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혼섬과 엘란츠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by 이재섭 posted Sep 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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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4일) 아침 미하일 목사님 차량으로 이르쿠츠크에서 약 300km 떨어진 알혼섬을 비롯해 알혼섬 건너가기 전에 있는 엘란츠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차량으로 먼 길을 가는 동안 그동안 부랴트 지역 선교 상황에 대해 검토했습니다. 4명의 자녀를 둔 모자 가정이 많이 어렵다. 당장 긴 겨울 동안 땔감부터 걱정이다는 미하일 목사님 말에 따라 겨울 동안 사용할 장작을 구입해 주기로 하고 또 구제를 좀더 늘리기로 했습니다.
신학교로 진학한 일리야가 당장 겨울옷과 신이 필요하고 싼 핸드폰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며 집으로 편지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당장 필요한 물품과 아울러 생활비를 조금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삼손 전도사와 전화 통화를 하자 일리야 가정에서 일리야를 위해 마지막 남은 소를 팔아(한화 약 50만원 정도함) 필요한 돈을 보냈으면 한다고 생각 중이라고 하기에 이 선교사 쪽에서 필요한 조치를 할테니 무리하지 말라고 전하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미하일 목사님에게 바로 연락하고 집 식구를 걱정시키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일리야 부친인 뾰뜨르가 일을 하지만 따찌아나 치료를 위해 비용이 많이 든 탓인지 아직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말에 따라 안정이 될 때까지 조금씩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종일 비가 오고 바이칼 호수 주위에 세찬 바람이 불어 춥기까지 했습니다. 이 선교사 가족은 이르쿠츠크에 8년째 살고 있지만 알혼섬을 처음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르쿠츠크 출신으로 오십이 지난 미하일 목사님 또한 첫 방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알혼섬을 건너기 전부터 첫 방문지를 위해 자주 기도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행객들이 알혼섬을 관광목적으로 찾아가는 것과 달리 선교를 위해 샤마니즘의 본산지를 방문하기로 한 것입니다. 조만간에 사단의 세력이 놀랄만한 사건이 일어나리라 생각됩니다.

약 1.5km 정도되는 육지에서 호수까지 건너는 교통수단으로 배를 의지해야 했습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같았으면 벌써 다리를 놓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비수기여서 한번에 기다리던 차량을 모두 배에 싣고 건너편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마 성수기라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자기 차례가 올 것 같습니다.

호수를 건넌 후 마을이 있는 곳까지 약 30분 이상 차량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아마 아스팔트로 덮기 위해서인듯 흙으로 길을 높이고 불도저가 땅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더욱 속도가 늦어졌습니다. 이 상태에서 비가 많이 온다면 훨씬 불편이 가중될 같았습니다.

세찬 바람으로 파도가 넘실되는 바이칼 호수를 바라보면서 미하일 목사님 차 안에서 늦은 점심을 나누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도 처음 길이라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을 더듬기 위해 섬 안 쪽으로 계속 차를 몰고 갔습니다. 마지막 마을까지 약 25km 더 가야 했지만 이미 시간이 늦어 부득이 차의 방향을 돌려야 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은 알혼 섬 마을에 신자가 살고 있는지 알기 위해 틈틈이 상점을 들려 혹 신자가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신자가 있다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대신 샤마니즘의 본산지답게 하나님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도리어 이상하게 보는 것이었습니다.

끝내 신자의 흔적을 찾지못하게 된 미하일 목사님이 마음에 충격을 받은듯 이 선교사에게 말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 3곳에 나눠있는 탓인지 “이 땅에 교회 세 곳이상 세우기 전에는 러시아 땅을 떠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당부했습니다.

정말 땅끝 선교 현장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알혼섬 관광을 위해 드나들지만 이 땅에 교회도 신자도 없는 현실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더욱 답답한 것은 이르쿠츠크에 와 있는 선교사나 신자 가운데 아직도 이 선교사와 교류를 갖는 예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민족의 명절이 추석이 되어도 누구 하나 연락조차 없는 암울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십대 중반을 바라보는 목사와 한 지역에 살면서 모두 보조를 맞추기 위한 듯 인사조차 없이 살아가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이런 결과를 유도한 젊은이는 자신이 승리한(?) 양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도로 공사 중인 길을 힘겹게 지나 선착장에 다다르자 날이 어둑해 오고 우리 차만 있는 것이 다소 불안해 보였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한 건물을 찾아가 알아보자 배 상태가 안 좋아 내일 아침 8시에야 떠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배로 15분이면 건널 수 있는 길을 두고 밤을 지내야 한다는 말이 무겁게 들렸습니다.

