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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 시베리아의 진주여


여인의 나신처럼 눈부신 백사장,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려드는 파도, 한가

로이 떠다니는 고깃배, 아득한 수평선… 이게 바다가 아니라고? 아닌게아

니라 비릿한 바다내음은 없다. 파도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퍼뜩 정신

을 차려 두 손을 물에 담근다. 뼛속까지 얼얼하다. 맑디맑은 물을 한 움큼

떠 단숨에 들이마신다. 소금기라곤 전혀 없는 차가운 물이 목을 탁 치고

넘어간다.‘시베리아의 푸른 눈’ 바이칼호수.지금까지 이렇듯 숨막히는 아

름다움과 장엄함을 지닌 호수를 본 적이 있었던가?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숲 그리고 호수 주변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절묘하게 어우러

져 꿈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진다.


바이칼(Baikal)은 타타르어로 ‘풍요로운 호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초승달처럼 생긴 이 호수는 러시아 이쿠츠크주와 브리야티아 공화국

(러시아)에 걸쳐 있다. 전세계 민물의 20%를 담고 있는 이 호수는 면적이

남한 땅의 3분의 1에 이른다.


길이 640㎞에 최대 너비는 80㎞이며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1642m이다.

물이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물밑 40m까지 훤히 들여다보인다.

호수와 그 주변에는 약 2600여 종의 동·식물이 있다. 이중 80%가 다른 지

역에는 없는 희귀종이다.


바이칼호수는 사계절 관광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관광객들은 주로 여름철

에 많이 찾는다. 호수 곳곳에 있는 휴양지 및 관광지에서 휴식을 취하며

낚시, 사냥, 등반, 수쿠버 등을 즐길 수 있다. 한여름에도 호수 표면의

수온이 15도를 밑돌아 수영을 즐기기는 어렵다.


이곳에 오면 ‘오물(Omul)’을 먹어 봐야 한다. 청어처럼 생긴 오물은

바이칼호수에서만 잡히는 물고기로 맛이 구수하면서도 담백하다.

호수 주변 곳곳에선 소박한 러시아 아낙네들이 연기를 자욱하게 피워 올리며

오물을 훈제해 판다.


가을에는 주로 화가와 사진작가들이 몰려와 호수의 아름다운 모습을 화폭과

카메라에 담아 간다.




바이칼호수는 11월 중순부터 얼기 시작해 12월말이 되면 호수 전체가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변한다. 얼음 두께는 80㎝에서 160㎝에 이른다. 1월부터는 이

얼음판이 중요한 교통로로 사용된다. 그래서 얼어붙은 호수 위로 교통표지판

이 세워지고 각종 차량들이 운행된다.


바이칼호수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1주일 동안 의 유람선 여행이 제격이다.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호수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

다. 이 열차를 타면 각각의 역에서 지역 특산물을 맛볼 수 있고, 바이칼호

수뿐만 아니라 시베리아 평원과 타이가 등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바이칼호수와 더불어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은 자작나무와 석양과

별빛이다. 이르쿠츠크 시내에서 바이칼호수로 가는 길. 껍질이 희고 곧게 뻗어

러시아 아가씨의 다리를 연상시키는 자작나무와 적송이 도로 양쪽에 빽빽이 들

어서 있다. 한 폭의 풍경화 속으로 불쑥 뛰어든 느낌이랄까.


바이칼호수는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태양이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넘어

가면 호수는 포도주처럼 붉게 물든다. 노을이 스러지면 땅에서 어둠이 소리없

이 기어올라 시나브로 담청색 하늘을 먹어댄다. 금세 머리 위로 총총한 별들이

잔뜩 뒤엉킨다. 하늘의 가장자리에서 잡고 흔들면 별들이 검푸른 호수로 와르

르 쏟아질 것만 같다.


바이칼호수는 숨가쁘게 흘러가는 삶의 일상을 반추하는 공간이다. 잠시 잊고

살았던 나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호숫가에 서서 도시의 묵은 때와 버거운

문명의 껍질이 벗겨져 나가는 것을 온몸으로 느껴 볼만한 곳.형언할 수 없는 한

줄기 전율이 척추를 타고 흐르는 느낌이 오기도 한다.


