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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1 09:24

데스크칼럼] 긍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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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가을의 문턱을 넘고 있다. 똑같은 하루지만 분위기가 다르고 느낌이 다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다가오고, 여린 마음에 그리움과 고독한 아쉬움들이 채워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다. 그래서 이즈음에는 가슴 아린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닥친 계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방황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풍요로움으로 가득한 들판을 바라보며 감사의 마음이 절로 생긴다. 따뜻하고 윤기 흐르는 햇살을 보노라면 릴케 시인의 ‘가을날’이 한결 실감 난다. 김현승 시인은 ‘가을의 기도’에서 기도와 사랑, 홀로 남은 외로움으로 삶과 영혼의 고독을 노래했다.

가을은 무엇보다 긍휼을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다. 긍휼은 풍요함에서 나오고, 긍휼은 긍휼을 낳으며 화평으로 이어진다. 예수님이 인간들에게 가졌던 긍휼은 풍요함과 섬김에서 나왔다. 가진 자가 베풀 수 있고 마음이 평강한 자가 각박함을 끌어안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헨리 나우웬과 도널드 맥닐, 더글러스 모리슨이 함께 만든 책 <긍휼>은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며 불쌍한 자들을 가련하게 여기는 감상주의적 동정이 아니라 직접 그 고통의 자리로 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긍휼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불쌍히 여기는 것은 동정이고 적선이지만 긍휼 속에는 사랑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긍휼을 실천했던 대표적인 사람 중 하나로 테레사 수녀를 꼽는다. 그는 일생을 긍휼의 삶으로 지냈다. 그러나 그도 때로는 인간적인 분노에 사로잡히기도 했다며 진정 사랑을 담은 긍휼을 실천하기가 어려움을 고백하기도 했다.

오늘날 교회는 많은데 긍휼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긍휼이 없는 세상은 사막과 같다고 한다. 세상이 물기가 없는 광야처럼 각박하고 삭막하다. 묻지마 범죄가 횡행하고 패륜적인 사건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가을에는 특히 사람들의 마음이 여려진다고 한다. 그래서 일상의 변화도 많다고 한다. 하늘이 준 열매는 풍요한데 긍휼이 메마른 이 계절에 무엇을 바라고 어떤 결실을 만들 것인가.

2009년 10월 13일 (화) 11:41:36 이길환 편집국장 기독신문 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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