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이 주는 의미

by 이재섭 posted Aug 1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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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비자로 인해 한국을 오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답니다. 마침 대한항공 전세기가 여행객을 태우기 위해 여름에 몇 차례 이르쿠츠크를 오간다는 말이 있어 이 표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비싼 돈을 들여 대개 1박 2일씩 걸려야 가던 길을 거의 절반 값에 4시간도 채 못되어 갈 수 있다는 말에 기대가 컸습니다.

인천 공항에서 러시아로 가는 대한항공 전세 비행기 탑승구� 들어가려는데 Y자매가 보였습니다. 선교사로 사역한 지 꽤 오래 되었지만 P의 측근(?)인 탓인지 지난 수년 동안 대화조차 나눌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본인을 보고도 모른 척 지나치는 것이었습니다.
승객이 30명도 채 안 되는터라 움직임이 훤히 보이는데도 입국 과정에서부터 애써 피하려드는 모습이 안쓰러워보였습니다. 무엇이 저토록 마음을 묶어놓아 지성도 교양도 내려놓은 채 살아가고 있는지 이해를 어렵게 했습니다.

이땅에 살면서 <안녕하세요>하는 인사말이 지니는 가치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년전 Y자매가 소속 단체에 실은 글에 신임선교사들이 많이 와서 안내하느라 분주했다고 하면서도 정작 먼저 와 있는 우리에게 인사시키는 것은 빼놓아 어이가 없었습니다.
수 주일 전 사라 선교사가 한국으로 가는 길에 P와 마주쳤다고 합니다. 오랜 시일 동안 주위에 갖은 험담을 늘어놓았음에도 정작 한 자리에서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불과 몇 칸 떨어지지 않는 좌석에 자리잡아(전세기는 좌석에 여유가 있을 때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 누가 눈여겨 볼 때 서로 잘 아는 사이(?)인 양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닐런지-
<안녕하세요>라는 말 한마디 하는 일이 이처럼 어려운지 달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전화조차 없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젊은이들의 마음에 그려진 형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P의 경우 처음 2년 간은 왕래가 잦았고 이따금 사라 선교사와 1시간씩 전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새댁이 왔다 해서 사라 선교사가 직접 김장을 담궈주기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우리와 단절해 이해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앞에 나설 마음이 없다면 자기 혼자만 피하면 될 것을 새로 오는 사람마다 좋지 않은 선입관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으니 아이러니 할 따름입니다.

이 선교사가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까지 버스를 이동하는데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이 여기에 오래 사셨냐고 묻기에 10년은 되나 봅니다 하고 대답 하자 무슨 일 하냐고 묻기에 선교사고 말하자 아이 엄마가 그럼 법대 다니는 학생이 따님이세요 하고 물어 놀랐습니다. 마침 <아름다운동행>을 갖고 있어 기념으로 주었습니다.
(알고보니 이분들은 교수 부부로 한 도시에 살고 있는 사이로 수년 전 우리를 초대한 적이 있답니다. 이 무렵 우리 도움으로 이 지역에 온 자가 교회에 나오는 청년들을 교란시키고 비자 발급까지 어려움을 주어 애를 먹었답니다.

사냥이 끝나고 나서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말처럼 1년 비자가 발급되자 비자 발급을 도와주는 현지인에게 우리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며 우리에게 불리한 계약서를 쓰게 하는 등 갖은 공세를 취해 자칫하면 이 도시를 떠나야 할 위기에 몰렸습니다. 타 지역 선교사님이 침례교단 미하일 목사님을 찾아가라고 조언을 해 주어 계속 머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자와 한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고 인사를 나눌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모처럼 초대에 응할 수 없었답니다. 이 자는 이 도시에 온 지 얼마 안 있어 훌쩍 한국으로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처음부터 자녀들은 선교지에 데리고 오지 않았던만큼 선교지에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한때 Y자매는 우리를 찾아와 인사를 하는 등 나름대로 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P와의 관계(?)에 비중을 둔 탓인지 끝내 우리와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후에 온 자들 도 하나같이 우리와 접촉할 기회가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를 낳기까지 Y자매가 한몫을 한 셈입니다.
목사된 지 25년이나 되었지만 한 젊은이의 끈질긴 노력으로 한정치산사쯤 여기는 자들이 늘어나고 현실이 안타깝게 생각됩니다. 부득이 이곳 실정을 주위에 알리고 기도 제목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천사홈에 싣기로 했으니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한국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땅에서 진정한 <만남의 축복>이 주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한 천국을 향해 가는 형제자매라면 지상에서 <아름다운동행>을 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풍경이 이루어지도록 위해 기도바랍니다.

<사진설명> 에반젤리칼(까이스까야) 교회 예배 후 인사를 나누는 시간- 사라 선교사, 찬미 그리고 까짜 사모님(미하일 목사님 부인)과 북한 출신 할머니(6.25 때 북한 군청 직원이었던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전쟁고아가 되어 러시아에서 살아오셨다- 한국 말을 한마디도 못하지만 우리를 보면 무척 반가와 하신다. 정작 한국인 간에는 인사할 기회가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