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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희 선교사(그리스, 데살로니키)

우리 집에는 오롯한 하나님의 은혜로, 다가오는 미래에 남은 열방들을 품을 그로벌 틴인 MK들이 4 명이나 자라고 있다. 그들은 오는 9월이면 각각 대학교 1, 4학년 그리고 고등학교 1, 2 학년이 된다. 안식년으로 오랜만에 돌아온 고국에는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갈망이 너무나 뜨거워 보인다. 선교사도 그런 부모들과 다를까. 전직교사였던 나는 선교지에서 한 두 명도 아닌 4 명의 MK들의 교육 문제로 하나님과 많은 대화를 해야 했다. 눈물로 올린 기도가 하나님의 침묵으로 돌아올 때, 나는 모난 나의 아집 때문에 몸부림쳤다. 그렇게 가는 길에서 다른 조건의 이웃들을 만날 때면, 내 아이들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미어졌다. 제발 우리 아이들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내 달라고 간절히 아뢸 때면, 하나님은 말씀하셨다. “대신, 내가 한다,! 내가 직접 한다!”

지난 1997년 여름, 4, 6, 8, 11 살 된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데리고 그리스 데살로니키라는 생소한 선교지로 떠났던 때가 엊그제 같다. 그 곳에서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그 분이 숨겨 두셨던, 하늘의 사람들인 로마니(집시)족을 만나게 하셨다. 들판의 가시 야생화 같은 로마니족들과 부대끼던 세월 속에서, 우리 집 네 아이들도 함께 뒹굴며 자랐다. 지나간 세월은 촌살 같다던가. 정말 그렇다. 돌이키지 못하는 시간은 어느 새 흘러가 저만치 앞서 있었다. 생소한 환경 속에서 엄마 손에만 매달려 훌쩍이던 아이들이 우쑥 자라, 자신들의 삶의 둥지를 틀기 위해 떠나가기 시작했다. 좋으신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을 위해 준비하신, 그 소나기 같은 축복의 여정을 따라서.

우리 집 네 명의 MK들은 아주 특별하신 하나님의 은혜로, 선교지에서 현지학교를 다니며 성장했다. 아이들의 소원은 선교사 자녀 학교를 한 번이라도 다녀보는 것이었다. 이유는 그 곳에서 있을 신실한 교사 선교사들의 격려와 배려가 그리워서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 집 아이들을 향한 다른 길을 갖고 계셨다. 그래서 내내 침묵하시던 하나님의 뜻을 존중하여, 아이들은 바람이 많이도 불던 현지학교를 선교지 도착 이후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그 덕분에 4명의 아이들은 자신들을 환영하지 않는 학교에서, 다른 신앙과 차별과 불공정 속에 던져졌고, 괴롭히던 많은 국적의 가난한 아이들도 만났다.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공정한 성적을 주지 않는 고약한 선생님을 중고 학창 시절 내내 만나서, 성적표를 받아서 돌아오는 길에는 늘 골목길 어귀에서 훌쩍거리야 했다. 또 부모님의 사역을 늘 곁에서 지켜봄으로, 사역자인 부모의 애환에 자의와는 상관없이 동참했다. 그리고 이미 문명화 되어버린 고물가의 선교지로서, 네 아이를 거느린 사역자의 가정은 그 도시의 빈민이었음으로, 부족과 나눔이 일상이 된 시간들을 보냈다.


▲ 김수길 조숙희 선교사 가정.
그러던 중에서도 첫째가 자라서 대학 입학이 눈앞에 다가왔다. 선교지의 어린이들을 위하여 소아과 의사가 되기를 원했던 첫째 아이는 미국의 대학과 장학금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졸업을 몇 달 앞 둔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첫째 아이의 방에서는 소란이 났다.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도록 울던 딸아이의 울음소리에는, 그 동안 아이가 참아온 모든 것들이 들어 있었다. 여전히 불투명하기만 한 자신의 미래 때문이었다. 강물같이 쏟아지던 아이의 눈물과 애통의 소리를 들었던 그 날 밤, 나는 오랫도록 주님 앞에 엎드려 있었다. 남편과 나는 그 밤을 하얗게 지새며 딸 아이의 미래를 다시 하나님께 올려 드렸다. 하나님께서는 끝나지 않는 긴 터널같은 이 훈련의 시간들이 자신으로부터 왔으며,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일하고 계심을 믿기를 원하는 마음을 주셨다.

과연 하나님이셨다. 이 사건 후, 동역하던 미국 선교사가 자청하여 무조건적으로 딸아이를 미국대학으로 데려가는 일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아이의 등록금과 장학금을 위해, 예비해 두신 교회와 이웃들을 만나게 하시고, 때가 차매 풀 스칼라 쉽으로 대학을 다니게 하셨다. 현지 학교만 다니다가 영어권 대학을 갔던 첫째 아이는 낙제 한번 하지 않고 학업을 잘 감당했다. 지난 학년 말에는 대학 내 최고의 영애상인 올해의 모범 학생상을 받게 하셨고, 동시에 새 학년에는 이 대학의 역사상 아시안으로서는 처음으로 총학생장으로 뽑혀 학생들을 대표하여 대학의 안팎으로 내빈들과 만나야 하는 등의 중요한 일을 감당할 영광도 덤으로 주셨다. 그래서 첫째는 재학 중인 대학에서 뉴 오바마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있다.

이제 또 대학을 가야하는 둘째인데, 하나님께서는 첫째가 다니는 대학에 아예 입학부터 풀 스칼라 쉽으로 시작을 하게 도우셨다. 남은 셋째와 넷째는 더 많은 세월을 선교지에서 드린 MK들이기에, 더욱 현지화 된 아이들이긴 하지만, 이들이 인내한 시간들 또한 그들의 미래를 위한 하늘의 진주가 되었음을 믿는다.

하나님 앞에서는 그 어느 것도 기억되어지지 않음이 없다. 때가 차매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위해 어린 삶을 드려온 MK들에게 그들의 미래를 열어 주셨고, 축복의 징후들을 보이기 시작하셨다. 불의한 자들의 횡포가 결코 내 자녀의 앞날에 장애가 되지 못하는 것을 목도하게 하셨다. 그 된서리 같던 훈련의 시간들 속에서도 새순 같던 아이의 영혼은 상하지 않고, 불의한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불공정과 차별과 자신을 용납하지 않는 사람들과 다민족이 어울린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자리 메김해 나가야하는 가를, 고통스러웠지만 하나님의 때를 기다려야하는 것을, 어리지만 사역지에서 어떻게 위기를 이겨내는가를 배우게 하셨다. 이보다 더 귀한 복들이 있을까.

아이들의 성장시절,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결핍의 시간들이 얼마나 복된 시간들인지… 하나님께서는 그 시간들을 통하여, 그 길을 순종하는 아이들을 손수 빚어 가셨다. 장차 그 분의 때에, 그 분이 쓰시기에 합당하도록. 비록 그 길이 육신의 부모가 원치 않는 것일지라도. MK들의 진정한 토기장이는 하나님이셨고 우리는 청지기일 뿐이었다. 그래서 오늘날 MK의 MK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임을 고백한다.

2009년 07월 17일 (금) 기독신문 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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