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잘 보내세요- 저희는 올해 명절도 저희 가족끼리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는 진눈깨비와 우박이 내리더니 눈으로 변했다가 나중엔 비가 내렸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이맘 때 난방을 공급하는데 집안 일부에 난방이 가동되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긴 겨울에 들어가게 됩니다.
찬미가 며칠 전 감기에 걸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 선교사의 경우도 이따금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건강을 조절하곤 합니다. 시베리아 환경을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답니다. 벌써 11번째 겨울을 맞게 됩니다. 이번 겨울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기도바랍니다.

우리 민족의 고유 명절인 추석입니다. 저희 가족은 이번 추석에도 한국인 크리스챤들과 만남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지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르쿠츠크에 온 한국인 선교사나 크리스챤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년 째 명절이 되고 해가 바뀌어도 누구 하나 연락이 없었습니다. 이번 추석절 역시 가족 중심으로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젊은이가 벌써 수년 동안 한국인 크리스챤들과 우리 사이에 분리를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지만 자매들을 비롯해 한국의 크리스챤들이 적지 않은 탓에 이들 앞에 독보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싶었나 봅니다(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우리를 만나면 안 되는 무슨 속셈이 있는 듯-)
우리가 큰 문제 인물인 양 안팎에 말을 퍼뜨리는 사이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습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중국 C시에 있는 한인교회 선교사 선발 과정에서 우리가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사건입니다.

약 7년 전 중국 선교를 위해 현지를 오가는 학부 후배 목사가 비교적 안정적인 C한인교회에서 피송 선교사를 영입하고자 하는데 우리를 소개하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러시아에서 중국 조선족 교회를 운영하고 있고 시베리아라라는 특수한 여건이 관심을 끌게 되었나 봅니다.

하지만 거의 결정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가 취소가 되고 말았다는 말에 어이가 없어 한국 방문 때 후배 목사를 찾아갔습니다. 듣자니 선교지에서 불화를 조장하는 등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후배 목사더러 누구냐 여긴 선교사라고 호칭할 수 있는 존재는 둘뿐이다 둘 중 누구냐 하고 묻자 이름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당사자와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있냐고 묻자, 현지 상황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당시 이 문제로 젊은이를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시일이 흐른 후 전화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젊은이가 먼저 따지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은 C교회도 모르고 C도시 땅도 밟은 적이 없는데 우리가 자기를 모함해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식으로 몰아부쳤습니다.
"그러므로 생명을 사랑하고 좋은 날 보기를 원하는 자는 혀를 금하여 악한 말을 그치며 그 입술로 거짓을 말하지 말고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고 화평을 구하며 그것을 따르라"(벧전 3:10-11).

거짓말은 결국 들통이 나는 법입니다. 2년 전 파송교회에서 한꺼번에 많은 선교사를 선발해 자체 훈련 기간을 가졌는데 마침 한국을 방문 중인 사라 선교사가 며칠 동안 모인 선교사들과 교제를 가질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느 사모 선교사가 자기들이 젊은이와 한 교회에서 부교역자(후보생 당시 부목사)로 있었는데 지금 C시에 있다(파송 선교사를 찾던 교회 인근에 거주). 그래서 이따금 젊은이가 방문할 때면 자기 집에서 자고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전모가 드러났지만 역시 젊은이를 이 문제로 찾아가지 않았 습니다. 한국 교회가 보낸 선교사가 둘뿐이어서 외지에서 부딪히게 되면 주위에서 보기에도 안 좋아 나이를 떠나 충돌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 12:21).

이번 여름 비자 연장을 위해 한국에 나갔다가 후원교회에서 방한 중인 선교사들을 긴급 소집해 갔더니 7가정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 C시에서 온 선교사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일을 잠깐 말했더니 (우리를 선발하려던) 선교비가 베트남으로 갔다는 말을 했습니다. 아마 이 선교비가 이곳으로 왔다면 그 사이 1억원이 넘었을테고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대신 다른 나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어 위로가 됩니다).

이처럼 어떤 사실이 입증되어도 아랑곳않고 계속해서 우리를 문제를 삼고 있는 젊은이는 과연 어떤 양심의 소유자일까요. 그리고 무슨 사명감(?)을 가진 듯 이 자를 감싸고도는 인물들은 과연 어떤 목적에서일까요. 그 결과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인 이르쿠츠크로 새로 오는 크리스챤들까지 얼굴도 모른 채 우리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양상을 띠어야 할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 6:7).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도 이 지역 한국인 크리스챤들과의 화목을 위해 지난 아픔을 잊고 따뜻하게 맞을 용의가 있지만 오랜 시일 동안 만남의 자리를 피하고 있어 지켜보는 중입니다. 처음에 한 사람이 주도했더라도 결국 몇 사람의 동조자가 생기게 되고 급기야 전체를 한 통속으로 몰고사는 우리네 현실이 마음아플 따름입니다.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말하는 사람, 험담의 대상이 되는 사람, 듣는 사람.
-미드라시(탈부드)

젊은이의 벽을 넘지 못하는 한국인 크리스챤들 또한 이해를 어렵게 합니다. 좁은 도시에서 수년 째 저희와 아무런 교류가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인 크리스챤들의 정서가 이래서는 안 되리라 생각됩니다.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나 대화의 장을 열어가 것이 가장 쉬운 해결책이라 생각되지만 민족의 명절에 전화조차 없는 우리네 젊은이들이 언제 어디서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될 지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의 선교사가 이런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이 젊은이를 두둔하고 오히려 자신이 명예 손상(?) 당했다며 고발 운운하는 자매가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말까지 나온 만큼 그동안 보고 느낀 것을 천사홈에 싣기로 했으니 혹 아름답지 못한 내용이 있더라도 독자 제위께서 양지바랍니다. 밀린 이야기를 한꺼번에 다 말할 수 없어 나누어서 소개할 예정입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런 글을 싣게 된 점 십분 양해바랍니다.

찬미와 기성이는 추석에도 학교를 가야 합니다. 오전에 시장에 나가 장을 좀 본 다음 가족끼리 초졸한 추석 점심을 나눌 생각입니다. 누군가 방해를 하지 않았다면 사라 선교사가 손님 접대하느라 분주했을텐데 간혹 러시아 목사님, 미국 선교사님 그리고 간혹 저희 집을 방문하는 한국 손님 대접하는 정도입니다.
저희 가족과 사역을 위해 이 지역에 와 있는 크리스챤들 간의 화목을 위해 관심과 기도바랍니다.

2010년 추석을 맞아-

<사진설명> 러시아 오랜 전통인 사모바르- 본래 가운데 원통 속에 숯불을 넣고 그 주위에
불을 부어 데워지도록 만든 용기입니다. 지금은 대개 전기로 된 것을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