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반란

by 이재섭 posted Oct 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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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년 전 군에서 전역하고 신학 수업을 계속하던 중에 들은 이야기다. 한 젊은 교회 일군이 교회 내내에서 무차별로 꽃들과 교제를 가지다가 그 중 하나와 결혼하기로 했다. 상대는 중직의 딸- 하지만 상처입은 꽃들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결혼식 날 식장에 몰려가 나와 결혼하기로 했는데- 나랑 사귀었는데 하고 저마다 목소리를 냈다. 이 모습에 놀란 신부 아버지가 청중들을 향해 정중히 사과 발언을 했다 한다.
“하객 여러분 오늘 결혼은 무효로 하겠습니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15년 전 비슷한 일이 일어날뻔 했다. 꽃을 좋아하는 나비가 갑자기 날아들어 이꽃 저꽃 옮겨다닌 탓에 여러 꽃들이 기대(?)에 부풀었다. 마지막에 영향력 있는 집안의 꽃과 행정을 담당하는 꽃으로 좁혀졌다. 자칫 어느 한쪽을 택했다가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 수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계속 후원을 약속한 곳이라 더욱 조심해야 했다.

당시 이 모습을 지켜본 분이 “많은 자매들이 마음고생을 좀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최대한 축소한 듯) “두 자매가 친구지간이라 어느 한 쪽과 결혼할 수 없었습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둘 모두 결혼까지 이를 수준(?)으로 교제 나눈 셈이 된다. 굳이 상대방의 눈치를 보게 된 이유가 뭘까. 한 사람을 사랑할 수도 결혼할 수도 있는데 굳이 서로 친구여서 결혼할 수 없었다니-
결국 홀로 먼 길을 떠나기로 했다. 경쟁에서 조금 밀리고 있던 꽃이 그의 이런 태도에 감동을 지닌 듯- 다음에 온 사람이 불미스러운 일로 떠나기까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갔다.

얼마후 새로운 꽃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어떤 사유에서인지 날짜까지 받아놓고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꽃의 반란인 셈이다. 이 사실을 가지고 꽃이 힘든 삶을 싫어해서 피해 간 것이라고 몰고 갔다.
잠시나마 자기를 알아주는 꽃이 없는 거의 없는 시간도 있었다. 지리한 나날일 수 있다. 그래서 10년 정도 나이가 많은 꽃과 한 시간 이상 전화 통화하기도 했다. 상대가 팔이 아플 정도로-

어느 날부터 드디어 꽃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감춰놓고 자기만 지켜보고 싶은 꽃들- 행여나 다른데 눈을 돌릴까봐 애써 눈을 가려서라도 해바라기처럼 자기만 바라보기 원하다 보니 불필요한 마찰을 빚게 된 것이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빚게 된 데는 꽃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 위에 보듯이 때로는 꽃들도 거부할 수 있고 독자적인 길을 걸어야 한다.

이제 이와 관련된 글을 더 쓰는 것은 자제하고 어떤 움직임이 보일 때만 이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천사홈이 밝고 아름다운 글들로 채워지기를 소망하며 독자 제위의 양해를 구한다.

<추신>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을 추가합니다. 알고보니 상당수가 독자적인 노선을 걷거나 우리와 관계 개선을 않고 있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이탈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마음 아픈 일은 결코 벗어나서는 안 될 꽃마저 멀리 떠나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탓에 사태가 심각해 보입니다.
정말 꽃들의 반란이 무섭군요. 나름대로 이성과 신앙의 눈이 있는 탓에 이런 결과가 난 듯- 따라서 이글은 수일내 삭제하거나 회원방으로 옮길 예정입니다.

<사진설명> 10년 전-기성이 9살 때 모습- 이무렵 다니던 학교 주위에 유난히 꽃이 많았다.
꽃들이 제각기 빛깔을 내며 어울리듯 함께 지내는 모습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