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아이 부모인 제니스 목사 가정 방문기

by 이재섭 posted May 0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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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저녁에 제니스 목사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불과 서른 살 나이에 여섯 아이의 아빠가 된 제니스 목사님 가정 방문기가 한국의 어린이날에 어울릴만한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본래 5시에 우리 식구를 실으러 오기로 했는데 6시로 늦추더니 6시반에야 차가 도칙했습니다. 알고 보니 기르던 망아지가 도망가서 잡느라 몹시 힘들었다고 합니다. 성질이 난폭한 망아지여서 머리에 상처를 입은 채 붙잡아 우리에 넣고 오느라 늦었다고 합니다.

수년 전에 완성된 다리를 건너 도시를 지나 교외로 벗어나자 농장 가운데 통나무집이 있었습니다. 집안에 들어서자 열 두 개의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4남 2녀의 어린 아이들 이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큰 아이가 8살이라는 말해 혹 쌍둥이가 있나 해서 유심히 살폈는데 차례대로 나은 아이들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막내가 8개월임에도 일곱 째를 임신 중이라고 합니다. 전도는 집에서부터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라 선교사 준비한 선물을 나누어 주자 모두 좋아했습니다. 틈틈이 사진을 찍어 두었습니다. 아이들도 대단하지만 이 많은 아이들을 임신하고 낳은 수고를 감당한 아이들 엄마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사실 러시아 여자들도 아이를 많이 낳지 않습니다. 대부분 한 명 내지 두 명 정도 낳는 문화입니다.
율라도 한 아이만 낳으려 했다가 신앙인이 극소수인 러시아 기독교 현실을 생각해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많이 낳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줄줄이 낳다 시부모님은 어디로 아이들을 입양시키자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8살 난 큰 애는 여자아이였습니다. 많은 동생들을 거느린 탓인지 어린 나이지만 마음에 여유가 있어 보이고 동생들을 잘 보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습니다. 여자는 둘 뿐이고 남자가 넷이라 걱정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여섯 번 째 동생이 여자 아이이기를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도 아직 어리지만 동생을 거느린 탓에 부모님 품에 안길 기회마저 적어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안아달라고 매달리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기성이가 대 인기였습니다.

1년 남짓 사이에 아이를 하나씩 낳은 가정답게 신학교에 3년 유학하는 동안 다섯 째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까지 했다고 합니다. 제니스 목사 부부가 다섯 째 아이는 태중에 신학교 강의를 충실하게 듣고 졸업까지 한 탓에 디플로마(졸업장)까지 받았다며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니스는 아이들 틈에서 수업하느라 잠든 다음에 논문을 쓰는 등 남보다 더 많은 수고를 했다고 합니다. 다섯 째 아기가 태어난 지 불과 14일 만에 기차로 48시간 걸리는 이르쿠츠크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저희가 이 가정이 방학 중에 오가는 교통비를 몇 차례 지원한 사실을 고마워하고 있었습니다.

제니스 가정을 방문할 기회에 집안 상황을 찬찬히 살피면서 무얼 선물할 것인지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사라 선교사는 자식뻘 되는 젊은 부부가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모습을 눈여겨보았던지 우리 살림이 모두 이곳에 와도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다음에 새로 하나씩 구하기로 하고, 안식년을 겸해 일단 선교지를 철수할 때 우리가 사용하던 냉장고, 세탁기, 주방기구나 가구, 피아노 등 거의 모두 이 집에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교회에 필요한 물품 또한 이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거저받았으니 거저주어라는 말대로 무언가 나눌 수 있는 것 또한 작은 기쁨이 됩니다. 당장 TV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며칠 안에 사용하던 TV와 비디오, 어린이용 비디오테이프 등을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교회에 사무용 컴퓨터가 당장 필요하다고 하여 이또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요리사로 일하는 제니스 목사님은 많은 자녀들을 양육하느라 부족한 부분은 후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 후원오던 곳이 하나 줄어 생활에 다소 지장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가을 주파송 교회 후원 중단으로 인해 우리 또한 부족한 상태라 선뜻 후원을 약속할 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혹 제니스 목사님 가정을 위해 후원할 분은 연락바랍니다. 저희 통장으로 입금하더라도 대신 전해 드리겠습니다.

제니스 목사님은 착한 일이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사역자는 착해야 한다. 예수님의 뜻을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선교사와의 만남은 곧 한국 교회와 성도들과의 만남이기도 합니다.
요리사인 제니스가 준비한 만두를 먹고 기르는 소에서 직접 짠 우유를 마셨습니다. 망아지 두 마리를 사서 키우는데 한 마리는 착한데 비해 다른 한 마리는 사나워서 어디 팔기도 싶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우솔 시비르스크 교회가 멀어(차로 한 시간 반 이상 걸림) 조만간 교회 근처로 이사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작은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아 이또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젊고 힘있는 제니스 목사 가정이 마음껏 주님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누군가 후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니스 목사님과 자라나는 자녀들을 위해 그리고 원활한 사역을 위해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설명> 제니스 목사 가정의 다섯 아이 모습- 막내는 아직 8개월이라 종일 누워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