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친구가 없는 선교사 자녀들

by 이재섭 posted Jul 0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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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이가 3년만에 한국에 왔습니다. 6살에 부모를 따라 선교지에 가서 초중고 대학교를 모두 졸업한 탓에 한국에 친구가 없답니다, 친구가 없기는 찬미도 기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l선교사는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대체해 이른바 학연이 적은 편입니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릴 나이이지만 외진 선교지에서 지내느라 한국인 친구가 없이 지내온 선교사 자녀들을 대할 때 다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 잠시 머무는 동안 새로운 친구 만들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찬미와 기성이 모두 모스크바 국립대 대학원 진학을 위해 기도 중입니다. 목표만 정했을 뿐 등록금이 어디서 어떻게 마련될지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큰 도시에서 오랫동안 자녀들과 살아온 선교사 가운데 자녀를 한국이나 미국으로 유학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더군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또한 친구 만들기를 의식한 탓이라 생각됩니다.

한국인 학생들이 유학을 오는 대도시에 살다보면 몇 명이라도 또래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한국인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지방 도시에서 지내느라 자녀들 모두 현지인 친구들과 지내야 했습니다. 대신 러시아어는 비교적 유창한 편입니다.

부모 세대 또한 한국인들과 접촉이 없어 외롭게 지내야 했습니다. 자신이 먼저 인사를 해야 할 나이임에도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만나는 것을 철저하게(?) 막아온 박모란 젊은이의 수고로 수년 동안 만남의 자리를 갖기 어려웠습니다.
일생에 한번 만날까말까 할 정도로 특이한 자라 생각됩니다. 십 수 년 나이가 더 들었다면 인생의 선배일 수도 있고 목회자로서도 대선배 격인데 왜 이런 식으로 살아야 했는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 교회에서 선교사 자녀들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부모의 선택에 따라 어린 나이에 불편한 삶은 살아야 했던만큼 이따금 한국에 찾아오게 되면 관심을 갖고 위로해 주는 손길이 있었으면 합니다. 또래가 만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처음 선교지에 도착했을 때 자신들이 다니던 선교원을 못내 그리워하더군요. 또래와 보낸 시간들이 마음 한 편에 추억으로 남아 있나 봅니다. 선교지에서 보낸 날이 15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대학교까지 졸업해 어릴 적 동무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친절한 러시아 친구들이 많았지만 언제 다시 만나기 될 지-
선교사 자녀들에게 좋은 만남이 주어지기를 소망합니다. 혹 누가 친구하자고 악수의 손길을 내밀지 몰라 자녀들 메일을 (본인들 동의없이 살짝) 소개합니다. 이찬미(22세) russianfed@naver.com 이기성(21세) kisung91@naver.com

세계 곳곳에서 수고하고 있는 선교사님들과 특히 선교사 자녀들에게 관심을 갖고 기도해 주시길 당부합니다.

<사진설명> 5년 전- 찬미와 기성이의 졸업식장에서- 기성이가 최연소 졸업생임에도 수학왕상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