찬미까지 동행하고 있는 탓에 당장 이튿날 학교로 가야 할 실정이었습니다. 다시 마을로 돌아가 민박집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찬미 학교도 보내야 하고 누가 오던 안 오던 추석을 하루 앞두고 있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책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미하일 목사님에게 돈을 좀 더 주고라도 협상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에 살면서 터득한 논리 중에 하나가 <안 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다>는 말입니다. 안 될 것 같은 일도 아는 사람을 통하거나 돈을 좀더 들이면 해결되고 될 것 같은 일도 일이 막혀서 애를 먹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끝까지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이 다시 찾아가더니 4명분을 내면 배가 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차량 한 대 건너가는데 500루블(2만원)씩이어서 4명분이면 무려 8만원이나 되지만 그래도 우리만 싣고 건너간다는 말에 응했습니다. 미하일 목사님은 에반젤리칼 교회에서 오가는 배삯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말했지만 우리가 모두 감당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비가 내리고 세찬 바람이 부는 호수를 건너 방문하기로 한 성도 집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9시가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습니다. 모인 성도라야 한 가족뿐이었지만 이런 마을에 신자가 있다는 것이 반가웠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듣고 선물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할머니 성도가 차려준 저녁을 먹고 예배를 드릴 상황이 아니어서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가족은 멀리 퉁구스 지역에 살다가 이곳으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된다고 했습니다. 신자가 몇 더 있지만 요즘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잘 모이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 선교사가 마을 사람이 얼마나 되냐고 묻자 인구 수를 알 수 없다. 핀셋(연금 수혜자) 받는 사람만 80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핀셋 대상으로 미루어볼 때 약 3000명 이상 사는 큰 마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신자가 이 할머니 부부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은 듯한 아들 정도라는 말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선교사가 이 가족을 향해 자식이 한 명뿐이면 부모가 마음을 거기만 쏟듯이 신자가 적은 지역일수록 하나님의 관심이 크다. 한국도 한때 샤만과 불교가 지배하던 땅이었는데 지금은 국민 20%가 신자가 되었다. 샤만 지역 중심에 있는 이 가정이 빌립보 교회가 선 루디아 가정처럼 주님의 교회 기초가 되는 중요한 곳임에 틀림없다. 한국교회에 부탁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할머니 성도는 자신의 나이가 70세라고 하면서 좀더 젊었으면 이 마을 전도에 도움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무엇보다 기도의 집(교회로 볼 수도 있고 교회 설립 전 단계인 기도 모임 처소)만 따로 있어도 전도에 유리할텐데 하며 안타까와 했습니다.
조만간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서자 자주 들려달라며 우리 가족 손을 잡았습니다.
세계 선교를 위해 힘쓰는 한국 교회 가운데 이 마을을 비롯해 이방 지역에 교회를 세우고 교역자를 배치하는 일에 협조해 주는 교회가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밤 10시 반이 지나 집으로 향했습니다. 세찬 빗줄기와 이따금 안개까지 끼어 미하일 목사님 혼자 오랫동안 차를 몰아야 했습니다. 도중에 차가 잠시 휴식하는 동안 엔진을 꺼 두었는데 그만 시동이 안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차량이 작고 낡은데다 하루 사이에 500km 이상 달린 탓에 지쳤나 봅니다. 이 선교사가 차를 밀어 간신히 시동이 걸렸습니다.
기름을 아끼려는듯 차가 설 때마다 시동을 끄는 습관을 지닌 미하일 목사님도 집에 도착할 때까지 시동을 끄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때부터 차를 천천히 몰아 4시간이나 걸려서야 저희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차를 세우자마자 다시 시동이 꺼지더니 되살아날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짐을 챙겨 먼저 올라가라고 말하고 다시금 길게 차를 밀자 시동이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왕복 2000km도 전도여행을 가는 차량이 이렇듯 문제를 일으키게 되면 언제 어디서 낭패를 당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더욱이 비포장 길이나 물이 고인 곳 등 험한 길을 갈 때도 있어 4륜 기어 차량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미하일 목사님에게 새로운 차가 주어질 수 있도록 위해 기도바랍니다.
주님 이 땅에 교회가 많이 필요합니다. 곳곳에 교회를 세우시고 많은 사람이 주님께 돌아오게 하소서-

사진설명- 배를 아예 전세내어 어두운 바이칼 호수를 건너고 있는 미하일 목사님과 이 선교사의 모습-
영혼 구령의 열정으로 만난 동역자이다. 적절한 지원이 닿아 많은 일을 감당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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