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다. 무슨 일이던지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10년 전 이 도시에 처음 왔을 때, J청년을 선교사로 소개했다. 본래 러시아어를 전공한 학생으로 언어 연수차 러시아 땅을 밝았는데 P에 의해 선교사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J청년이 한국어 선생으로 있으면서 우리 가족이 이 지역에 올 수 있도록 도움도 주고 자녀들의 학교 편입 때도 안내해 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처음에는 나도 별 생각없이 J청년을 한 사람의 선교사로 대하다가 전후를 살펴보니 다소 모순이 있어 보였다. 선교지에 유학생도 올 수 있고 이런 저런 이유를 한국 청년들이 몰려 올 수 있다. 이들을 아무 여과없이 선교사로 받아들일 경우 혼선이 생길 것만 같았다..
P는 J청년을 가리켜 자기와 동격(?)이다는 말까지 했다. 7년 간 신학 수업을 받는 자가 뚜렷한 선교 훈련조차 받지 않은 자를 동격이라니 더욱 이해가 안 되었다. 어느날 P가 내게 선교사 협회를 조직하자고 제안하기에 그럼 일단 우리 둘만 하자고 말하자 J청년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크리스챤 협회라면 모를까 선교사란 명칭은 함부로 쓸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대화로 인해 점차 P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를 제외한 채 한국 청년들을 가리켜 선교사로 부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다. 심지어 내가 이 지역 선교를 어지럽히니 불화를 조장한다는 말로 아예 격리시키기까지 했다. 소위 왕따로 몰고 간 것이다.
이 무렵 J청년에게 어설픈 선교사 소리 듣는 것보다 차라리 목사가 되는 것이 더 낫겠다고 말했다. 그새 7년 정도 흘렀다. 궁금한 마음에 인터넷 검색으로 J청년 이름을 입력해 보았다. 2007년 가을에 목사가 되어 지금은 서울의 한 교회 교육 목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한 말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쨌던 그 사이 신학 수업을 잘 마치고 한 사람의 목사가 된 사실은 축하할만한 일이다. 자녀도 더 늘어났다는 것 같다. 본래 J청년은 비교적 성향이 순수한 편이라 생각된다. 인생길에서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길이 달라질 수 있다.
이곳 사정은 오래전 J목사가 있을 때보다 더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지금도 행여나 단 한 명이라도 우리와 가까이 질까봐 철저하게 봉쇄(?)하는 수고를 다하고 있다. 그래서 오십대 중반이 넘은 나이에 시베리아에서 마치 유배당한 듯이 고독한 나날을 지나고 있다.
현재 우리는 P와 소속이 같다. 더욱이 교단 선교사로 영입되었다. 이처럼 피할 수 없는 만남이 계속되어도 끝까지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남들이 보면 집안 싸움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가 2년 간 지내던 도시에서 J청년과 함께 이곳을 택해 온 가장 이유 중의 하나가 선배가 없는 탓이라 생각된다. 그는 지금까지 교단 선교사 무리에 소속하지 않고 있다. 그냥 혼자 아무 간섭받지 않고 편하게 지내고픈 탓일까.
J 청년을 선교사로 부른 것을 시발점으로 이 지역에 찾아드는 자매들을 선교사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 수가 점점 늘어 14,5명이라는 말도 있다. 그후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더 왔으니 그 사이 20명이 넘었을 지도 모른다. 이들 앞에 자신이 독보적인(?) 존재를 드러내 보이려다가 우리와 이런 불편을 낳게 된 것이라 생각된다.
아무리 P의 말이 그럴싸하게 들렸을지라도 선교사건 교회 청년이건 그리 크지 않은 도시에 오고도 앞서 있는 목사에게 인사조차 없이 지내는 우리네 젊은이들 또한 이해를 어렵게 한다.
선교지에서 높여야 할 대상은 주님이시다. 우리는 그의 종으로서 지체 각 부분이 되어야 한다. 섬김의 자세가 선교사가 지녀야 할 가장 큰 덕목이다.
“시작이 반이다” 이제라도 목표를 바로 정하고 길을 나서는 자가 하나 둘 늘어났으면 한다.
<사진설명> 시베리아는 나무가 많은 지역이다. 숲을 이용한 휴양 시설이 곳곳에 있다.
사진에 나무조각들로 길게 만든 것이 얼음 썰매장이다. 겨울엔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