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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에 접어들자 나뭇가지마다 순을 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버들강아지를 연상케 하는 가는 나뭇가지부터 다양한 나무들이 시베리아의 봄맞이를 위해 모두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저마다 뿌리로부터 물을 길어올리고 가지 끝에 잎을 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라지만 흙이 많은 이르쿠츠크 땅 곳곳에 얼마전부터 민들레가 싹을 내었습니다. 머지않아 긴 겨울 동안 하얗던 땅이 노란 민들레 꽃으로 장식될 것입니다.

선교 초기인 1997년 1월부터 3년간 카자흐스탄에서 지내면서 석회수가 많이 포함된 물을 먹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주전자 내부가 마치 콘크리트 한 것처럼 석회가 붙어 있을 정도로 심했습니다. 나중에 정수기를 선물받아 정수를 시도하려 들었지만 이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물을 받아 가라앉혀야 한다, 끓인 물을 식힌 후 정수하면 좋다, 석회질이 심한 물은 정수할 방법이 없다는 등 여러 가지 말을 들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없었습니다.
더욱이 가난한 주 정부 사정으로 전기가 끊어지는 날이 많아 촛불을 켜고 지낼 때가 많았습니다. 컴퓨터가 그만 무용지물이 되어 자녀들이 애를 태워야 했습니다.
그래도 한번 택한 선교지라 계속 적응해 나가려고 했지만 뜻밖의 방해로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1년을 머문 후 2000년 여름 러시아 시베리아의 한 도시인 이르쿠츠크로 향했습니다.

시베리아의 긴 겨울, 혹독한 추위로 인해 힘들 때가 많았지만 이 바이칼 호수에서 흘러내리는 앙가라 강을 막아 만든 이르쿠츠크 댐의 풍부한 발전량으로 인해 전기 걱정을 덜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자체가 중앙아시아보다 모든 면이 앞서 있어 유리한 면이 많은 대신 물가가 높아 후원 상태에 따라 굴곡이 생기곤 했습니다.
앙가라 강에서 채취한 듯 비교적 맑은 물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다만 수도관이 강철이라 쉽게 녹슬어 녹물 제거가 과제였습니다.
오래전부터 세계 선교사들에게 정수기 보내기 운동을 펴오고 있는 서울안디옥교회(김수읍 목사님)를 찾아가자 사모님께서 친절히 정수기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이곳에서는 녹만 걸러내면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괜찮은 터라 물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신학교 재학 시절 중국 선교를 놓고 기도를 했습니다. 수원지 물이 맑으면 수도관을 타고 맑은 물이 퍼져 나갈 것이다. 중국 대륙의 많은 영혼들을 위해 좋은 수원지가 되자 하는 다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신학교를 졸업하는 해인 1983년 겨울중국 선교가 자유롭지 못하고 선교사로 보내주는 곳 또한 만날 수 없어 선교사의 꿈을 잠시 뒤로 미루었습니다.

뒤늦게 카자흐스탄으로 진출할 기회가 있어 준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어린 자녀들과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선교지에서 보고 느낀 것은 역시 선교사 자신이 깨끗한 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사망의 냄새를 풍기는 자도 있습니다.

유유상종이란 말대로 성향이 비슷한 자들끼리 쉽게 뭉칩니다. 더러는 방향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감언이설에 그만 빠져듭니다. 맑은 마음, 맑은 눈을 가지고 있다면 탁한 물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선교에 있어서 중요한 대상 가운데 하나는 현지인 교역자들입니다. 이분들이 볼 때 맑은 영혼이 느껴져야 합니다. 진정한 선교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될 때 가능합니다.
이따금 바이칼 호수를 찾을 때면 너무도 맑은 물에 놀라곤 합니다. 가시거리가 무려 40m 정도라고 합니다. 웬만한 깊이라면 맨 눈으로 호수 바닥에 돌이 보일 정도입니다.

우리 또한 깨끗한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투명하고 맑은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아름다운 영혼의 만남이 이어지고픈 충동이 느껴지는 그런 모습으로 이 땅을 살아가기 원합니다.

<사진설명> 지난 4월 말경 이르쿠츠크를 방문하신 목사님 두 분과 이칼 호수를 찾아갔습니다 마침 앙가라 강으로 들어가는 바이칼 호수 끝자락 일부분이 녹아 광활한 얼음 지역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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