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고의 명문 모스크바국립대(МГУ; 엠게우). 모스크바국립대는 1755년 엘리자베스 페트로브나 여왕의 공포로 설립되었다. 설립자인 미하일 로마노소프(1711~1765)는 18세기 러시아의 위대한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푸쉬킨은 그를 굳건한 의지와 날카로운 과학적 사고로 한평생 학문을 연구한 위대한 인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현재 엠게우의 18개 학부에서는 2만5000여 명의 학부생과 5000여 명의 대학원생이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5000여 명의 연구원과 6900여 명의 박사급 이상 교수 등 8500여 명의 교수진이 포진해 있다. 또한 세계 97개국에서 온 300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수학 중인 국제적인 대학으로, 지금까지 1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냈다.
1755년 모스크바국립대가 처음 설립되었을 때는 모스크바 중심가에 있었으나, 스탈린 시대 말기인 1950년 초 스탈린 양식의 새 캠퍼스가 완성되면서 지금의 장소로 이전되었다. 모스크바국립대의 건물은 최근까지 동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였다. 고대의 성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모스크바국립대 본관 건물에는 식당, 서점, 우체국, 은행, 문구점 등의 생활편의 시설과 중앙강당 등이 있으며 지하에는 실내수영장이 있다. 그리고 나머지 공간은 기숙사(양 옆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본관 건물 이외에도 본관을 중심으로 많은 단과대학 건물이 흩어져 있는데,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의 최고 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캠퍼스의 규모 또한 크다.
1756년에 설립된 모스크바국립대 도서관은 전문서적과 학위논문 등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서적도 200만 권이나 소장하고 있다. 이 도서관에는 1년 평균 5만5000여 명의 이용자가 드나들며, 550만 권 가량의 책이 대출되고 있다. 아시아-아프리카연구소, 8개의 부설 학문연구소(공학, 핵물리, 소입자, 물리학, 천문, 계량, 생물, 인류, 세계문명)를 포함하여 모스크바국립대 산하 연구소는 450여 개가 있으며, 대학 내에 세 개의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소련이라는 세계 최강국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까지 모스크바국립대는 최고 대학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 나가고 있다. 인문학 및 자연과학 분야에 있어 명실상부한 러시아의 두뇌이며, 전 세계 학문 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소련 시절부터 지금까지 모스크바국립대는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 확실한 보증수표로 각인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회유와 압력을 통해 고위급의 자제들을 받아들인 데 반해 모스크바국립대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학문의 순수성을 유지했다. 입학시험과 학위수여에 있어서도 정당성을 유지했고, 정규시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일반인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문을 열어 주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고, 사회 역시 모스크바국립대 졸업자들을 인정해 준다. 이는 지금의 모스크바국립대를 있게 한 가장 확실하고도 명료한 전제이고 해답이라 하겠다.
러시아 최고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러시아 학생들은 한국과 같이 재수와 삼수를 감수하면서 입시를 준비한다. 특이한 점은 이러한 입시학원들이 각 대학 산하에 있는 국립 입시학원이라는 점이다. 한국 학생을 비롯한 외국 학생들은 러시아 현지 고등학교 졸업생들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외국인 전형'을 통해 입학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 대학들이 그러하듯 졸업이 무척 힘들다. 외국 학생들은 물론이요, 러시아 학생들도 유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시험기간 뿐만 아니라 학기 중에도 학업에 전념한다. 특히 졸업이 어렵기로 소문난 법대의 경우, 수교 이후 약 50여 명의 한국 유학생이 입학했지만 5년의 학·석사 통합과정을 졸업하고 러시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단 4명 뿐이다. 기타 이공계열 학과 같은 경우에도 정상적으로 졸업하는 한국 학생은 손에 꼽힐 정도다. 졸업이 힘든 만큼 졸업 후 한국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모스크바국립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까다로운 학위인증 제도를 거쳐야 한다. 한국의 대학과 가장 다른 점은 단순히 강의를 듣고 학점을 이수했다고 해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학위 인증 졸업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학위 종류에 따른 수학과정은 학부과정 4년, 학·석사 통합과정 5년, 석사과정 2년, 박사과정 3년 등이다. 원래 러시아는 모든 대학이 5년의 학·석사 통합과정이었는데, 1990년대 말부터 미국과 유럽의 교육제도에 맞춰 몇몇 단과대 별로 4년제 학부과정이 생겨났다. 5년의 학·석사 통합과정을 마치면 석사학위에 해당되는 학위가 주어지며 러시아 국립아카데미 학술원에서 발급하는 학위증이 수여된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학생들은 박사과정을 거칠 경우 자신의 전공과목에서 강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박사학위 심사는 국가와 학교의 관계자가 참석해 진행되고, 통과하면 연구소나 학자로 진출한다.
학비는 미국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다. 학부과정이 4000~6000달러 정도이고, 대학원과정이 6000~8000달러 정도이다. 다만 세계 2위의 살인적 물가를 자랑하는 모스크바의 특성상 높이 오른 집값과 생활비가 부담이 된다. 한국 유학생들도 예전에 비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공부하고 있다.
모스크바국립대는 올해로 개교 250주년을 맞아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날로 치솟는 유가와 계속되는 내수경제 호황에 힘입어 소련 붕괴로 인해 찾아왔던 경제 몰락과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러시아 전문가로 태어나기 위해 오늘도 우리의 한국 학생들은 러시아의 수재들과 경쟁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글_ 이화준 mirleehj@hanmail.net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엠게우) 법학부 졸업(summa cum laude). 러시아 변호사 자격증 취득. 현재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부에 재학 중이며 육군본부 법무관실 법제과 법무관으로 복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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