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맞는 시베리아 겨울
이르쿠츠크는 동시베리아의 중심도시입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이르쿠츠크 주청사 앞 광장에 얼음조각을 전시합니다. 낮에 광장을 지나다가 이제 막 만들기 시작한 얼음 조각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긴 겨울을 맞아 곳곳에 아이들을 위해 미끄럼틀을 만들어 놓습니다. 미끄럼틀이 끝나는 바닥에는 길게 얼음을 얼려 놓습니다. 어떤 미끄럼틀은 내려오는 탄력에 수 십 미터씩 앞으로 나가게 됩니다.
아예 유료 얼음 미끄럼틀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습니다. 거대한 얼음을 타고 신나게 내려가지만 대신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수 백 미터를 걸어야 합니다.
수년 전 초여름 사라 선교사가 어디를 가다가 보니 한국에서 온 방송국 기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베리아는 겨울이 끝나면 바로 기온이 영상 20도 이상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몰랐던지 대부분 두품한 옷을 입었습니다. 갈아입을 옷이 없었던지 연신 땀을 흘렸습니다.
사라 선교사가 한 자매에게 왠 옷을 이렇게 두껍게 입었냐고 묻자, "시베리아에는 아직 여름이 안 오는 줄 알았어요. 막상 와 보니 정말 덥네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베리아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1년을 살아도 시베리아 기후를 알기 어렵습니다. 추위가 언제 어느 정도 다가올 지 일정하지 않습니다. 봄이 언제 시작될 지 첫눈이 언제 내릴 지 아무도 모릅니다.
시베리아의 꽃은 역시 겨울입니다. 수년 전 저희 교회에 출석하던 러시아 자매는 여름 동안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에 겨울이 그렇게도 좋으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겨울은 강해서 좋다고 대답하더군요. 시베리아 출신 자매 세찬 추위를 하나의 힘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쌓인 눈 위로 얼음길이 만들어집니다. 수개월 동안 빙판 위를 걸어야 하는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은데 이들은 오히려 겨울을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꽁꽁 언 얼음 위로 운전하는 사람들도 긴 겨울에 익숙해 보입니다.
심지어 겨울이라 해서 방학을 길게 주지도 않습니다. 여름 방학이 두 달 넘는데 비해 겨울 방학은 대개 2주 정도 가집니다. 휴교령은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영하 40도가 넘어야 내립니다. 대학의 경우 휴교령이란 개념조차 없습니다.
아무리 추워도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한국 선교사 가족의 겨우살이가 만만치 않습니다. 영하 35도를 넘어서거나 혹 감기에 걸릴 때면 긴 겨울이 더욱 힘들게 느껴집니다.
아직 차량조차 없는 탓에 시베리아 겨울을 몸으로 맨몸을 이겨가야 합니다.
오늘 아침 기온은 영하 20도 정도였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은 탓에 시베리아 기후에 익숙해진 탓인지 온화하게(?) 느껴지더군요. 수년 전부터 지구 온난하 탓인지 겨울이 비교적 덜 추운 편입니다.
하지만 시베리아의 겨울 동안 방심하면 안 됩니다. 항상 주의깊게 옷을 차려 입고 기온에 따라 적절히 대처해야 합니다.
추위를 막기 위해서는 모자가 필수품 중의 하나입니다. 긴 겨울 동안 모자 쓰는 것을 싫어한다면 차라리 시베리아에 오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한국의 겨울 정도는 모자만 써도 쉽게 이길 수 있습니다.
시베리아 겨울동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얼음처럼 차가와진 마음이라 생각됩니다. 따뜻한 마음은 추위를 이기는 힘이 됩니다.
이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 나아가 주님을 알지 못하는 세계 모든 민족에게 그리스도의 따뜻한 사랑이 전해지길 소망합니다.
선교사 가족의 건강과 겨우살이를 위해 기도바랍니다.
사진설명- 이제 막 완성단계에 있는 얼음조각- 신랑 신부와 태우고 갈 신혼 마차를 조각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