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선교사 데이비드 가정의 초청을 받아 우리 가족 네 사람이 방문했습니다. 버스가 닿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 탓에 우리를 실으러 동네까지 찾아왔습니다. 데이비드 집은 도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층집으로 넓은 텃밭도 딸려 있었습니다.
데이비드는 음대에서 섹소폰을 전공했고 부인은 호른을 전공한 음악 가족입니다. 스물 다섯 살 큰아이가 한 살 박이일 때 러시아 선교 계기가 주어져 이곳으로 왔다고 합니다. 평균 1년 반마다 아이를 하나씩 낳아 지금은 2남 3녀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큰 아이 외에 모두 러시아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르쿠츠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약하기도 하고 여러 곳에서 악기를 가르치는 외에 교회 지휘자 때론 설교자로 단상에 서기도 합니다. 검소하게 살아가는 데이비드 가정 아이들은 자기 나라 즉 동족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 가족끼리 지내고 있습니다.
이날 쵸코파이와 과일 그리고 볶음밥까지 만들어 갔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구입한 학용품, 어린이 용품, 템버린 등을 선물로 가져가 나누어 주었습니다. 마침 하루 전날 막내딸이 네 번 째 생일을 맞았다고 합니다. 사라 선교사가 준 작은 가방을 목에 걸고 탬버린을 흔들며 신나게 오갔습니다.
집에 헬라어 성경책이 있어 데이비드에게 신학 수업을 했냐고 물었더니 사실 신학교에 가고 싶었으나 갑자기 선교사로 오게 되었는데 대신 독학으로 히브리어 헬라어를 공부했다는 말해 그의 선교 열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헬라어 성경 이곳저곳 물어보니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자기가 공부한 문법책과 신텍스(구문론) 책을 보여 주었습니다. 더 많이 공부하고 싶지만 아이들이 많고 아직 어려서 학습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왠만한 문장을 모두 소화해 내기에 특이한 형태로 된 구절을 찾아 물어보았습니다. 요한복음 2장 8절에 안드레사테 뉜 카이 페레테(떠서 갖다 주어라)란 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은 모양입니다. 헬라어 명령형은 1회 명령법(과거 형태)과 연속 명령법(현재 형태)이 있는데 처음엔 포도주를 큰 통에 담아(1회) 여러 하객들에게 나누어 준 것을 표현한 문장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성경 원어를 가르친 경험이 많은 편입니다. 수년 전에는 몽골 장로교 신학교에서 한 주간 동안 방학 특강을 하기도 했습니다. 혼자 거의 종일 헬라어 강의를 하자 신학교 교수로 있는 후배 목사가 놀라더군요.
이 땅에 온 한국인 크리스챤들을 대상으로 원어 성경 교실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세웠습니다. 하지만 만남의 자리를 갖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담을 쌓은 자의 수고(?)로 인해 이런 기회마저 갖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제한된 선교지 상황으로 인해 달란트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데이비드 가족과 식사 후 찬양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다룰 수 있는 악기가 동원되어 다양한 형태로 연주하고 노래도 했습니다. 한영 찬송가를 가지고 갔지만 워낙 옛날 곡들이라 정작 미국인들은 대부분 알지 못하더군요.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나라 찬송가를 대폭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땅에서 한국인들을 만날 기회가 없는 대신 다른 나라 믿음의 가족들과 좋은 교제를 나눌 수 있어 위로가 됩니다. 좋은 만남과 폭넓은 사역이 펼쳐질 수 있도록 기도바랍니다.
<사진설명> 두 가족이 함께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