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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내가 당한 고난은 사치였습니다/ 로뎀 2005-01-16 (18 :00)


나는 다섯 번이나 교회를 개척했지만 다 문을 닫아야만했습니다.

다섯 번의 개척이 모두 실패했다는 말입니다.

그럴 때 오는 나의 좌절이 어떠했겠습니까?

마치 저주받은 사람 같았고, 참으로 박복한 목사였습니다.

교인이 없다 보니 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날마다 산기도만 다니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하나 찾아 온 교인은 문제투성이고 처지가 나보다 못해서 오히려 짐을 보태주는

형편이었습니다.

동기 목사들은 큼직한 예배당 짓고 수천명 목회할 때 나의 빈곤과 소외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생활 형편은 말이 아니어서 끼니 걱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심지어 월세를 못 내서 교회는 쫓겨났고 강대상은 골목길에 방치해두고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눈을 한쪽 빼서 팔까하고 세브란스병원도 찾아가 보았고,
신장을 한쪽 팔아볼까 해서 적십자병원도 찾아갔었습니다.

그래도 동기들 앞에서는 허세를 부렸습니다.



강남에서 마지막 개척을 했을 때에 생활은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으나

교회를 빨리 성장시키고 싶은 나의 과욕 때문에 그것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나는 되는 일이 없는 목사였습니다.

“믿습니다. 믿음대로 될지어다.”라고 단에서 아무리 외쳐도 허공만치는 소리였습니다.

그래도 성경대로 살고픈 마음 때문에 양심을 팔아 기복신앙을 외칠 수는 없었습니다.

교인들은 복 받기에 갈급해서 큰 교회로 가야 축복받는다고 한 두 사람씩

자꾸만 빠져나갑니다.

이럴 때 나의 마음은 한으로 도사리고, 남는 것은 상처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건설회사를 경영하는 집사님이 교회부지를 기증하고

거기다 예배당을 지어 주겠다고 해서 나는

“세상에 이런 일이...” “드디어 나에게도 볕들 날이 있구나!”

그런데 그것도 하나님은 허락치 않으셨습니다.

그 건설회사가 수백억의 부도를 맞고 도산해버린 것입니다.

꿈에 부풀어 있던 나에게 이보다 더 잔혹할 수는 없었습니다.

허리가 꺾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자살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은 서리서리 한으로 쌓이고, 누구에게 말할 수 없었지만

정신 분열증상이 나타나기도 했었습니다.

수많은 기도를 그렇게 많이 했지만 응답은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내게만은 너무나 인색했습니다.
축복의 하나님은 나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한국이 싫어졌습니다.

세상이 싫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어디에 가서 살 곳도 없었습니다. 목사가 다른 무엇을 할 것도 없었습니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선교를 간 것이 아닙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남모르는 곳에서 목숨을 부지할까 하여

찾아간 곳이 연길이었습니다.

그 때에는 연길과 연변도 구별 못하고 갔습니다.

그 곳에는 워낙 물가가 싸서 그럭저럭 먹고는 살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일이 닥치면 예배를 드릴 수도 없고, 안 드릴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평신도와는 달리 목사는 자기 교회가 없어지고 나면 선뜻 남의 교회에 가서

예배드린다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일만 되면 두려워졌습니다.

주일 병에 걸린 것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많든지 적든지 교인이 있었고 강대상이 있었는데

이제 그것조차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버림받은 자의 심정...

나의 절대 신이었던 그 하나님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주님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해 죽으셨다는 믿음이

자꾸만 교차되는 것입니다.



“주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날마다 주님을 사랑하노라고 울며 고백했습니다.

주님은 절대 나를 버리시지 않을 것이라고...



이 시점에서 내가 주님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할 일은 무엇이냐?

성경책 두 권을 양쪽 호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섭니다.

입술로는 연신 “주님 누구에게 복음을 전할까요?”하고 중얼거립니다.

누구에게 말을 부쳐볼까 두리번거립니다.

그러다가 마음에 집히는 사람이 있으면 붙들고 복음을 전하고 신앙고백을 시킨 다음

성경을 주고 오는 것이 나의 일과가 된 것입니다.

그 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형편이 나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중국의 노동자, 리어카 꾼, 그 때만해도 연변은 참으로 어려운 도시였습니다.

거기서 사는 조선족도 그 형편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입던 헌옷이라도 하나 나누어 주면 그렇게 좋아했습니다.



한국에서 내가 당한 고난은 사치였습니다. 단지 상대적 빈곤일 뿐이었습니다.

내가 목사라는 거드름을 피웠기 때문에 오는 가난이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원천적인 가난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불행해 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는 평등했습니다. 모두가 다 가난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 어느 누구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통해서 나의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년의 세월이 지났고, 굶주리다 못한 탈북자들이 두만강을 건너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참상은 말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 끼 밥만 얻어먹어도 신나했습니다.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고난으로 오는 한(恨)은 풍요로움이나 세상적인 위로로 풀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궁핍했던 사람이 풍요로워지면 위로 받고 행복해질 것 같지만

오히려 지난날 가난이 지겨웠다는 것을 새록새록 느끼며,
지금의 풍요로움을 한풀이 하듯 펑펑쓰며
더욱 교만해지고 없는 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난은 고난 받는 자를 만날 때 위로가 됩니다.

나는 탈북자들을 돌보면서 나의 한 맺힌 것을 풀 수 있었습니다.



부자들이 욕심을 부리는 것은 더 큰 부자를 보기 때문입니다.

더 큰 부자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빈곤해집니다.

나보다 더 잘사는 사람들을 보기 시작하면 나는 항상 초라하고 가난해 보여져서

불행한 마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풍요를 알게 되고

그러면 기쁨이오고 감사해지며 행복을 느낄 수가 있는 것입니다.



기독교인은 세상을 바라보아서는 결코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피 흘리시는 주님을 바라볼 때 나의 죄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나의 고난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송구한 마음과 주님을 사랑하는

연민의 마음이 생길 때 은혜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고난의 상처는 오직 고난으로 치유됩니다. 나보다 더 고난당하는 자를 찾아가십시오.

그리고 위로해주십시오. 그러면 그는 위로받고 나는 은혜 받게 됩니다.



정이나 힘들고 어려울땐 십자가를 바라보세요.

십자가의 고난보다 더 큰 고난은 없습니다.

주님은 이 고난을 나와 여러분을 위해서 당하셨습니다.


예랑선교회(www.yerang.net)

김영식 목사 드림

http://www.rod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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