이르쿠츠크=김태현기자

************

어느날 이르쿠츠크 공항에서 우연히 한국에서 온 두 기자를 만났다.

한 분은 위의 글을 쓴 김태현 기자였고 다른 한 분은 한국경제신문기자라 했다.

바이칼을 둘러보고 몽고로 가는 길이라 했다. 김태현 기자께서 다른 곳에 올린

글을 여기에 소개한다. 역시 기자답게 세련된 문장으로 바이칼을 잘 표현했다.

위의 글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바이칼 장거리 유람선은 비교적 낡은데다 자주

다니지 않으므로 선뜻 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유람선을 타려는 계획을

가지고 이 먼곳까지 온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대신 바이칼 어선을 전세 내는데 그리 비싸지 않다.


바이칼 호수 자료 첨가-

바이칼 호수는 대개 이르쿠츠크 공항을 통해 가게 된다. 이르쿠츠크에서

가장 가까운 바이칼 호수 입구는 리스비얀카란 곳이다(일정이 짧은 경우

대개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 여기는 당일 코오스로 가능하기 때문에 관광

개발이 잘 되어 있지 않다(대신 싼 숙소도 있다). 바이칼 호수를 본격

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훨씬 더 올라가야 하는데 전망이 좋은 곳에 관광호

텔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러시아의 명소로 수년 전 일본 수상이 왔을 때

푸틴과 함께 여기서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바이칼 장거리 유람선을 타기는 쉽지 않다. 자주 운행하지 않을뿐더러 너

무 오래되어 기피하고 있다. 대신 바이칼 호수에서 고깃배를 빌리는 것이

가능하다. 대개 1시간당 1000루불(한하 약 40000원) 정도 한다. 이 배는 20

여명 안팎 탈 수 있는데 인원에 관계없이 배삯은 동일하다. 호수를 가

로 질러 건널 경우 약 3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여유가 된다면 바이칼 호

수 전세(?) 배를 타고 맑은 호반을 가로질러 가볼만 하다.


바이칼 호수 입구에 통나무 집이 있는데 시베리아 민속촌인 셈이다. 다양한

통나무집의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내부를 들어갈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오후 4시면 입장이 안 되기 때문에 먼저 볼 필요가 있다.

입장료는 40루불(약 1600원).


리스비얀카 가까이 가다 보면 허름한 창고 같은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바

이칼 물개 쇼(?)를 볼 수 있다. 우물 같이 생긴 곳에 물개 두 마리가 있다.

하지만 유명한 바이칼 물개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바이칼

물개는 다른 지방 물개보다 몸집이 작고 어딘가 강해보인다. 바이칼 호수

에는 물개가 10만 마리 정도 살고 있는데 일년에 5000마리까지 포획이 가

능하다고 한다. 물론 밀렵군들도 더러 있어 감시가 필요하다.


바이칼 호수 관광에 있어서 가장 큰 변수는 그날의 일기이다. 흐릴 때가

많고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파도가 높이 일어나게 되면 시야가 안 좋을뿐

더러 배 운항이 어렵게 된다. 따라서 현지에 도착 후 일정을 잡을 때, 기상

관계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바이칼 호수에서 흘러내리는 강은 앙가라 강 하나뿐이다. 이 강 또한 맑

은 물을 자랑한다. 러시아의 수자원 보호가 얼마나 철저한 지 그 한 예로

정화조 규제가 까다로와 개인 주택을 신축할 경우 엄청난 비용을 들여 정

화조 설치하거나 아예 허가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바이칼 호수를 제대로 보려면 배를 타고 좀더 멀리 가야 한다.

좀 멀지만 알혼섬까지 둘러볼 수 있으면 더욱 기념이 될 수 있다.


사진설명- 아름다운 라자 자매- 신학교를 졸업한 러시아 자매로 시베리아
선교사로 온 미국인 마이클과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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