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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글> 이병관 선교사를 천국으로 먼저 보내며-
             

( 수년전 작성한 글임) 20년 여년 전 신학부 졸업반 때의 일입니다. 급우 중에 어린이전도협회에서 사역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평소 어린아이들을 상대해 온 탓인지 소년처럼 청순한 모습을 띠고 있었습니다. 졸업 후에도 변함없이 어린이 사역을 하겠다는 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수년전 잠시 우리 선교를 협력해 온 동창 목사님으로부터 졸업반 때 눈여겨 본 동창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린이전도를 위해 헌신해 오고 있는데 멀리 캄보디아 선교사로 나가 어린이를 위해 사역 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위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탓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동창 목사이자 같은 선교사여서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동창목사는 또하나의 걱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캄보디아 현실이 열악해 이병관 선교사 자녀들이 그동안 정규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교육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외국인에게 선뜻 교육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나라가 있는데 캄보디아 사정이 그러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치면 한창 여고생 시절을 보내야할 딸 큰딸과 중학생에 해당하는 아들이 마치 무학자처럼 지내왔던 것입니다. 부모가 열악한 나라 선교사로 오래 사역했다는 것  때문에 선교사 자녀들이 무학자로 전락하고만 사실이 못내 마음 아프게 생각되었습니다. 

동창 목사는 이병관 선교사 자녀들을 자신이 맡아 독학으로라도 정규 학력을 취득할 기회를 마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단 자기 사택에 이 선교사 자녀들을 재우고 강사를 구해 검정고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대개 교회 청년들이 주축이 된 이 선교사 자녀 돌보기 운동에 힘입어 4월 검정고시에서 큰딸이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아들은 거의 모든 과목이 합격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 선교사가 다시 몸이 나빠져 수술을 받고 원주에서 요양하는 동안에도 자녀들은 열심히 검정고시를 위한 공부에 몰두했습니다.
본인이 지난 여름 비자 연장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원주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요양 중인 이 선교사 가족을 찾아갔습니다. 역시 순수한 열정을 지닌 옛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이미 자신의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나타났음에도 오히려 제건강을 염려해 기도해 주었습니다.

원주를 방문한 날이 공교롭게도 8월 검정고시 시험 일이었습니다. 검정고시 학원에서 제공한 답안을 대조한 결과 큰딸은 고졸학력검정고시에 무난히 합격된 것으로 보이고 아들 또한 남은 과목이 통과되어 중학교 졸업 학력을 취득한 것으로 믿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불과 반 년 사이에 국졸에서 고졸로 탈바꿈한 큰딸의 인생 여정이 한편의 드라마같이 생각되었습니다. 한국어조차 능숙하지 않을텐데 정말 장한 일이 아닐 수 없어 축하해 주었습니다. 아들 또한 검정고시 합격으로 인해 나이에 맞게 고교 진학이 가능해졌습니다. 

본인이 이 선교사에게 몇 가지 물어보았습니다. 역시 캄보디아 사정상 자녀들에게 정규교육을 시키는 일은 무리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돈이
드는 국제학교로 진학시키거나 유학을 보내는 일도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은 어떻게 얻었냐고 묻자 우연히 한국을 방문할 때가 6학년졸업반 나이여서 근처 학교를 갔더니 졸업생으로 처리해 주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어서 가능했지만 중학교부터는 이런 혜택조차 누릴 수 없어 그냥 지내왔던 것입니다. 

이번에는 이왕이면 진찰을 미리 받아보아 병을 빨리 발견할 순 없었냐고 묻자,수년 전 병원에 갈 일이 있었는데 5만원만 더 내며 암검사까지 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선교사 생활을 해서 잘 알겠지만 내 문제를 놓고 이런 돈을 선뜻 사용하기가 부담되어 검사를 받지 않았다. 아마 이때 검사를 받았더라면 암이 초기에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 후일 위암3기가 지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말에 선교사 심정이 이해가 갔습니다.
복음의 최일선에서 수고하는 선교사의 건강에 한국교회가 좀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선교지로 돌아가기 원하는 그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기도했습니다.

큰딸에게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묻자, 의료 선교사가 되고 싶다고 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사랑하는 아빠가 위중한 상황에 놓여있는 현실 속에서도 자신이 의사가 되어 선교 현장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그녀의 꿈을 우리 주님께서 들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이병관 선교사를 만난 후 더욱 그를 위해 기도해 왔습니다. 저역시 선교지에서사역하던 중에 뜻하지 않는 병이 발병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 탓에 더욱 그의 건강 회복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원주를 다녀온 지 두 달 남짓되어 교단지에 이 선교사의 소천 소식이 실려 너무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래의 동창목사, 나라는 다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선교사로 사역 중인 터여서인지 남다른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아픔 속에서 그의 자녀들이 검정고시를 통해 정규학력을 갖게 된 것이 위로가 됩니다. 이제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사랑해 순교적 삶을 살아온 이병관 선교사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어 하나님의 나라로 먼저 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신앙을 뒤이어 훌륭하게 자라나리라 믿습니다. 사모님에게도 주님의 위로와 인도가 주어지기를 기원합니다.사모님은 캄보디아 선교사로 계속 머물겠다고 합니다.
한국교회가 더욱 세계선교에 관심을 갖고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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