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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8 09:59

가지 않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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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봤습니다….'

▶서울지법원장을 지낸 강봉수 변호사가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소년 시절 꿈을 이루려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는 얘기가 어제 조선일보에 실렸다. 수억대 연봉을 받는 대형 로펌 고문변호사 자리를 던지고 나이 66세에 선택한 길이다. 그는 고교시절 노벨 물리학상을 꿈꾸던 이과반 수재였지만 아버지가 법관이 되기를 원해 서울대 법대로 진학했다고 한다.
프로스트의 시처럼 누구나 가슴에 '가지 않은 길' 하나쯤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대개는 그 길을 평생 바라보기만 하다 떠나고 만다. 여건이 안 된다고들 하겠지만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물리학도의 꿈을 찾아 떠나는 노(老)변호사의 용기가 부럽다.

▶"나이 쉰 이전의 나는 한 마리 개에 불과했다. 앞에 있는 개가 자기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같이 따라 짖었다." 명나라 말기, 공맹유가(孔孟儒家) 사상을 거부했던 괴짜 철학자 이탁오(李卓吾)는 공자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만의 사유(思惟)를 펼친 때가 쉰을 넘어서였다고 했다. 가족을 부양하느라 하급 관직을 전전하다 53세에 벼슬길에서 물러난 뒤에야 독자적 사상을 담은 '분서(焚書)'와 '장서(藏書)'를 쓰기 시작했다.

▶처칠은 노년을 그림 그리기에 빠져 보냈다. "하늘나라에 가서 내 첫번째 100만년은 그림 그리는 데 다 써버리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집은 물론 프랑스, 북아프리카, 멀리 미국 로키산에도 이젤을 세워둔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그는 "캔버스는 시간의 시샘, 서서히 밀려오는 쇠락으로부터 지켜주는 보호막이다. 그림을 그리면 빛과 색, 평화와 희망이 마지막 날까지 함께한다"고 했다. 그의 그림은 6억원대에 거래될 만큼 인정받는다.

▶나이 들어 생활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게 되면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을 위해 하고 싶은 일에 눈을 돌린다. 오래 묻어뒀던 꿈을 되살린다. 김준성은 63세에 경제부총리를 끝으로 관직을 떠난 뒤 소설 쓰기에 몰두해 장·단편 수십 편을 발표했다. 그는 38세 때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지만 잇따라 은행 요직을 맡게 되면서 문학의 열망을 접어뒀었다. 그는 재작년 87세로 타계하기 두 달 전 인터뷰에서 "소설가 김준성으로 오래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만물상] 가지 않은 길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www.chosun.com

************************

감동적인 글이라 큰 아이 기은이에게 내용을 잠시 소개했다.
“물리학도 특히 이론 물리 전공자 중에 돈 벌기 위해 물리 택한 사람 있을 것 같냐?”고 하고 묻자
“아마 없을 걸요. 기껏해야 선생 밖에 못할텐데~”
“그냥 공부가 좋아서 연구하느라 물리하는 사람들은 많겠지...”

화려한 경력과 명예 그리고 높은 급료를 뒤로 한 채 적지 않은 나이에 어릴 때 품었던
물리학도의 꿈을 위해 미국 유학을 간다는 말이 큰애 피부에 와 닿나 보다.

막내 기성이는 16살에 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했는데 강 변호사님은 66살에 물리학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무려 60년 차이가 난다.

두 명의 물리학도를 둔 아버지로서 물리학의 위상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기폭제가 되었다.

***********************

물리학은 인류에게 꼭 필요한 학문이다. 더욱이 아주 우수한 이과 쪽 성향의 머리를 지닌
자만이 감내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경제적으로 의사만큼 대우받는 건 기대할 수 없다.

왜 물리를 하는가.

인류 복지를 위해~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과학도로서의 삶을 지켜나가기 위해~
아님 노벨상으로 목표로!

하지만 기은이에게 거는 기대가 또 하나 있다.

물리는 창조의 원리를 배우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물리를 통해 숨겨진 창조의 비밀 속으로 한걸음씩 접근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과학을 내세워 창조론에 도전했던 영국의 한 물리학자~
결국 그가 내세운 이론에 신학자들까지 동조해 우주의 기원을 45억 년이니 하는 말까지
유행하게 되었다 한다.

창조의 중심은 인간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해 놓고 인간보다 수 십 억 년 앞서 물질을 만들어 두었다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기은이에게 거는 기대는 기독교 신앙에 입각한 물리학자가 되라는 것이다.
아예 신학 수업도 배워 과학과 신학의 가교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물리는 정직한 학문이다. 따라서 정직한 자만이 배울 수 있는 학문이다.

기은이는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이론물리학을 심도 있게 배우기 위해 박사 과정
입학허가를 받았다.

우리 형편으로는 마음껏 학업에 전념하라고 할 입장이 못된다.
누가 선뜻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으리라 믿고 유학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주님께서 때를 따라 도우시리라는 믿음을 기초로
최선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아름다운 열매 맺는 날이 오리라 기대하고 있다.

기은이 학업과 진로를 위해 관심을 갖고 기도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사진설명> 부랴트 종족 마을 지역 선교 여행을 갔다가 찍은 저녁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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