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약속한 시간을 조금 지나 미하일 목사님 차가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사라 선교사가 치과 치료 중이어서 이 선교사와 찬미만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미리 과일과 과자를 좀 준비했지만 차가 주유소에 잠시 들리는 사이 쥬스와 쵸코파이 등 몇 가지 더 샀습니다.
첫 방문지는 일키데이 마을로 정했다고 합니다. 새로 사역을 시작하게 된 마을로 교사인 자매가 네 자녀와 함께 어렵게 사는 곳입니다.
작년에 미하일 목사님 차량에 카스트레오를 설치해 드렸는데 이번 기회에 들어보려고 cd를 몇 장 챙겼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cd가 들어갈 자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작은상자를 하나 꺼내는데 카스트레오 앞에 장착하는 부품이 들어 있었습니다. 도난 방지를 위해 평소에는 분리해 둔다고 합니다.
cd를 넣자 한국 찬송가와 복음성가가 들려나와 반가웠습니다. 따라 부르기도 하고 감상하는 동안 목적지가 점차 가까워졌습니다.
삼손 전도사가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찾아보느라 동네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성도 집 앞에 있다는 전화 연락을 받고 일케데이 교사인 자매 집을 방문했습니다. 아직 어린 자녀들이 엄마 곁을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준비한 선물을 꺼내놓고 잠시 예배를 드렸습니다. 러시아 부활절이 얼마 남지 않아 주로 부활에 관한 설교를 했습니다.
러시아는 초중고가 모두 의무 교육이라 수업료를 내지 않습니다. 대신 교사 월급이 많지 않아 혼자 힘으로 네 자녀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도 간에 서로 섬기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니 부담갖지 말고 필요한 기도 제목이나 어떤 불편이 있는지 삼손 전도사를 통해 에반젤리칼 교회로 알려 달라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기회가 있는 대로 후원자들을 대신해 현지인 성도 섬기는 일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문을 나서자마자 할머니 성도가 막 도착했습니다. 손주들 챙기다가 늦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사인 자매는 학교로 가야 하는 관계로 다른 집을 같이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유난히 큰 집을 지키는 할머니 성도 집을 찾아가 예배를 드렸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삼 남매를 두었는데 모두 먼저 죽고 며느리와 함께 산다고 합니다. 아들과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아들이 죽은 탓에 손주 한 명도 없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신자가 드문 지역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어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 집에서 간단한 점심을 준비해 주어 오후 4시가 지나 요기를 했습니다.
삼손 집을 잠시 방문한 후 프리모리 마을로 행했습니다. 성도들이 바빠서 많이 오지 못했습니다. 안나 할머니 성도가 혼자 살고 있는 집을 들려 예배를 드렸습니다. 고린도전서 15장을 가지고 부활에 관해 증거했습니다.
안나 할머니 성도는 자녀가 없어 혼자 사시는데 거동조차 불편해 마음이 아팠습니다.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녀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주인인 할머니가 중환이라 음식을 나누는 일도 예가 아닌 것 같아 그냥 나왔습니다.
우체부인 율라 성도가 그만 개에게 물려 이르쿠츠크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합니다.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개인 탓인지 피에 안 좋은 영향을 주어 기도가 필요합니다.
삼손 전도사 집을 다시 들려 저녁을 먹고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책을 가져와 보여주는데 윗트니스 리가 쓴 교제였습니다. 지금 엘란츠 마을에 이 책을 가지고 모임을 갖고 있는데 벌써 많이 모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칫하면 구원파처럼 교회와 상관없는 모임이 될 수 있어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 마을에 교회를 세우기 원하는 협력교회에서 좀더 서둘러 주기 바란다고 연락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번 방문 때 중고차 값이 만만치 않아 어떤 손길을 통해 올지 모르겠지만 일단 운전면허를 따두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더니 벌써 3개월 과정의 운전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한국의 2종 면허에 해당하는 면허증으로 7인승까지 몰 수 있고 다음 단계로 한국 1종 과 같은 단계가 없이 바로 대형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고 합니다. 차가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몰라도 7인승을 구입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역하는 마을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 최소한 12인승은 되어야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되어 대형 면허를 취득하라고 말해 두었습니다. 선교사가 어떤 말을 하게 되면 결국 비용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이 나라는 학원비와 연습용 기름 값을 따로 내야 하는데 필요한 경비를 다음 주일 방문하는 형제들 편에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매달 지원하는 사역비 두 달 치와 맞먹는 액수여서 외부 지원에 필요합니다.
최근 수개월간 후원이 줄어들어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 주어질 폭넓은 사역을 위해 운전 교습에 필요한 비용을 기꺼이 지출하기로 했습니다.
삼손 전도사 큰 딸 얼굴이 선천성 기형이라 성형 수술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1차 수술을 했지만 부위가 너무 커서 두 번에 나누어 수술하기로 했습니다. 보험을 이용해 무상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허가가 나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모스크바를 오가는 차비와 체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 지난번 수술 때도 약간의 지원을 했습니다. 가을에 대학교를 가기 위해 서둘러 수술을 받아야 할텐데 기도가 필요합니다.
신학생인 일리야가 여러모로 힘들어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이칼 호수 주변은 극심한 저기압 지역이어서 갑자기 다른 도시로 가서 살 경우 심장이나 혈압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신학 수업 진도가 빠르고 학업 양이 많아 무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희가 선발하고 장학금 또한 부담하고 있는데 학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건강과 적응을 위해 기도바랍니다.
7월 초에 부랴트 마을 연합 모임을 1박 2일로 갖기로 했습니다. 마을이 멀리 떨어져 있어 성도들 간에 얼굴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어 친교를 나눌 겸 모임을 가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날 세례식까지 가지기로 했습니다. 이 선교사 가족이 비자 연장을 위해 한국으로 가기 전에 모일 수 있도록 날짜를 잡았습니다.
다른 선교사들이나 크리스챤이 올 수 있으면 더욱 기념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한국 크리스챤들이 많이 와 있다고 들었지만 우리에게 일체 연락조차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좋은 자리에도 함께 할 수 없어 아쉽게 생각됩니다.
수년 전 선물한 컴퓨터 세트가 이상 없냐고 묻자 프린트 잉크 갈아 넣는 법을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에 설명해 주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사 마을에 들려 스베뜨라나 성도를 잠시 만났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외롭게 지내오던 분이라 심방을 하면 너무 기뻐하곤 합니다. 신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부랴트 종족 신자여서 틈틈이 방문해 교제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스베뜨라나 성도 집을 나서자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보한 마을 리더인 성도가 러시아어로 된 성경 교제를 부탁했는데 마침 한 권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전해 주기 위해 보한 마을을 들리려다가 수일 후 선교지를 방문하기로 한 형제 팀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이르쿠츠크 시내까지 가려면 곧장 가도 두 시간 반은 걸릴니다. 밤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가까이 보이는 부랴트에 밤을 달려 마침내 이르쿠츠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도시임에도 부랴트 지역을 다녀올 때면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습니다.
집 앞에 도착하자 12시 반이 되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종일 혼자 운전하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저기압 지역을 다녀서인지 이 선교사의 몸도 무리가 따랐습니다.
많은 분들의 후원에 힘입어 땅끝 선교의 현장을 직접 다닐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 복음이 골고루 퍼지길 소망합니다. 좋은 열매를 많이 맺을 수 있도록 위해 기도바랍니다.
사진설명- 부랴트 종족 성도 집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