서 자고 있던 아들을 깨워 다른 곳으로 이동한 순간 무너져내려 큰 위험이 없이 지냈다고 합니다.

외국인 거주를 제한하려 드는 러시아 정부 당국의 조치로 인해 선교사를 비롯해 사업가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 선교사들의 활동 또한 제한을 받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개방 직후 중국 상인들이 많이 진출했습니다. 이때 러시아 국민들은 다른 나라의 문명을 엿보게 되고 다양한 상품을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국 시장 경제가 중국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에 의해 좌우되자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선교사 자녀들이 초중고생일 경우 훨씬 더 불리합니다(저희 자녀는 모두 대학생인 탓에 비자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영주권을 주기도 하지만 지역에 따라 영주권 받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저희가 있는 곳도 중국인등 외국인들에게 이런 혜택이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물가가 빨리 상승하는데다 한국 화폐가 약해진데 비해 루블화는 계속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환율로 인해 손실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희는 어떤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러시아를 사랑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습니다. 뜻하지 않은 경비가 많이 소모되고 사역의 혼선, 가족들이 자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픔 등 감수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러시아 당국에서 선교사들의 활동이 자국에 큰 유익이 된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선교의 자유를 보장해 주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후원과 기도를 해 오고 계신 후원 교회 부흥을 위해 그리고 후원자 가정을 위해 기도해 오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후원자 여러분들 위에 축복과 은혜 내려주시길 기도합니다.
뜻깊은 추석 잘 보내세요.

저희 사역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관심을 갖고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이재섭 강사라 기은 찬미 기성 드림

사진설명- 1년중 절반이 겨울 분위기인 시베리아의 겨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