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L형제와의 만남

이르쿠츠크 교회를 설립한 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전도하기 위해 기도하면서 다각도로 힘써 왔다. 특히 어떤 곳을 찾아갔다가 상처를 입고 그만 신앙생활을 포기한 영혼들이 많이 있어 잃은 양 찾기 운동을 폈다.
선교지에 교회가 없다보니 이처럼 뜻하지 않는 일이 생길 수가 있다. 그래서 순수한 열정을 가진 많은 선교사들이 이런 지역으로 진출해 주었으면 한다.

이르쿠츠크 교회를 설립하기 위해 준비할 무렵부터 새로이 타오르는 불을 끄기 위해 사단은 갖은 노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기껏 교회로 나오도록 전도해 놓으면 배후에서 마음을 흔들어 놓아 끝내 교회 출석을 포기하도록 하는 무서운 힘(?)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동족으로 인한 것이라 자세히 설명할 수가 없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 선교지이기도 하다.

심지어 오랫동안 우리와 연관을 가져왔던 젊은 러시아 자매가 일부 문제 인물들의 말에 현혹되었는지 왜 교회를 세우려 드느냐, 그냥 구역 예배 모임 정도면 되지 않느냐, 앞으로 종교비자는 3개월밖에 안 나온다. 또 거주허가를 받기 위해 반드시 모스크바를 다녀와야 한다. 차라리 학생 비자로 바꾸는 게 좋을 것이다. 혹 교회를 세우더라도 이 사실을 광고하지 말아라, 혹 중국계 성도들이 오면 먼저 자리 잡은 사람(?)에게 누가 출석했는지 알려라 는 등 현란스런 말을 해 놀랐다. 그녀의 말은 대부분 불리한 쪽으로 말한 것이다.

왜 굳이 우리를 찾아와 이런 말들을 해야 했을까. 더욱이 이때는 아직 교회를 시작하기도 전이고 어떤 형태로 목회를 할지 어떤 인물들이 교회를 출석하게 될지 우리도 미처 모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우리에게 이런 충고를 하려 든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하나의 교회가 서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동원된 것 같다. 굳이 누가 왜 이래야 했는지 대강 짐작이 가지만 굳이 여기에 밝히지 않겠다. 한 마디로 한국인의 사회가 이처럼 이해 못할 면이 있는 것이다. 자매의 사고를 흔들어놓은 주동자들이 왜 이 지역에 와서 어떤 이유로 존재하는지 독자들이 알게 되면 실망할 수 있다. 이러한 충돌이 사역에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방해 요소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던 어느 날 이르쿠츠크 교회를 찾아온 형제가 있었다. 마치 빌립의 손에 이끌리어 예수님을 찾은 나다니엘처럼 그와의 만남이 주는 의미가 컸다. 이 형제 역시 종교시설에 갔다가 큰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이미 주위로부터 내게 대해 많은 말을 들었던지 나를 만나자마자 여러 가지 물어왔다. 왜 선교지에 온 지 몇 년이 되었다는데 지금까지 교회를 세우지 않았는지. 그동안 주로 어떻게 활동해 왔는지, 혹 외국 출입은 어느 정도 했는지 등 여러 질문들이 쏟아졌다.

나는 비교적 신학 수업을 오래 받아 온 만큼 이러한 과정을 소개할 기회를 가졌다. 또한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일본, 태국, 필리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르쿠츠크를 오기 위해 중국 심양을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기도 했다.

러시아 특히 이르쿠츠크에서 사역하기 위해서는 법적 요건이 필요하다. 특히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을 경우 더욱 법적인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종교비자가 주어지기까지 언어훈련을 하면서 언어와 문화 적응에 힘썼던 것이다.

이 형제는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처럼 전날 입은 상처를 딛고 아주 열심히 신앙생활에 접어들었다. 이미 1년 이상 영적으로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는 형제가 내게 본래 자신은 기독교 지도자가 되기 원했다. 그러니 혹 야간에 신앙학교(신학교)처럼 수업을 받을 수 없겠냐고 물었다. 선교사가 먼저 요청한 것도 아니고 성도가 내게 부탁해 오니 거절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른 두 자매와 함께 기독교지도자 훈련을 시키기로 했다. 사실 선교를 온 목적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형제는 주일 예배 외에 수요 성경공부 그리고 월요일, 금요일 저녁에 함께 모여 성경을 연구하는 시간에 열정적으로 참석했다. 낮에 종일 장사를 하고 피곤할텐데도 한 차례 빠지는 법도 없이 훈련에 임했던 것이다. 그 사이 신앙의 진보가 많이 되고 일부 성경에 대해 잘못 배워왔던 부분의 수정도 가능했다. 주님께서 귀한 만남을 허락하신 것이다.
중국 한족 성도가 우리 집을 찾아오자 형제의 유창한 중국어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앞으로 주님이 쓰실 귀한 그릇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형제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한 자매를 만나 함께 살다가 연초에 자매는 아이를 낳으러 중국에 갔다고 한다. 아직 중국에 결혼 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아이 출산 전에 중국에 가서 혼인 신고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서둘러 다녀와야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사스가 형제의 계획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기도했다.

