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된 만남

by 이재섭 posted Feb 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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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저녁 스탠 선교사가 방문했다. 스탠은 미국인으로 40대 초반의 남자 독신 선교사이다. 영어 나라에서 온 탓에 학교에서 인기가 높다. 무상으로 원어민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요즘 비자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그래도 미국인 선교사에게는 장기 비자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도 적절한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자녀를 많이 거느린 음악 선교사의 경우 러시아를 무척 사랑하는 가족이다. 아이 몇은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섹스폰을 아주 잘 불어 연주는 물론 음악학교에서 악기를 가르쳐 주고 있다. 비자 문제로 미국을 갔다고 들었는데 얼마 전에 장기 비자를 받아 들어왔다고 한다.

스탠은 기독교 선진국 선교사답에 폭넓은 비젼을 가지고 있다. 우리 집에 오게 되면 사라 선교사가 만든 음식이 퍽 마음에 드나 보다. 자녀들에게도 영어로 마음껏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좋은 시간이 된다.

긴 대화가 끝날 때면 함께 찬송을 부른다. 한국 찬송가는 워낙 고전에 속에 자기가 아는 노래가 거의 없다고 한다. 찬송가가 몇 번 바뀌어도 옛날 곡을 그대로 쓰고 있는 탓에 정작 작곡가의 고향 사람도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은 기도로 마친다.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어서 자주 만남의 기회를 갖기 원한다. 시간이 늦을 때는 택시로 돌아가지만 대중교통으로 가겠다고 하여 정류장까지 동행했다. 거리가 눈에 싸여 있지만 비교적 포근한 날씨다.

미국인과 러시아인 그리고 부랴트 원주민 등 여러 종족을 만날 기회가 있지만 정작 한국인 크리스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파송예배를 마치고 중국을 거쳐 입국하는데 공항에서 두 자매와 마주쳤다. 나를 보고 인사를 하지만 아직 우리집을 방문하거나 전화 한번 한 적이 없다.
그 중 한 사람은 내가 이곳으로 오도록 소개한 K자매이다. 하지만 도착 후 한 차례도 연락이 없었는데 이번에 공항에서 마주친 것이다.

선교대학원에서 선교사 케어를 전공했다는데 나이가 적지 않은 선교사 가족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 아쉽게 생각된다. 아는 것보다 실천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자매가 소속한 선교 단체 대표는 나와 10년 정도 친분을 유지하다가 자기 쪽 사람이 이 지역에 오게 된 것을 계기로 멀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전 선교사 위기관리 공동 대표가 되었다 한다. 자신이 택한 방법이 한때 친구였던 선교사 가족에게 위기감을 고조할 수 있음에도 선교사 위기관리를 담당하게 되었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하나님은 한분이시다. 성령도 한분이시도 머리되신 그리스도도 한 분이시다. 크리스챤이라면 성령 안에서 민족을 초월한 만남과 교제를 가져야 한다.
천사홈을 통해 목사님과 크리스챤 자매가 한 주간 차이로 방문하기로 했다. 멀리서 그리 크지 않은 도시를 찾아오는 손님에게 이곳 선교사 세계를 보여줄 수 없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

한 젊은이의 주도로 우리 가족을 고립시켜온 지 오랜 시일이 흘렀다. 5년이 지나도록 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 속에 새로 오는 크리스챤들이 점차 늘어났다. 그동안 단 한명이라도 그룹(?)에 이탈자가 생길까봐 무척 애를 쓴 흔적이 보인다.
심지어 우리가 소개해서 이 지역에 온 자들도 얼마 후 무리 속에 합류했다. 한때 친구였던 자까지 자기 쪽 자매가 고립(?)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와 단절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이번에 방문하는 자매의 경우 한 선교 단체와 유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선교지를 사랑해 오랜 준비 끝에 시베리아 땅을 밟기로 했다고 한다. 이곳에 오게 되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되리라 생각된다. 자매가 소속한 단체 역시 우리와 벽을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방문하게 되면 선교지 현실을 피부로 느낄 기회가 주어지리라 생각된다.

이 지역 내에서는 이 선교사가 가장 연장자일 것 같다. 목사 임직을 받은지 23년이 되고 선교사로 나온지 11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연락도 방문도 없이 지내온 것이다. 시일이 지나다 보면 언젠가 이러한 수수께끼가 풀리게 되리라 믿는다.
이제라도 이 땅에 와 있는 크리스챤들이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화목한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선교사라면 보냄받은 자로서 이방인 앞에서 아름다운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사진설명- 이 선교사 집을 방문한 스탠 선교사와 함께