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호영 목사(GMS 부이사장)
근래 들어 “소통(疏通)이 안돼서 문제”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자금이 흐르지 않아 경제는 꽁꽁 얼어붙어 있고, 여야 간에 그리고 청와대와 여의도 사이의 소통도 막혀 정국은 꼬여가고, 남과 북 사이에서는 한반도 위기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모든 일의 근원이 소통이 원활하지 못함에 있다. ‘불통’은 또한 한국 교계 전체에도 해당되는 문제이다.
이쯤에서 소통의 의미를 살펴보자. 사전에서 소통이란 ‘서로의 의사가 잘 이해되어 흐리터분한 점이나 오해 등이 없이 잘 통함’이라고 정의한다. 가장 성공적인 소통을 이뤘던 이는 바로 예수님일 것이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인간의 소통 그리고 그를 통한 구원을 이루시기 위해 피조물인 인간의 몸을 입고, 그것도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오셨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소통의 모델은 제자가 된 우리가 세계복음화의 과업을 완수하는데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선교의 성공여부가 소통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선교사들은 인터넷, 휴대폰, 미디어 등을 통해 신속히 현장소식을 본국 교회에 전달하고, 교회는 즉시 현장의 필요에 반응할 수 있게 됐다. 후원자는 선교사와 현장 상황을 손금 보듯 알고, 선교사 또한 후원교회의 사정을 빨리 그리고 자세히 알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그렇지만 어찌된 일인지 소통의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선교사와 후원자, 선교사와 선교사 사이의 오해와 대결과 다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서로에 대해 더 잘 많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바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주님께로부터 ‘사람 낚는 어부가 되어 땅 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되어야 할 사명’을 부여 받았다. 따라서 선교사를 후원하는 이들은 ‘내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나를 대신해 가있는 사람’으로 선교사를 바라보아야 한다. 선교사의 입장에서 선교현장을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본다면 더욱 기쁘게 섬길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선교사는 ‘만일 내가 선교사를 위해 매일 기도하고 매월 일정액의 선교비를 후원하고 다방면으로 선교사를 섬겨야 하는 후원자라면? 그랬을 때 나는 선교사에게 무엇을 기대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후원자의 입장과 마음을 이해한다면 더욱 진실하고 성실하게 사역에 임할 수 있고, 더욱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지피지기(知彼知己)를 넘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를 가질 때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하나님 나라가 더 크게 확장될 것이다.
2009년 05월 25일 (월) 기독신문 www.kidok.com
이 선교사는 1997년 1월 선교사로 나가기 직전에 위 칼럼을 쓰신 공호영 목사님이 담임하신 교회 협동목사로 있으면서 학생회를 맡고 있었습니다.
일찍부터 선교에 관심이 많았지만 선교지 방문이 쉽지 않았는데 동남아선교회 회장이셨던 공호영 목사님의 배려로 1995년 태국 산족 지역을 방문한 것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공 목사님은 당시 이 선교사의 어려운 환경을 고려해 태국 선교부에 설치할 컴퓨터 몇 대를 가지고 가는데 기술 지원을 위해 같이 가자며 합류를 권했습니다(이 선교사는 일찍부터 컴퓨터 하드웨어를 많이 다루어본 편입니다). 공 목사님의 이러한 배려로 일체 경비를 들이지 않고 선교지를 둘러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즈음 부친의 도움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알쫌 지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얼마후 저희 가족은 카자흐스탄 선교사로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갑자기 선교사로 떠나기로 하고 공목사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자 아직 후원도 제대로 안 갖춰진 채 아이들과 함께 먼 길을 떠나는 것이 걱정되셨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사전 준비없이 선교지로 가서 석 달이나 견디겠냐고 말씀하셨는데 그 사이 13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습니다. 어린 자녀들이 자라나 대학생이 되고 큰 아이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후원해 오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선교를 주관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교를 주관하시는 분은 성령이시라는 사실도 몸소 체험했습니다.
이따금 한국을 방문할 때 공 목사님께 인사를 드렸지만 그 사이 또 몇 년이 지났습니다. 비자 연장을 위해 한국을 가게 되면 꼭 인사드릴 생각입니다.
GMS를 통한 세계 선교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