막상 중국 가는 비행기표를 끊으려 하자 사스로 인해 이르쿠츠크와 중국 사이를 연결하는 비행기가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득이 러시아 국경까지 가는 기차를 타고 가서 국경에서 내려 걸어서 건넌 후 다시 중국 국내선 기차를 타는 계획을 세웠다.
러시아에서 두 번, 중국에서 두 번 기차를 타고 나머지는 택시를 타야 한다고 한다. 자그만치 나흘이 걸리는 장도에 오르기로 한 것이다. 그를 떠나보내기 앞서 함께 만나 기도했다. 사라 선교사는 먼 길을 가는 그를 위해 준비한 김밥을 손에 들려주었다.

아기 엄마가 될 자매는 아직 교회를 출석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성경책과 임신복 겸 실내복으로 입을 만한 옷을 선물했다. 앞으로 주님의 가정을 이루기를 기도하고 있다.
형제는 신앙훈련을 통해 더욱 든든히 선 것 같았다. 교제로 사용하던 두란노 주제별 성경공부 100가지를 선물하면서 그 사이 혼자라도 열심히 수업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주님께서 그를 제자삼기 원하신 것이다.

형제가 고향을 무사히 다녀와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고 기도했다. 그의 자녀 출생이 한 가정에 기쁨을 주기 원했다. 산모에게 황달이 나타나 치료하면서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조금 염려가 되어 기도했다. 형제의 가정이 복음화 되고 평안한 삶을 유지해 나가도록 기도를 했다.
얼마후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사내아이였다. 주님께서 청세 전부터 택한 자기 사람을 지키시고 계셨다.

수년이 지나 형제는 쉽게 가기 힘든 한국에 가게 되었다. 아직 비자 기간이 짧아 중국을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한국에서 건축 노동을 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마침 본인이 한국을 방문할 때 형제를 한국에서 만나 여러 후원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소규모 신학교 통신 신학을 하겠냐고 물었더니 어렵게 번 돈을 가지고 등록을 했다.
마흔을 막 넘었음에도 소년처럼 청순한 모습이 보는 이마다 착해 보인다고 칭찬이다. 바울이 디모데를 만난 심정으로 위해 기도하고 틈틈이 신앙서적을 읽게 하고 신학 과목도 가르쳐 왔다. 앞으로 중국 선교에 크게 사용될 제목임에 틀림없다.

우리 사역을 틈틈이 방해해오던 자들이 이번에는 드디어 우리 비자 루트를 막는 개가(?)를 올렸다. 이 자는 우리가 초청한 케이스인데도 문제의 자매를 선동해 우리 비자 발급에 지장을 준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우리가 초청한 자가 어느새 전후관계를 파악하고 이 자매를 이용해 압박수단으로 쓴 것이다. 일부 한국인들이 순진한 현지인을 교묘히 선동하는 일이 언제 중단되려나.

하지만 주님은 피할 길을 열어놓으셔도 아예 이들 영향권 밖으로 옮겨 놓으셨다. 우리는 침례교단과 새로이 관계를 맺게 되었다. 주님은 시험당할 즈음 피할 길도 내신다.
주님의 일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오직 앞만 보고 나아가야 한다. 나머지 문제는 주님께서 친히 간섭하시고 섭리하신다.

형제는 한국을 몇 차례 오가며 일을 했다. 이따금 한국에 나가 반갑게 만났다. 어렵게 벌은 돈 일부를 선교비로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신실한 형제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 형제를 초청한 서류에 문제가 있다며 더 이상 한국행 비자를 발급하지 않아 부득이 중국에 있는 한국인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소원대로 머지않아 좋은 기독교 지도자가 되길 기도하고 있다.

선교사 가정과 선교지에서 만난 믿음의 형제 자매들을 위해 기도바랍니다.

사진설명- 왼쪽에 형제의 모습이 보인다. 주님께서 늘 동행하시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