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랜 세월을 뜸들인 끝에 드디어 5만원권 짜리 지폐를 발행했다. 1973년 만원 권 지폐를 발행한 이래 무려 36년 만에 한 단계 위의 고액권을 발행한 것이라고 한다. 그 사이 물가가 엄청나게 오르고 화폐 가치가 떨어진 걸 생각하면 너무 늦은 조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동안 국민이 애용하던 10만원 짜리 자기압 수표 사용이 점차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사실 자기앞 수표는 일종의 무기명 예금 증서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이자도 없다. 고액권이 없는 탓에 은행마다 잠시나마 이자 한 푼 안 들이고 적지 않은 돈을 유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재미에 빠져 지금까지 은행 측의 반대로 10만원권이 안 나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면서 왜 은행권 눈치를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러시아는 1000루블(약 4만 5천원)과 2000루블(약 9만원) 짜리가 통용된 지 오래이다. 이것도 부족하다 해서 5000루블 짜리(약 22만원 내지 23만원) 지폐도 나왔다. 그래서인지 러시아에서는 자기앞 수표를 보기 어렵다.
러시아 임금은 천태만상이다. 비교적 임금이 적은 점원 가운데 월급이 5000루블에 채 못치는 경우도 있다. 교사직도 대개 10000루블이 내외이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화폐 가치로 따지자면 100만원권 정도에 해당하는 지폐가 있는 셈이다.
러시아 은행 CD기로 돈을 인출하면 대개 1000루블 짜리 돈이 나온다. 지금은 약 43000원 내지 45000원 정도 하지만 5만원이 훨씬 넘은 적도 있다. 지난번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러시아 중앙은행 지점이 있었다. 이곳에 있는 인출기 가운데 5000루블 이상 찾으려 들면 언제나 5000루블 짜리가 나오는 것이 있었다. 따라서 소액권이 필요하면 다른 CD기를 이용하거나 액수를 조절해야 했다.
이왕이면 20000원권 지폐도 생각해 볼만하다. 러시아 2000루블 짜리가 있듯이 미국에도 20달러 짜리 지폐가 있다. 원할한 통화를 위해 다른 나라 화폐 제도도 비교 검토해야 할 것 같다.
10년 여 전 카자흐스탄에 거주할 때는 우즈벡 비행기를 이용할 때가 많았다. 우즈벡은 고액권이 없는 나라다. 100숨 짜리 지폐를 주로 사용하는데 한국과 환율이 비슷했다( 당시 우즈벡 보통 임금이 한국 돈 5만원 정도였다).
한국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100숨짜리 지폐 만 장 이상 가지고 갈 때도 있었다. 돈을 세는 일 또한 쉽지 않아 왠만한 상점에는 계수기가 비치되어 있다. 왜 고액권이 없는가 하고 물었더니 위조지폐 방지를 위해 그렇다고 대답했다. 달러화 가치가 높아 암 달러상이 극성을 부리기까지 했다.
돈은 국민의 편리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한국은 임금 수준으로 보나 돈의 씀씀이로 보아 최소한 10만원 짜리 지폐가 오래 전에 나왔어야 했다. 이런 저런 핑계로 발행을 미루다가 이제서야 5만원 짜리를 선보인 것이다.
고액권이 없다 보니 자연히 은행을 더 의존하게 되었다. 국민이 은행과 친숙해지는 것도 좋지만 은행 또한 국민을 위해 편리를 도모하고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진정한 돈의 가치는 뜻있게 쓰는 것이다. 세계 선교를 위해 동참하고 있는 교회들과 성도님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천국 건설에 심겨진 돈의 가치는 액면가보다 훨씬 높다.
<사진설명> 러시아에서는 모자의 비중이 크다. 처음에는 경비가 부족해 가장 싼 모자(토끼털)를 썻다가 다음엔 여우털 모자를 샀다. 수년전 비교적 비싼 편인 노르까(일종의 밍크) 모자를 샀다. 후원에 동참해 주시는 분들께 다시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